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투자업계 "오너의 비정상적 경영권 프리미엄 제거…기업 주가 상승 기대"
2월 임시국회에서 경제 민주화 법안 처리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논란이 심화되고 있다. 재계에서는 대기업들의 경영권이 위협받고 외국 투기자본의 손쉬운 먹잇감이 되는 길을 열어줄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하지만 증권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입법이 주가를 상승시킬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대기업 지배구조와 경영의 투명성을 높여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완화함으로써 지금까지 저평가된 주가가 정상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경제민주화 법안은 상법개정안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등을 포괄적으로 묶어 지칭하는 개념으로 주요 내용은 소액 주주 권리 보호와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이다.
현재 국회에 상정된 상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감사위원 분리선임과 대주주 의결권 3% 제한, 집중투표제 의무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우리사주조합의 사외이사 후보추천권부여, 전자투표제 의무화 등 5가지로 요약된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서는 기존 순환출자 해소와 자사주 의결권 행사 제한 등이 포함된다. 지난 주말 여야4당 법제사법위원회 간사단 회동으로 이 가운데 전자투표제와 다중대표소송제의 통과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전자투표제·다중대표소송제 통과 가능성 높아…일각에선 우려도
전자투표제는 주주가 직접 주총에 참석하지 않더라도 온라인 상으로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경제민주화 법안 중에서도 여야 간 이견이 없어 통과 가능성이 높은 법안이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향후 전자투표제 도입은 의무화된다. 기존에는 전자투표제를 도입할지 여부를 이사회 결의로 정했다.
다중대표소송제 도입도 통과 가능성이 높은 법안으로 꼽힌다. 다중대표소송제는 모회사 소수 주주가 자회사 경영진을 상대로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국내 대기업들이 지금까지 보였던 행태 대로 특정 자화사에 일감이나 이익을 몰아주는 경우 이에 피해를 입은 모회사 주주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경제민주화 법안에 우려도 나타내고 있다. 특히 대한상공회의소와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주로 재계 쪽에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경련 산하 단체인 한국경제연구원은 현재 검토 중인 상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한국 기업들이 투기자본의 놀이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에서도 한국이 기업하기 힘든 환경이 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개정안이 소액주주 보호에 목적을 두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외국의 거대 투기자본에 의해 악용될 수 있기 때문에 소수주주에게 피해가 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도 국내 기업의 가치 성장에 역행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증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주가 상승 가능성 기대감 확대
재계와 관련 연구단체에서 우려를 나타내는 반면 증권투자업계에서는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는 국내 기업 지배구조 문제가 해소되면 주가도 재평가될 것이란 기대감이다.
국내 기업들은 이익 증가가 주가상승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가별 주가상승률을 풀어보면 한국 상장기업들의 이익은 20% 증가한 반면 코스피 상승률은 3%에 그쳤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은 이 차이가 적거나 수익률에 비해 주가 상승률이 높은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화탁 동부증권 연구원은 "한국기업의 지배구조상 특성인 지나친 경영권 프리미엄은 코리아디스카운트로 이어진다"며 "개혁법안의 통과는 오너가의 비정상적인 경영권 프리미엄 하락으로 코리아디스카운트를 완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되고 있는 지주회사 주가도 상승할 전망이다. 국내 재벌기업들은 통상 오너가 적은 지분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를 보인다. 이 때문에 기업 이익과 오너 가문의 이익 사이에서 방만한 경영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은 상황이다.
그러나 다중대표소송제와 전자투표제 등 경제민주화 법안 도입으로 지주회사 주주들이 자회사이 방만한 경영에 제동이 걸릴 수 있어 지주회사 주가가 재평가될 전망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으로 지주회사 주주들이 자회사 경영진을 적극 감시하고 책임을 직접 추궁하게 되면 그룹 전체적으로 경쟁력 등을 끌어올리는 순기능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며 "지주회사 역할 측면에서 지분가치에 대하여 경영권 프리미엄 가치가 상승할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지주회사 기업가치 상승에 일조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