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1차 때완 상황 달라 문제 없어”…추가 증거 확보 여부가 중요
특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재소환 조사하며 사실상 구속영장 재청구를 위한 막바지 작업에 돌입했다.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 후 영장을 재청구하려 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자 곧바로 이재용 부회장 압박에 들어간 것이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수사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13일 이재용 부회장을 뇌물공여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재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지난달 12일에 이어 한 달 만이다. 당시 첫번째 소환 조사에서 특검이 제출한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은 법원에서 기각된 바 있다.
이날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소환 조사는 기존 특검의 목표와 차이가 있다. 특검은 이재용 부회장 영장 재청구 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대면 조사를 먼저 하려했다. 영장 기각 당시 사유 중 하나가 돈을 받은 인물에 대한 조사가 없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 측이 대면조사를 사실상 거부하며 진척이 보이지 않자 곧바로 이재용 부회장 소환 조사에 들어갔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영장 재청구 여부는 15일쯤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선 뇌물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 없이도 영장 청구가 가능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처음 영장을 청구할 당시완 상황이 다르단 것이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현재 상황을 보면 특검이 대면조사를 안 한 게 아니라 대면조사를 받는 쪽이 조사를 피하는 게 명백한 사실”이라며 “판사가 대면조사를 안했다는 이유만으로 영장을 기각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은 지난 주 부터 대통령 대면조사를 위해 노력했지만 사실상 벽에 막힌 상태다. 결국 9일로 청와대 경내에서 비공개로 진행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으나 청와대는 언론 보도를 통해 이 사실이 공개됐다며 조사를 거부하고 있다. 1차 특검 기간이 2주일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어서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가 아예 불가능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특검이 대통령 대면조사를 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인 면이 인정될 수준이기에 뇌물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대통령 대면조사가 없었다고 영장을 기각할 순 없을 것이란 게 법조계 공통된 의견이다.
특검이 영장 재청구 성사 여부는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보단 추가 증거 확보가 중요하다. 또 한번 영장 청구에 실패하면 타격이 불가피한 특검이 재청구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은 그만큼 자신 있는 증거를 및 진술을 확보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특검은 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 후 오로지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해 뇌물죄 혐의를 입증할만한 증거를 상당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 부회장 소환조사 하루 전 장충기 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는 등 이번 사태와 관련한 거의 모든 주요 삼성 관계자에 대해 보강수사를 벌였다.
또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수첩으로부터 박근혜 대통령이 이재용 부회장 지원을 지시한 내용과 공정거래위원회 외압을 통해 삼성그룹을 도운 정황 등을 확보했다. 특히 이 중 공정위 관련 부분이 결정적 증거로 꼽힌다. 특검은 수사를 통해 공정위가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삼성이 삼성SDI가 삼성물산 주식 1000만주를 처분해야한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가 청와대 지시로 500만주로 줄이도록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결정은 삼성이 최순실 모녀 회사에 35억 원을 송금한 후 이뤄진 것이어서 1차 영장 청구에서 지적받았던 대가관계와 부정청탁의 연관성 부분을 보강해 줄 것으로 특검은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관계자는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삼성은 순환출자를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500만주를 처분한 것”이라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관련된 순환출자 해소 과정에서 어떠한 특혜도 받은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특검은 13일 정례브리핑에서 “향후 모든 관계자들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서 구속영장 청구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며 삼성 수뇌부 추가 영장청구 가능성을 내비쳤다. 특검은 최지성 부회장, 장충기 사장, 박상진 사장, 황성수 전무 등 4명을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