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석유화학·섬유업체들, 신소재 개발에 역량 집중
국내 대표 석유화학 기업인 LG화학은 사업부 명칭에서 ‘석유화학’이라는 이름을 떼어버린 지 오래다. 대신 기초소재·전자정보소재·전지·생명과학 등으로 사업부를 나눠 소재 분야 특화기업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LG화학은 최근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탄소나노튜브(CNT) 양산에 돌입했다. LG화학은 약 250억원을 투자해 여수공장에 연간 400톤 규모의 탄소나노튜브 전용공장을 구축하고 본격적인 제품 양산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탄소나노튜브는 탄소 6개로 이뤄진 육각형들이 그물처럼 연결돼 관 모양을 형성하고 있는 물질이다. 관의 지름이 수∼수십 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에 불과해 탄소나노튜브로 불린다.
탄소나노튜브는 전선 소재로 많이 쓰이는 구리와 전기 전도율이 동일하고 열전도율은 자연계에서 가장 뛰어난 다이아몬드와 같다. 아울러 강도는 철강의 100배에 달해 기존 소재를 뛰어넘는 우수한 특성을 갖고 있다. 이러한 특성을 바탕으로, 반도체부터 2차전지, 자동차 부품, 항공기 동체의 소재까지 그 활용 영역이 무궁무진하다.
특히 최근에는 정보기술(IT) 산업 및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과 더불어 리튬이온전지의 양극 도전재 소재 등으로 탄소나노튜브의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LG화학은 이에 맞춰 기존의 분말 형태 탄소나노튜브 외에도 고객이 사용하기 편한 압축 형태의 제품을 최근 출시했고, 액체 상태의 분산액 형태 등 다양한 제품으로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철강업체인 포스코 역시 소재산업에 주목하고 있다. 포스코는 권오준 회장이 직접 리튬·마그네슘 등 고부가 소재 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비철강 부문에서도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다.
포스코는 최근 국내에서 처음으로 리튬 상업생산에 돌입했다. 포스코는 지난 7일 전라남도 광양시 포스코광양제철소에서 연 2500톤의 탄산리튬을 생산할 수 있는 8500㎡ 규모의 리튬생산공장(PosLX) 준공식을 열었다. 리튬 상업생산을 위한 독자기술을 개발한 지 7년 만이다.
포스코는 염수(소금물)에서 인산리튬을 추출한 후 탄산리튬을 전환하는 공법을 독자 개발했다. 평균 12∼18개월이 걸리는 기존 자연증발식 리튬추출법과 달리 최단 8시간에서 길어도 1개월 내 고순도 리튬을 추출할 수 있다고 포스코는 밝혔다.
포스코는 올해 신소재 개발에 4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신소재의 하나인 리튬은 최근 모바일 제품이 꾸준히 늘면서 리튬이온 이차전지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동반 급성장하는 산업이다.
효성과 코오롱도 의류용 섬유사업에서 시작해 소재기업으로의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다.
효성을 대표하는 주력제품은 스판덱스다. 2010년부터 전 세계 스판덱스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한 이후 지금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효성은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탄소섬유 ▲폴리케톤 ▲아라미드 등 신소재 3종 세트를 착착 상용화하고 있다. 이들 신소재는 모두 지난 2000년대 초반 연구개발(R&D)에 착수해 10년 이상 공을 들인 작품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폴리케톤은 고분자 신소재로 나일론 대비 충격강도 2.3배, 내화학성은 30% 이상 우수해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시장의 성장을 이끌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철 대체용인 탄소섬유는 자동차 구조제, 프레임 등 차량 경량화 소재로 사용된다. 일명 ‘슈퍼섬유’로 불리는 아라미드는 대테러 방어장비용 소재로 점차 선호도가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접을 수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의 핵심소재인 투명폴리이미드필름(CPI)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CPI는 유리처럼 투명하고 강도가 세면서도 수십만 번 접었다펴도 흠집이 나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차세대 스마트폰으로 폴더블(foldable)폰을 준비하고 있어 CPI가 핵심 소재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에 코오롱인더스트리는 경북 구미공장에 CPI 양산설비를 구축하기로 결정했고, 총 900억원을 투자해 오는 2018년 1분기까지 준공할 계획이다. 생산설비가 갖춰지면 이 사업에서 연간 2000억원의 매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산업구조가 고도화되면서 신소재에 대한 중요성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번 시장을 장악하면 오랜 기간 이윤을 낼 수 있다는 점도 소재산업의 장점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범용 제품으로는 더이상 수익을 내기 힘들다”며 “향후에도 신소재 개발 등은 꾸준히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수요산업의 경우, 수요처 확보 실패에 따른 위험부담이 크다”며 “기술력뿐만 아니라 가격 등도 중요한 변수”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