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보도내용 사실과 달라…미국이 적용 기준 바꿔도 해당되지 않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는 최근 불거진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과 관련해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 사진=뉴스1

“객관적으로 보면 한국은 환율 조작국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3일 ‘2월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환율 조작국에 한국도 지정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하지만 지난해 2월 미국에서 발효된 교역촉진법에서 환율조작국 지정 근거에 따르면 한국은 가능성이 크지 않다”며 최근 불거진 환율 조작국 지정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 총재는 “다만 중국이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될 경우 중국이 장기적으로 성장 약화로 인해 위안화가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국내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며 한국이 환율 조작국 지정을 피하더라도 국내 산업에는 긍정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 “환율조작국, 가능성 낮지만 경계하겠다”

이주열 총재는 우리나라를 미국이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특히 그는 한국의 환율 조작국 지정에 대한 우려를 높인 영국 일간지인 파이낸셜타임즈(FT) 보도에 대해 “기사에 나온 내용은 분명히 논리라든가 팩트와 거리가 멀다”고 평가했다.

앞선 16일(현지 시각) FT는 “한국과 대만은 경상수지 흑자가 쌓이고 있는 데도 자국 화폐 가치가 높아지지 않도록 정부가 개입하고 있다”며 “중국과 일본이 아니라 한국과 대만이 최악의 아시아 환율 조작국”이라 보도했다. 그 주요 근거로 지난해 한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8%)가 미국 재무부 환율 조작국 지정 기준(GDP의 3%)을 넘어섰다는 점을 들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즉각 반박했다. 기재부와 한은이 FT에 낸 반박문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환율 시장에 일방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는 것을 국제통화기금(IMF)의 한국 보고서와 미국 재무부 환율 보고서가 이미 증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이주열 총재도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환율 조작국 지정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는 것이 타당한 판단이 아닌가 싶다”며 “지난해 2월 발효된 교역 촉진법에는 환율 조작국 기준이 있다. 하지만 한국은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 교역 촉진법에 따르면 미국은 환율 조작국 선정 기준으로 ▲대미 무역흑자(현재 기준 대미 흑자 200억달러 초과), ▲상당한 경상흑자(GDP 대비 경상흑자 3% 초과) , ▲지속적 일방향 시장 개입(GDP 대비 순매수 2% 초과)을 들고 있다. 이 요건에 해당할 경우 환율조작국(심층분석 대상국)에 지정한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 이후 1년간 환율 절상 노력 등을 하지 않으면 미국 조달시장 참여 금지 등 다양한 무역 제재를 받게 된다.

다만 그는 “미국이 교역 촉진법이 아니라 1988년도에 제정된 무역법을 활용할 가능성은 있다. 그 기준을 적용한다든지 또 소위 세부 지정 요건을 바꾸면서 환율 조작국 지정을 할 가능성은 남아 있는 것은 사실이다”며 “그럴 가능성은 높진 않지만 경계를 하고 있겠다”라고 언급했다.

1988년에 제정된 종합무역법은 교역촉진법과는 달리 환율 조작국 지정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가 않다. 이 법에서는 대미국 흑자와 경상흑자가 많다고 판단될 때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는 자의적인 해석만이 가능하다. 한국은 1988년 이 법에 따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 바 있다.

​◇ “중국 환율 조작국 지정 땐 한국 피해 가능성 커”

이 총재는 중국이 환율 조작국에 지정될 경우 한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중국이 환율 조작국 지정된다면 먼저 생각할 수 있는건 중국의 대미 수출 줄어드는 것이다. 또 위안화가 처음에는 절상 압력이 있을 것으로 본다”며 “그러나 수출 감소에 따른 성장 약화로 위안화가 약세돌아 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중국과 높은 실물 교역관계를 생각하면 국내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이 클 수 있겠다”라고 예측했다.

이어 그는 “위안화 변동성과 원화 변동성이 동조하는 경향이 있는데 장기적으로 위안화 변동성이 커지면 원화 환율 변동성도 같이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러한 상황에서 환율 개입에 대해 “환율에 대한 한국은행 포지션은 한결 같다. 환율이라 하는 것은 기초 경제 여건을 반영해서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적용돼야 한다”며 “다만 쏠림 현상으로 변동성이 단기간 과도하게 확대될 경우에만 개입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주열 총재는 앞으로 환율 조작국 지정 관련 오보에 대해 언론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기사 내용에 따라 팩트가 사실에 얼마나 부합하는지 판단하고 이후에 보도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실상과 사실 논리를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적극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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