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대표소송·전자투표제 합의…다음 논의로 사외이사 규제 유력
재계가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상법개정안에 대해 여당 내에서 ‘일부는 때가 됐다’라는 분위가 확산되고 있어 2월 임시국회에서 어느 범위까지 통과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여야가 합의한 것으로 알려진 다중대표소송제와 전자투표제 의무화 외에 감사위원회 분리선출, 집중투표제의무화, 사외이사 선임 규제 강화, 자사주 규제 등이 그 대상이다.
13일 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집권여당인 자유한국당(옛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바른정당 등 여야 4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다중대표소송제와 전자투표제 의무화 등 2가지 법안을 2월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사실상 합의했다.
다중대표소송제는 모회사 지분을 1% 이상 소유한 주주가 자회사 경영진의 불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전자투표제 의무화는 인터넷 등 온라인 방식을 통해 주총 현장에 가지 않고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다.
재계는 다중대표소송제의 경우 소송남발과 모자(母子) 회사의 법인격이 무시된다는 이유로, 전자투표제 의무화는 악의적 루머에 의한 투표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 줄곧 반대입장을 표명해 왔다.
감사위원회 분리선출, 집중투표제의무화, 사외이사 선임 규제 강화, 자사주 규제 등 4가지 상법개정안은 현재 여야 원내수석부대표부에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앞서 2가지(다중대표소송제와 전자투표제 의무화) 외에 합의안이 또 나올 수도 있다”고 밝혔다.
복수의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여야가 다중대표소송제와 전자투표제 의무화 다음으로 협의를 진행하는 상법개정안은 ‘사외이사 선임규제 강화’ 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제도는 우리주조합이나 소액주주들이 추천한 각 1인을 사외이사로 선임할 수 있는 규정이다.
현행 사외이사제도는 이사회에서 선출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에 ‘대주주의 거수기 역할에 불과하다’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더민주 관계자는 “사외이사 선임 규제 강화의 경우도 여야가 협의를 진행하려고 했지만 아쉽게 무산됐다. 법사위가 열리면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원내에서 가장 많은 의석수를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이 13일 상법개정안의 2월 임시국회 처리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이날 현안 브리핑에서 “이사회 독립성 확보를 위한 감사위원 분리 선출, 소액주주 권한 강화를 위한 집중투표제, 다중대표소송 도입 등은 촛불이 명령한 재벌개혁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들”이라며 “월 임시국회 상법 개정안 통과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야당 일각에서는 "합의에 실패하면 의석수로 밀고 나갈 수도 있다"며 상법개정안에 대한 원내지도부의 의지가 여느 때와 다름을 시사했다.
한편 이날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상법개정안의 다섯 가지 쟁점에 대한 검토의견’ 자료에서 “민주당이 제기한 상법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경제민주화 달성보다는 해외 투기자본의 놀이터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아울러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역시 이날 상법개정안이 국제 투기자본의 경영권 위협 우려가 있다는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