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툰·공연 등으로 IP 확장…종합 문화콘텐츠 회사로 변신중
엔씨는 지난해부터 자사 대표 온라인게임 리니지를 통한 IP 확장에 나서고 있다. 리니지 IP를 통해 모바일게임 시장에 진출하겠단 전략이다. 특히 자체 개발뿐 아니라, 다른 게임사에게도 리니지 IP를 제공하는 등 영역 넓히기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모습이다.
리니지는 엔씨가 1998년에 선보인 PC온라인 다중접속 역할수행게임(MMORPG)이다. 출시한 지 3년도 안된 지난 2001년 1월 온라인게임 사상 처음으로 회원수 1000만명 돌파라는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후 리니지는 국내 RPG 역사의 한 획을 그으며 상징적인 작품으로 남게 된다.
엔씨는 리니지 성공 이후 2003년 리니지2 출시로 다시 한번 전성기를 맞이한다. 3D 그래픽이 드물었던 당시로서는 화려한 고품질 3D 그래픽을 선보이며, 유저들 눈을 사로잡았다. 이후 2008년 아이온, 2012년 블레이드앤소울 등을 연달아 흥행시킨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엔씨의 영광도 오래가진 못했다. 지난 2013년부터 게임시장이 모바일 위주로 재편되기 시작한 것이다. 엔씨는 빠르게 변화하는 게임 시장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다. 결국 지난해에는 모바일게임 회사로 변신에 성공한 넷마블에게 매출 순위 2위 자리마저 내주게 된다.
◇엔씨, 리니지 IP 통해 모바일시장 공략
엔씨는 지난해부터 모바일게임 개발 계획을 발표하며, 모바일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중국 개발사 픽셀소프트가 개발한 모바일게임 헌터스 어드벤처를 퍼블리싱해 국내에 출시하기도 했다. 엔씨는 게임 출시 약 2달 전부터 헌터스어드벤처 캐릭터가 나오는 애니메이션(26화 분량)을 유튜브와 네이버 TV캐스트 플랫폼에 선보여 고객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공을 들였다. 그러나 흥행에는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이후 엔씨는 자사의 인기 IP 리니지를 통한 모바일시장 공략에 나섰다. 엔시는 지난해 12월 모바일게임 리니지 레드나이츠를 출시했다. 리니지 레드나이츠는 리니지 IP를 활용해 엔씨가 직접 개발한 모바일 RPG다. 기존 리니지 캐릭터와는 다르게, SD 형태의 캐릭터를 기본으로 하는 캐주얼한 외관이 특징이다.
최원석 엔씨소프트 개발팀장은 “레드나이츠는 리니지 세계관을 일부 계승하지만 시작할 때부터 리니지를 모바일에 옮겨 오는 것이 아니라 모바일 RPG 유저에게 친근하게 접근했다”며 “게임 외형도 접근하기 쉬운 캐주얼한 형태로 만들었으며, 자동 전투 기반 액션 게임으로 제작했다”고 밝혔다.
리니지 레드나이츠는 출시 이후 4일 만에 양대 마켓 최고매출 1위에 오르는 등 초반 흥행에 성공했다. 이후 순위가 하락하긴 했지만, 21일 기준 애플 앱스토어 최고 매출 13위를 기록하는 등 출시 후 2개월이 지난 시점에서도 높은 인기를 구사하고 있다.
엔씨는 올해도 리니지 IP를 활용한 모바일게임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엔씨는 올해 상반기에 또 하나의 모바일 게임 리니지M을 출시할 계획이다. 레드나이츠가 리니지 전체 스토리의 ‘번외 버전’이라면, 리니지 M은 온라인 게임 리니지를 모바일로 옮겨놓은 후속작 같은 느낌의 모바일 게임이라는 게 엔씨 측 설명이다.
앞서 출시한 리니지 레드나이츠는 기존 모바일 RPG와 큰 차이가 없다는 비판을 많이 받은바 있다. 반면 리니지M은 원작 게임을 그대로 모바일로 옮겨온 작품으로, 게임 출시후 기존 리니지 유저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엔씨는 최근 리니지M 시연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공개된 영상의 분량은 짧지만, 캐릭터 묘사부터 테마 사냥터까지 원작 온라인게임의 감성을 그대로 담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상이 공개되자마자 공식 홈페이지 및 커뮤니티에서는 유저들이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엔씨, 웹툰·공연 등 문화콘텐츠 분야에도 집중
엔씨는 게임뿐만 아니라 웹툰·공연 등 문화콘텐츠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기존 인기 IP를 바탕으로 종합 문화콘텐츠 회사로 변모하겠다는 포부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게임분야 하나만 가지고는 경쟁력이 없다”며 “종합 문화콘텐츠 회사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고 밝혔다.
엔씨는 지난해 게임 IP를 이용한 웹툰 전용 서비스 ‘엔씨코믹스’를 오픈했다. 엔씨 코믹스는 게임 관련 웹툰을 볼 수 있는 IP 기반 콘텐츠 서비스다. 방문자들은 엔씨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와 배경 이야기로 구성된 다양한 웹툰을 볼 수 있다. 이미 게임별 홈페이지에서 연재된 웹툰 외 신작 웹툰도 추가했다. 엔씨는 향후 웹툰뿐 아니라 게임 관련 웹소설, 동영상, 이모티콘 등 다양한 콘텐츠를 엔씨 코믹스를 통해 선보일 계획이다.
엔씨는 웹툰뿐만 아니라 공연문화쪽으로도 게임 IP를 확장시키고 있다. 엔씨는 지난 2015년 11월 열린 ‘블레이든앤소울 월드 챔피언십’ 기간에 국내 정상의 뮤지컬 배우들과 함께 게임 ‘블레이드앤소울’ 스토리와 캐릭터를 테마로 한 뮤지컬 ‘묵화마녀 진서연’을 선보였다.
지난해 블소 월드 챔피언십 기간에는 게임 IP를 활용한 새로운 형식의 대중음악 공연을 선보였다. 엔씨는 윤상, 인기 아이돌 EXO-CBX, 레드벨벳과 손잡고 게임 블레이드앤소울 IP를 활용한 특별 콘서트 ‘아주 특별한 만남, N-POP’을 지난해 11월 부산 영화의전당 특설무대에서 대중들에게 공개했다.
해당 공연은 윤상이 음악 감독을 맡고, SM엔터테인먼트의 EXO-CBX와 레드벨벳이 직접 노래를 부르는 형식으로 꾸며졌다. 공연에서는 윤상이 블레이드앤소울을 테마로 작곡한 신곡 ‘그대는 그렇게’와 ‘크러시 유(Crush U)’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당시 윤상은 “이제 게임음악의 수준은 영화음악이나 드라마 OST를 뛰어 넘는다”며 “게임을 즐기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좋은 대중음악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크러시 유는 블레이드앤소울 속 캐릭터인 ‘포화란’의 이미지를 표현한 곡이다. EXO-CBX가 직접 라이브로 선보였다. 그대는 그렇게는 게임 속 악역인 ‘진서연’을 주제로 만들어진 솔로 발라드곡으로 레드벨벳 ‘슬기’가 직접 불렀다. 크러시 유와 그대는 그렇게는 최근 음원으로도 발매됐다.
엔씨의 약점으로는 신규 IP 부족 등이 꼽힌다. 특히 리니지에 대한 의존도가 과하다는 평이다. 모바일에 이어 PC게임에서도 리니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엔씨는 지난 2012년 블레이드앤소울 출시 이후 이렇다할 PC게임 신작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리니지 이터널을 준비하고 있지만 이 역시 리니지 시리즈의 공식 후속작이다. 리니지 IP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리니지 이터널은 리니지 세계관을 계승하는 핵&슬래시 MMORPG로, 13개의 개성 넘치는 이터널(캐릭터) 중 원하는 4종을 선택해 ‘이터널 팀’을 이루고 교체를 활용한 전투를 벌이는 것이 특징이다.
엔씨만의 조직문화도 문제다. 업계에 따르면, 엔씨는 경영기획보다는 개발팀의 힘이 강한 곳으로 정평이 나 있다.
개발자 출신인 김택진 엔씨 대표이사는 그동안 개발자 우대 정책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개발자들 사이에서도 엔씨는 게임 개발 능력을 쌓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 가야 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자신을 소개할 때 엔씨 출신임을 강조하는 개발자들도 여럿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개발자 우대 정책은 엔씨에게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대한 개발자들의 자율권을 보장해 주다 보니, 게임 개발에 있어 타 경쟁사보다 개발이 느리게 진행되는 경향이 없잖아 있다. 이번 리니지 이터널도 게임 출시가 계속 지연되다 보니, 일각에서는 게임이 엎어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리니지M의 흥행여부에 따라 엔씨의 미래가 바뀔 것”이라며 “현재도 넷마블 리니지2 레볼루션에 레드나이츠가 밀린 것에 대한 부담이 큰 것으로 알고 있다. 리니지M의 성공이 무엇보다 간절한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