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극장 3사 점유율 97.1%…새로 진입할 'NEW'의 메기효과 주목

밀정의 600만 관객 돌파를 앞둔 지난해 9월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영화관에서 시민들이 영화시간을 기다리는 모습. / 사진=뉴스1

최근 영화진흥위원회가 100페이지에 달하는 ‘2016년 한국영화산업결산’ 보고서를 내놨다. 영진위는 배급사별 점유율, 한해 영화관객 등 기본 통계들을 취합해 매해 이맘 쯤 보고서를 내놓는다. 다만 올해는 몇 가지 특징이 엿보인다. 특히 ‘시장집중도’ 분석이 눈길을 끈다. 스크린 독과점 논란과 야권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 발의 등 이슈가 잇따르자 영진위가 직접 통계분석에 나선 셈이다. 본지는 3회에 걸쳐 시장집중도와 관련해 보고서에서 드러나는 쟁점을 소개하고 이를 다시 비판적으로 분석해볼 계획이다. [편집자주]

"어떤 기준에 의하더라도 한국영화 상영시장이 소수의 기업에 매우 집중된 시장임을 확인할 수 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최근 내놓은 산업결산 보고서에 적혀 있는 내용이다. 국내 극장업계가 대기업 멀티플렉스 3사에 의해 완벽히 지배되고 있다는 얘기다. 역시 대기업들이 주도하는 투자배급시장은 이와달리 독과점 해소국면에 들어섰다. 소수 기업 집중률이 줄어들어서다. 할리우드 투자배급사가 국내 영화를 본격 배급하자 일어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일단 눈길을 끄는 항목은 국내 3대 멀티플렉스(CJ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의 매출점유율 합계다. 영진위는 CJ CGV(이하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와 기타 독립극장들의 연간 매출액을 활용해 각 극장별 점유율을 산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CGV가 2013년부터 4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시장점유율은 49.7%다. 2014년과 2015년에는 50%를 넘겼었다. 계속 50% 안팎의 압도적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2위 롯데시네마도 지난해 점유율 30%를 넘겼다. 2013년에는 28.4%였다. 3위 메가박스의 점유율은 17.3%였다. 이에 따라 지난해 상위 3사의 매출액 점유율은 97.1%에 달했다. 독립극장의 점유율은 2013년 3.9%에서 지난해 2.9%로 되레 줄었다. 벼룩의 간조차도 잃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대선을 기점으로 이른바 경제민주화 논쟁이 커졌지만 이 사이에 극장업계는 ‘3사 지배’의 형태가 고착화된 셈이다.

영진위는 보다 명확한 판단을 위해 또 다른 방식의 지수도 활용했다. 허핀달-허쉬만지수(HHI)다. 영진위 산업정책연구팀은 보고서에서 “HHI값이 클수록 집중도가 높은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 미국의 경우 통상 1500 밑이면 집중되지 않은 시장, 1500부터 2500 사이면 다소 집중된 시장, 2500을 넘으면 매우 집중된 시장으로 본다”며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도 기업결합심사기준에서 1200, 1200에서 2500사이, 2500 이상으로 대략 기준을 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국내 극장업계의 HHI지수는 얼마일까? 영진위 측은 “HHI지수를 확인해보면 상영시장 집중도를 더 명확하게 알 수 있는데 최근 4년간의 HHI지수값이 모두 3500을 넘어서 어떤 기준에 의하더라도 소수 기업에 매우 집중된 시장임을 확인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2500이 넘으면 매우 집중된 시장이라는 게 미국의 기준인데, 3500을 넘어선 셈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영화산업서 극장과 쌍끌이로 가는 투자배급시장은 되레 독과점 해소국면에 있다는 점이다. 극장 3사를 운영하는 CJ와 롯데, 메가박스 모두 투자배급사 시장에도 진출해 있다. CJ는 CJ E&M과 CGV아트하우스가 모두 배급을 하고 있다. 롯데는 롯데엔터테인먼트, 메가박스는 플러스엠이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 설 연휴기간 경쟁한 공조와 더킹. 서울시내 한 멀티플렉스에서 관객들이 전광판을 보는 모습. / 사진=뉴스1

영진위 측은 이 시장의 독과점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매출 상위 3개 사업자(CR3), 상위 5개 사업자(CR5), 상위 10개 사업자(CR10)의 점유율 합계를 살펴보는 방식을 먼저 택했다.

자세히 살펴보면 지난해의 변화가 단연 도드라진다. 지난해 1위 배급사 CJ E&M의 점유율은 17.1%였다. 2013년~2015년 사이에는 21.2%~24.6%를 넘나들었다. 상위 3개 배급사 점유율은 43.4%로 2015년(51.4%)보다 크게 줄었다. 상위 5개 배급사 점유율 합계 역시 69.8%서 63.7%로 감소했다. 집중도가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 셈이다.

HHI지수를 살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지난해 전체영화 배급사별 매출액 기준 시장점유율로 살펴본 HHI지수는 1054였다. 2015년 1268보다 크게 줄어든 수치다. 같은 지수가 3500에 달하는 극장과 비교하면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범위를 한국영화 배급사별 매출액 기준으로 좁혀보면 HHI지수가 1838로 높아진다. 다만 이 역시 2013년(2368), 2014년(2149), 2015년(2881)에 비하면 크게 줄어든 수치다.

동력은 단연 메기효과 덕이다. 시장에 새로 진입한 참여자가 판을 뒤흔들고 있다는 이야기다.

지난해 영화산업 최대 사건은 단연 ‘해묵은 4강체제’의 균열이다. 2009년 이후 CJ E&M과 쇼박스, NEW, 롯데엔터테인먼트가 구축해온 투자배급업계 구도가 근본적으로 뒤흔들려서다. 외자(外資)사인 워너브러더스와 20세기폭스의 공습 때문이다.(관련기사: [국경 없는 콘텐츠]① 워너‧폭스 동맹, 판 흔들다)

워너브라더스 코리아가 국내에 첫 투자‧배급한 영화 ‘밀정’은 최종관객 750만명을 불러 모았다. 20세기폭스 코리아가 내놓은 ‘곡성’은 최종관객 688만명을 동원했다. 워너코리아의 경우 국내 투자배급시장 데뷔 첫해에 점유율 5위를 기록했다. 단 한편의 한국영화를 배급하고 거둔 성적이다. CJ E&M은 지난해 16편의 한국영화를 시장에 내놨다.

한 영화업계 관계자는 “극장과 배급 간 엇갈린 결과를 보니 유력한 경쟁자가 시장에 나타나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며 “(배급시장의 경우) 좋은 시나리오를 선점하는 등 전체적으로 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 같다”고 전했다.

압도적 독과점이라는 현실이 명확히 드러난 극장업계에도 메기효과가 나타날지 여부는 올해 업계의 가장 큰 관심사다. 국내 4대 투자배급사 중 하나인 NEW는 6개관 790석 규모를 갖춘 경북 경주 보문점(지티랜드 內)을 시작으로 멀티플렉스 극장 씨네스테이션Q를 오는 5월부터 잇달아 개장한다. NEW는 경북 구미, 충북 충주연수, 전남 목포남악 등 지방권에서 입점을 시작해 서울 신도림과 경기 진접까지 점진적으로 수도권에 상륙하겠다는 계획이다. NEW의 대표는 메가박스 탄생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김우택 대표다.

지난해 NEW에 대한 취재과정서 기자와 통화했던 한 영화제작자는 “김우택 대표와 NEW는 (영화배급에 그치지 않고) 엔터테인먼트산업 전반을 아우르겠다는 목적 자체가 분명하다”고 전했다.

전망은 엇갈린다. 서형석 골든브릿지투자증권 연구원은 “(씨네스테이션Q의) 객관적인 경쟁력은 미약하다.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한 추가 사이트 구축은 필수적이다. 경쟁이 치열하고 포화 상태로 인식되는 국내 멀티플랙스 영화관 진출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우려와 기대가 공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NEW의 성과에 따라 국내 극장시장에도 메기효과가 나타날지 여부가 드러날 전망이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