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시 조례 제정 후 상법개정 움직임도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해 6월 10일 오전 서울 중구 시청 브리핑실에서 '근로자이사제'의 도입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박 시장은 근로자를 대표하는 1~2명이 이사회에 참여하는 '근로자이사제'를 서울메트로 등 15개 공사, 공단에 도입한다고 밝혔다. / 사진=뉴스1

정치권에서 대선을 앞두고 근로자이사제 도입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가 지난달 국내서 처음으로 공공기관 13곳에 우선적으로 근로자이사제를 도입했다. 성남시도 근로자이사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대선공약으로 근로자이사제 도입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논의에 불이 붙었다. 반면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은 근로이사제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근로자이사제는 근로자 대표가 이사회에 들어가 발언권과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다. 근로자 대표가 이사회에 들어가 근로자의 이익을 대변해 발언권과 의결권을 행사한다. 유럽연합(EU) 회원국 다수가 도입한 제도다. 미국에서도 일부 기업이 시행하고 있다. 독일은 기업 규모에 따라 이사회의 절반을 노동자 대표로 채우도록 법제화하고 있다.

◇서울시, 실험적으로 도입…다른 지자체로 확대 움직임

국내에서는 지난해부터 조례를 통해 근로자 이사제를 도입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해 5월 노동자 100명 이상 서울시 산하 공사·공단·출연기관 13곳에 근로자이사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달 5일 배준식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을 국내 최초의 근로자이사(노동이사)로 임명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난달 성남시 산하 출자·출연기관에 근로자이사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지자체로는 서울시에 이어 두 번째이고, 기초자치단체로는 처음이다. 성남시는 올해 상반기 관련 조례를 제정한다. 상시 노동자 50명 이상 기관에 적용하기로 해 성남도시개발공사·산업진흥재단·문화재단·청소년재단 등 4곳이 1차 대상이다.

이처럼 지방자치단체에서 근로자이사제를 조례로 도입하게 된 계기는 세계적 경기침체로 인한 기업 구조조정 확대와 노사갈등 심화다. 근로자와 기업이 협력적 파트너로 전환해 경영위기를 벗어날 기회를 새로 모색해보자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우리나라의 사회 갈등으로 인한 연간 경제적 손실이 최대 246조원에 달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정치권, 근로자이사제 쟁점화


이에 정치권에서도 근로자이사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모양새다. 김종인 더민주 의원이 발의한 상법개정안에는 우리사주조합이나 소액주주들이 추천한 각 1인을 사외이사에 선임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김 의원은 법안을 발의하면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강화하는 측면”이라고 설명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사외이사 중 1명은 근로자 대표가 추천한 인물로 선임하도록 하는 법안을 냈다. 독일처럼 근로자의 경영 참여를 보장하고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최정표 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건국대 교수)는 “기업 내부에 독립된 감사위원회를 설치하고, 이해관계자를 대표하는 이사를 참여시키면 총수의 부당한 압력이나 사익 추구 행위는 제재를 받고 경영은 투명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경영계와 여당에서는 근로자이사제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대한상의는 “회사 발전보다 근로자의 이익만 주장해 의사결정 지연과 왜곡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사주조합에만 특혜를 주는 것은 회사법의 기본 원칙인 주주평등 원칙에 위반된다”며 “사회적 시장경제 성격이 강한 유럽은 몰라도, 자유시장경제 성격이 강한 영미권과 한국에는 맞지 않는 제도”라고 주장했다.

강병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문위원은 법안 검토보고서에서 “주주의 의결권 행사를 통해 사외이사가 선임되는 점에 비춰 보면 개정안은 주주의 재산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했다.

이에 대안도 거론된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노동자의 경영 참여를 일반법인 상법에 도입하는 것은 무리”라며 “특별법을 통해 공공부문 등 특정 영역에 선별적·점진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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