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입주물량 증가로 전세시장 안정화 전망
서울 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는 줄고 전세거래는 늘고 있다. 임차거래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1년 새 3.5%포인트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전세를 중심으로 형성된 주택시장 패러다임이 월세로 바뀐다는 전문가들의 전망과는 반대로 전개되는 것이다.
23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2일까지 서울 아파트의 전월세 거래량은 1만4995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전세가 9789건으로 66%, 월세는 5206건으로 34%를 차지한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전세 비중은 3.5%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2015년 1월 72.2%였던 전세 비중은 같은 해 6월엔 66.1%, 12월엔 63.2%까지 낮아졌다. 저금리 탓에 은행에 목돈을 맡겨봐야 이자가 적으니 월세를 받겠다는 집주인이 늘어난 영향이다. 매물이 귀해지면서 전셋값도 급등했다.
최근 사정이 달라졌다. 입주량이 늘고 예금금리가 소폭 오르면서 전세물량에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상승폭은 눈에 띄게 둔화됐다. 지난달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5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전세 매물이 종전보다 늘면서 전셋값 상승 폭이 둔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금리가 다소 오르면서 상당수 집주인이 월세보다 안정적인 전세로 돌아선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입주량이 급증한 강동구의 전세 비중은 지난해 2월 61.0%에서 올 2월 77.6%까지 뛰었다. 전셋값은 1년 새 2.7%나 떨어졌다. 고덕동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 59.96㎡ 전세는 지난해 4억~4억5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지난달에는 3억6000만~4억2000만원 수준으로 낮아졌다. 입주물량이 증가하면서 전세매물이 쏟아진 영향이다.
또 다른 입주물량 지역 중 하나인 성동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2월 전세 비중은 59%에 불과했는데, 이달은 67%까지 뛰었다. 2000여 세대 규모의 왕십리 뉴타운 센트라스 등 현재 입주를 진행중인 대규모 단지가 많아서다. 올해 초 이 아파트 전용면적 59㎡형은 매맷값이 6억4000만원을 호가했지만 이달 들어 5억9000만원까지 떨어졌다.
이같은 전세시장 안정화 현상은 올해부터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전국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 입주예정 물량은 37만 가구다. 이는 최근 5년(2012~2016년)간 연평균 입주 물량(26만 가구)과 비교해 42%나 늘어난 수준이다. 경기도 분양물량이 12만 1966가구로 가장 많고 서울은 2만 5839가구이다. 2018년은 서울·경기도 입주 물량이 모두 늘며 42만 가구로 껑충 뛴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전셋값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입주량"이라며 "서울과 인접한 경기 지역에서의 입주량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전세물량도 늘고 과거와 같은 전셋값 폭등 가능성도 적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