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임 2기 맞아 포스코 체질 개선…정경유착 고리 끊기에도 전념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지난 1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2017 철강업계 신년인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포스코 체질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권오준 체제 1기에서 철강 본원경쟁력 강화에 집중했다면 2기를 맞아 비철강부문을 강화해 미래 먹거리 찾기와 정경유착 고리 끊기에 전념하고 있다. 

 

권오준 회장은 3월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2번째 임기를 시작한다. 권 회장 행보를 보면 이전과 다른 경영 방식을 예고하고 있다. 우선 포스코 내 최고운영책임자(COO) 자리가 생겼다. 그간 권 회장이 포스코 내 철강사업을 직접 챙겼지만 앞으로는 COO에게 이를 일임한다. COO에는 철강 마케팅 전문가 오인환 사장이 임명됐다.

◇권오준 회장, 비철강부문에 집중

권 회장은 미래 먹거리 발굴과 비철강 부문 개혁 등 그룹 전반의 경영에 집중한다. 오인환 사장은 그룹 주력 사업인 철강 부문을 담당한다. 오 사장은 2014년 권 회장 취임 당시 꾸려진 ‘혁신 포스코 1.0 추진반’ 내 철강 부문을 담당했던 인물로 권 회장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권 회장이 지난 3년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거치며 철강사업 경쟁력과 재무 안전성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는 판단에서 철강 부문과 비철강 부문을 분리했다. 포스코는 지속적인 시황부진 속에서도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를 늘리며 지난해 영업이익률 10.8%(개별 기준)를 기록했다. 포스코가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기는 2011년 이후 5년만이다.


다만 철강 외 무역·건설·에너지 등 사업에서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이는 만큼 앞으로는 권 회장이 이 부분에 모든 역량을 쏟는다는 방침이다. 미래 먹거리 찾기도 권 회장의 몫이다. 권 회장은 신소재 중에서도 리튬을 특히 밀고 있다. 최근 광양제철소 내 연산 2500톤 규모의 리튬 생산 공장을 국내 최초로 준공하기도 했다.

리튬은 스마트폰·노트북·전기자동차 배터리 등 제작에 사용되는 2차전지의 주원료다. 포스코는 리튬을 비롯한 신소재 개발에만 올해 4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2500톤 탄산리튬은 약 7000만개 노트북용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그동안 국내 2차전지 제작업체들은 국내 리튬 공급사가 없어 전량 수입에 의존했으나 이번 포스코의 리튬 생산으로 원료 수급에 숨통을 트일 수 있게 됐다.

포스코는 리튬 생산 공장을 국내 최초로 준공한 데 이어 2차전지 핵심소재 사업에도 수천억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지난 10일 권 회장은 경북 구미시 포스코ESM 양극재 공장을 찾아 “이곳에서 생산하는 양극재는 포스코 2차전지 소재 사업에서 필수적인 부분”이라며 “양극재 사업에 2020년까지 3000억원을 추가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포스코ESM은 전기차, 노트북, 휴대전화 등 휴대용 정보통신(IT) 기기의 배터리인 2차전지 제작에 사용되는 양극재를 생산하는 회사다. 그동안 일반 양극재만 판매해왔지만, 지난달부터 저속전기차용 고용량 양극재인 ‘PG-NCM’ 양산에 성공해 LG화학에 납품하고 있다.

권 회장은 2차전지 소재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 각국에서 친환경 정책을 내놓으면서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산업용 에너지저장장치(ESS), IT용 대용량 배터리 등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 2차전지 시장 규모는 지난해 293억달러(약 33조7000억원)에서 오는 2020년 442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권 회장은 2차전지 소재 사업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포스코가 본업인 철강을 생산하며 고온의 환경에서 각종 소재를 가공해낸 기술 노하우를 믿고 있다. 여기에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의 리튬, 니켈, 티타늄, 탄소소재 등 각종 신소재에 대한 30여년간의 연구 결실이 더해지면서 성장동력에 가속도가 붙게 됐다.

◇정경유착 고리 끊기에 전념…라이벌들도 제거

권 회장은 미래 먹거리 찾기외에도 정경유착 고리 끊기에 나서고 있다. 포스코는 최근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하면서 자체적으로 후계자 육성 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 관계자는 “COO 체제 도입은 경영자 훈련 프로세스 활성화 방안의 일환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는 정치권 낙하산을 견제하려는 포스코의 선전포고로 해석된다. 역대 포스코 회장들은 대개 연임에 성공했지만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각종 구설에 오르며 불명예스럽게 퇴진하기도 했다. 공기업으로 출발한 포스코가 민영화된 지 17년이 다 됐지만 여전히 정부의 입김에서 벗어나지 못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권 회장은 이번 인사를 단행하면서 회장 연임 라이벌로 꼽혔던 인사들을 주요 요직에서 물러나게 했다. 권 회장 선임 당시 권 회장과 경쟁했던 김진일 사장은 퇴임했다. 유력한 회장 후보로 거론됐던 황은연 사장도 포스코인재창조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를 두고 좌천이라는 시각이 강하다. 포스코인재창조원장 자리는 지금껏 전무급 인사들이 있었던 자리였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차기 회장직을 두고 경쟁했던 황 사장이 인재창조원장으로 좌천됐다”고 밝혔다.

권 회장 2기 체제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긍정과 부정적 시각을 동시에 보인다. 라이벌들을 제거한 만큼 권 회장 체제가 탄탄해 졌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다만 비철강부문에 집중하겠다는 권 회장의 의지가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낼 것인지에 대해서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이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다 어려움에 빠졌다”며 “포스코가 잘하는 철강부문에 집중하는 것이 비철강에 대한 투자보다 좋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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