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 2%대 예상"…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 일축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가계 부채 문제와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상태) 우려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이 총재는 23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이후 기자설명회에서 “가계 부채가 양적으로는 늘었지만 질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며 “앞으로는 증가세가 전보다는 둔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그는 “일각에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 소비가 부진하더라도 글로벌 경기회복에 따라서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고 설비투자 개선이 예상돼 2% 중반 성장세는 보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 “가계 부채 질적을 개선되고 있어···취약차주는 가볍게 봐선 안 돼”
이 총재는 “부채의 분포 상황이나 가계의 금융자산 등을 감안할 때 가계의 채무상환 능력은 전체적으로 보면 양호하다. 특히 고정금리, 분할상환 비중이 높아지면서 질적 개선이 나왔다”며 “더불어 부채도 상대적으로 우량한 차주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늘어났다. 가계부채 중 고신용·고소득 우량한 차주의 비중이 금액 비중으로 65% 내외에 이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기존 가계 부채에 대한 우려의 시각보다는 긍정적인 발언이다. 실제 2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6년 4분기중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말 가계신용 잔액은 1344조3000억원으로 통계를 집계한 이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1년 전과 비교해서는 141조원 가량 폭증했다. 이로 인해 가계 부채가 한국 경제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주류였다.
이 총재는 “가구 부채만 보더라도 금융 자산이 금융 부채를 웃돌고 있다”며 “최근 무디스, 피치 등 주요 신용평가기관도 국내 금융기관 높은 건정성, 질적 구조 개선 노력을 감안했을 때 가계 부채가 한국 금융 시스템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은 제한적인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시장금리 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있는 것과 풍선효과에 대해서는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는 “그렇다고 해서 가계부채를 가볍게만 볼 수 없는 점은 대내외적으로 금융 경제 여건 불확실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라며 “특히 저소득층, 저신용층, 다중채무자 채무 부담에 대해선 유의해서 봐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가계대출은 은행의 경우 2개월 연속 증가 규모가 축소했지만, 비은행 가계대출은 예년을 상회하는 높은 증가세를 보인다”며 “가계대출의 증가세 둔화는 계절적 요인에도 기인하는 만큼 기조적으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해 4분기 예금은행 대출은 전분기 대비 13조5000억원 늘었지만 증가폭은 전분기 17조2000억원보다 줄었다. 반대로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은 지난해 4분기 13조5000억원 증가하면서 전분기 증가폭인 11조1000억원보다 늘었다. 보험기관, 자산유동화회사 등 기타 금융기관에서도 대출 증가폭이 지난해 3분기 8조7000억원에서 지난해 4분기 15조9000억원으로 확대됐다.
◇ “물가 상승 안정적···경기 회복도 완만해”
이 총재는 국내 실물 경제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발언을 내놨다. 그는 일각에서 제기된 스태그플레이션에 우려에 대해 “최근에 농축산물이 크게 오르면서 물가 수준이 올랐다”며 “하지만 봄철 출하시기를 앞두고 있고 유가 상승에 따른 기저효과가 약화할 것으로 본다면 물가 상승률은 안정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소비가 부진하지만 수출은 세계 경기의 회복, 유가 상승에 힘입어 개선 움직임을 지속하고 있다. 또 설비투자 개선도 예상된다. 이러한 요소들을 종합했을 때 2% 중반 성장세가 어렵지 않다는 생각이다”며 “2% 물가 상승률과 2% 성장률을 놓고 보면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밝혔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20일까지 수출액은 277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2%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 내내 고전하던 한국 수출은 지난해 11월 전년 대비 2.5% 늘어나며 증가율이 플러스로 전환했다. 이어 12월 6.4%, 올해 1월 11.2% 늘어나 3개월 연속 수출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총재는 최근 원화 강세로 인한 4월 위기설에도 “과장됐다”며 “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일축했다. 그는 “수출에 대한 환율 영향은 옛날보다 낮아졌다”며 “그 근거로 우선 국내 기업의 해외 생산 비중이 상당히 높아졌다. 여기에 품질 등 비가격 경쟁력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좀더 커지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금통위는 이날 연 1.25%의 기준금리 동결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국내 경제는 완만하게 회복되고 있지만 미국 신정부 출범 이후 경제·통상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한데다 3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지켜보자는 심리가 금리 동결 배경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