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허용 방향은 유지…차기 정부·공정위 판단이 관건
미래창조과학부가 결국 케이블(SO) 지역 사업권을 폐지하는 계획을 미뤘다. 13일 미래부가 발표한 ‘유료방송발전방안 후속 법령 개정’ 자료에서 지역 사업권 폐지 관련 내용은 아예 빠졌다. 이에 대해 관련 업계에선 미래부가 논란을 피하기 위해 일단 논쟁이 많은 부분을 법령 개정안에서 뺀 것으로 보고 있다.
미래부는 유료방송발전방안 발표 후 두 차례 공청회와 기관별 토론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지역 사업권 폐지를 2020년까지 미루기로 했다. 지역 사업권 폐지는 지난해 10월 나온 유료방송발전방안에 담긴 후 케이블 업계와 일부 이동통신 사업자, 시민단체, 정치권이 반대하는 뜻을 밝혀왔다.
그러나 2020년이 됐을 때 지역 사업권 문제가 다시 논의될 수 있을 지는 불투명하다. 정권 실세 문제로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 탄핵 심판이 진행되고 있고 조기 대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당장 올해 안에 새 정부가 탄생할 경우 미래부 계획이 변경될 가능성도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래부가 논란이 될 사항을 비껴간 것 같다”면서 “2020년까지 지역 사업권 폐지 문제를 미뤘지만 그 때까지 또 어떻게 될지 모른다”라고 분석했다. 다른 업계 고위 관계자는 “SO 사업자들이 강하게 반대해 결국 추진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료방송발전방안에 SO의 지역 사업권 폐지가 담긴 논리 중 하나는 이동통신사와 SO간 인수합병(M&A)을 가능케 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지난해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하겠다고 심사 신청을 했을 당시 공정거래위원회 결정과 관련이 있다.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IPTV 법) 상 IPTV 사업자가 타 유료방송 사업을 겸영하는 행위에 대한 제한은 없다. 그러나 공정위는 CJ헬로비전 사업 권역 내에서 CJ 점유율과 SK텔레콤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 점유율을 합산해 합병 법인이 지역시장을 독점할 우려가 있다며 인수를 불허했다.
일각에선 이 때문에 SO가 전국 사업자가 될 경우 인수합병이 수월해지리라 예상했다. 하지만 SO업계는 지역 사업권역을 폐지할 경우 소규모 SO 업체를 인수한 이동통신사가 대대적인 마케팅을 통해 지역 유료방송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결과적으로 이번 법령 개정 계획에서 이 부분은 빠졌다. 오히려 SO가 지역채널을 복수로 운영할 수 있도록 방송법을 개정해 SO 사업의 지역성이 강화된다.
대신 이동통신사와 SO가 동의하는 양 업계 간 인수합병(M&A)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은 그대로였다. 미래부 자료에는 방송법 시행령 제 4조에서 위성의 SO지분 또는 주식 보유를 33%로 제한하는 규정을 폐지하는 것으로 돼있다. KT는 자체적으로 IPTV 서비스 올레tv를 운영하고 있고 위성사업자인 자회사 KT스카이라이프를 보유하고 있다.
미래부는 “현행 방송법 시행령에는 위성사업자의 케이블 사업자 지분 소유를 33%로 제한하는 규제가 유일하게 남아있다”면서 “하지만 규제일원화 원칙에 따라 이를 폐지하여 유료방송사업자 간의 지분소유 규제는 모두 폐지한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이번 계획이 실행되면 방송법과 방송 관련법, 시행령 상 IPTV 사업자인 이동통신사가 SO를 인수합병하는 데 걸림돌은 사라진다.
다만 공정위 판단과 정치 변수에 따라 인수합병 시장은 달라질 수 있다. 공정위가 앞으로 이통사의 SO 인수에 대해 지난해와 다른 판단을 내리는 데 부담을 느낄 수 있다. 국회에선 IPTV법을 기존 통합방송법에 추가해 방송 관련법을 통합하고 규제를 일원화하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국회가 현행 방송법대로 규제를 일원화하면 타 방송사업자처럼 IPTV도 SO 지분을 33% 초과 소유할 수 없게 된다.
한 미디어 전문가는 “이동통신사들은 SO 인수합병에 대한 확실한 기준이 생겨야 케이블 인수를 추진하든가 포기하든가 할 것”이라며 “현재 정치 문제로 통합방송법 논의가 미뤄지고 있는데다 정권이 바뀌면 현 정부 계획에 대해 수정이 가해질 수 있어 앞으로 인수합병 시장이 어떻게 된다고 당장 전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편 미래부는 이번 계획에 대해 오는 28일 공청회를 열고 의견을 수렴한 다음 3월 27일 내로 입법 예고를 마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