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이라도 세무조사 가능…일각에선 “탄핵 결과 이후로 시기 조절” 관측
‘최순실 게이트’ 관련해 최순실씨 일가와 주변 인물들의 탈세혐의가 점차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국세청이 과연 언제쯤 이들에 대한 세무조사에 나설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세청은 현재 최씨 일가의 재산형성 과정에서 발생한 부당이익과 탈세 혐의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조사 착수 시기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재산 10조원’?…재조사 가능한가
과거 정윤회 씨와 이혼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최씨 일가의 재산은 365억원으로 정도다. 이는 최씨의 아버지 최태민씨가 1994년 사망하면서 다섯째 부인 임선이와 세 자매에게 은밀히 나눠 준 것이다.
상속 과정에서 최씨는 1997년 세무조사를 이미 한 차례 받은 적이 있다. 최씨의 어머니 임씨가 당시 시가 16억원이나 되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단독주책(땅·건물)을 정윤회씨와 최씨에게 각각 40%와 60%로 나눠 넘겼는데 국세청에는 9억6000만원으로 매입한 것으로 신고해 4억원의 증여세가 추징된 것이다.
이 밖에도 최씨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639-11번지, 신사동 640-1번지(미승빌딩), 역삼동 812-13번지, 개포동 경남아파트, 경기 이천시 백사면 일대 임야 100만㎡ 등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최씨가 정윤회씨와 이혼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재산이 빙산의 일각일 수 있기 때문에 국세청이 재조사를 통해 최 씨 일가의 탈세를 명명백백 밝혀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일부에서 알려진 것처럼 최씨의 국내외 재산이 10조원에 달한다면 당시 세무조사는 극히 일부 재산에 한해서만 진행됐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나머지 재산이 차명으로 분산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 경우 미신고 재산이 이미 20년 가까이 지났기 때문에 세금 추징이 불가능할 수 있다.
현행법은 상속세 및 증여세의 소멸시효를 최대 15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납세자가 신고해야하는 15년 동안 국세청이 ‘무신고’ 등을 가려내지 못하면 끝내 결손으로 남게 된다. 하지만 예외조항도 있다.
▲제3자의 명의로 되어 피상속인 또는 증여자의 재산을 상속인이나 수증자가 보유하고 있거나 ▲국외에 있는 상속재산이나 증여재산을 상속인이나 수증자(증여받는 자)가 취득한 경우에는 이를 ‘안 날’로부터 1년간 세금을 추징할 수 있다. 즉 차명이나 재산국외도피 등 부정한 방법으로 인한 재산상속이 추후 발각되면 세무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문성환 회계사는 “최씨의 불법적인 재산 형성 과정에 대해 국세청이 재조사 등 세무조사를 나서는 데 있어서 법적인 하자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국세청 굼뜬 이유, 탄핵심판 선고 보고 판단?
국세청이 마음만 먹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최씨에 대해 세무조사를 나설 수 있는 여건이지만, 지금까지는 최씨 일가와 관련한 주변 정보를 입수하는 수준으로 세무조사 착수 등 공식적인 행동에는 나서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세청도 공식 세무조사 착수 여부와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세무당국 안팎에서는 국세청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 결정을 지켜보고 움직여도 늦지 않다고 판단해, 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세청이 최씨 일가의 세무조사 착수 여부나 속도 등과 관련해 불편한 시선을 받는 것은 다른 이유도 있다. 최씨가 소위 마음에 들지 않는 기업들에게 본떼를 보여주기 위해 국세청 세무조사를 협박내지 보복용 무기로 사용한 정황들이 속속 드러났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특검에서 입수한 ‘고영태 녹취록’에서 최씨가 국세청장 인사에도 개입하려고 시도한 정황도 나왔다.
이에 국세청이 일련의 의혹들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최씨 일가 등에 대한 세무조사 착수 여부를 공개하고 적극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원구 바른정당 의원은 지난 14일 국세청 업무보고에서 “최순실의 국정농단과 관련한 재벌들의 상속세 포탈을 조사해 발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세무사는 “국세청 세무조사는 통상 비공개로 진행되는데 최씨 사건 등은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기본적인 정보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