전임 사장 모두 중도하차…현장통 현대 성상록·재무통 롯데 하석주 행보 주목
현대엔지니어링과 롯데건설이 새해들어 닮은 꼴이 됐다. 전임 김치현 롯데건설‧김위철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 모두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나란히 ‘중도하차’ 했기 때문이다. 반면 신임 사장은 서로 다른 행보를 보일 전망이다. ‘재무통’ 하석주 롯데건설 사장은 재무개선 작업, ‘현장통’ 성상록 현대엔지니어링 사장은 매출확대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과 롯데그룹은 올해 정기 임원인사(각각 지난 6일과 23일)를 단행했다. 현대엔지니어링 신임 사장에는 전임 화공플랜트사업본부장인 성상록 부사장이, 롯데건설 신임 사장에는 경영지원본부장 및 주택사업본부를 맡고 있는 하석주 부사장이 선임됐다.
두 건설사 신임 사장은 공통점이 있다. 전임 사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하차’ 한 공백을 메웠다는 것.
지난해 재신임된 김위철 전임 현대엔지니어링 사장은 2019년 3월까지 임기가 보장됐다. 예정대로라면 2011년부터 8년 간 현대엔지니어링을 경영할 예정이었다. 또한 그는 올해 신년사를 발표하며 미래 경영계획을 밝힌 상황이었다.
하지만 돌연 김 전 사장은 사임을 표명했다. 건강상의 문제가 그 이유였다.
전임 김치현 롯데건설 사장 역시 건강상 문제 및 후배양성을 위해 사임을 표명했다. 본래라면 지난해 3월 연임한 김 전 사장은 2018년 3월까지 사장직을 맡을 예정이었다. 김 전 사장은 “100년 기업 롯데건설을 만들어가기 위해 질적 성장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는 신년사를 밝힌 바 있다.
연임이 확정된 상황에서 사장이 중도하차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업계는 분석한다. 이에 임기 중 불거진 문제를 이사회, 주주총회에서 문제 삼았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있다. 김치현 롯데건설 사장은 지난해 비자금 조성 혐의로 검찰출석, 김위철 현대엔지니어링 사장은 재임기간인 지난 2015년 회사가 분식회계를 실행했다는 내부 고발이 이뤄진 전례가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표이사 사장은 정규직이 아니다. 임기가 남았더라도 매년 유임 여부를 이사회, 주주총회에서 결정받아야 한다”며 “두 사장 임기 내 벌어졌던 사안이 올해 들어 문제로 불거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현장통’ 성상록, ‘재무통’ 하석주 다른 행보 보일 전망
같은 이유로 선임됐지만 신임 성상록 현대엔지니어링 사장, 하석주 롯데건설 사장은 다른 행보를 보일 전망이다. ‘현장통’ 성상록 사장은 매출확대, ‘재무통’ 하석주 사장은 내실 다지기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성상록 사장은 동아대 공업화학공학과를 졸업한 뒤 현대엔지니어링에 입사했다. 이후 20년 간 화공플랜트 분야에서 근무한 ‘현장통’이다.
성 사장이 오랜 현장근무 경력을 바탕으로 ‘공격적 성장’ 전략을 펼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실제 그는 취임 직후인 지난 10일 현대엔지니어링 임직원들에게 ‘내부 혁신’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실경영’이 아닌 ‘성장’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매출축소를 경험했다. 지난해 이 회사의 매출은 6조9406억원으로 전년 대비 5.6% 감소했다. 주력 사업인 화공‧전력과 건축‧주택부문 모두 매출규모가 줄었다.
이같은 현대엔지니어링의 매출축소는 저조한 해외수주 실적에서 기인한다. 23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이 회사의 지난해 해외수주 실적은 총 23억6000만 달러로 나타난다. 이는 전년(57억7000만 달러) 대비 59% 감소한 수치다.
반면 하석주 롯데건설 사장은 회사의 성장보다는 재무구조 개선에 주력할 전망이다.
하석주 사장은 단국대 회계학과 졸업 후 고려대 대학원에서 회계학 석사를 전공한 대표적 ‘재무통’으로 꼽힌다. 롯데건설 역시 그가 재무통 역량을 살려 승진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재무구조 악화를 겪고 있다. 롯데건설의 유동비율(단기 채무 상환능력 지표) 2015년말 169.1%, 2016년 3분기 157%로 하락세를 보였다. 단기차입금은 같은 기간 837억원에서 2174억원으로 증가했다. 또한 영업활동 현금흐름 역시 같은 기간 2877억원에서 2057억원으로 감소했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도 5262억원에서 3448억원으로 감소했다. 롯데건설의 단기채무 상환능력이 떨어진 것을 알 수 있다. 하석주 사장이 재무통 역량을 발휘해 재무구조 개선에 나선다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