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신한·KB·하나금융 호실적 은행이 견인…부실 대출 늘어나면 지주사도 치명타
국내 금융지주사의 은행 의존도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지주 당기순이익에서 은행 순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년보다 되레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실적은 대부분 가계·기업대출 이자에서 발생하고 있어 경기악화로 인한 은행 실적 악화가 곧바로 지주 전체 실적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 KB금융, KEB하나금융지주 등 국내 대표 3대 지주사가 기록한 지난해 순이익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일제히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2조774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 보다 17.2%(4076억원) 올랐다. 신한은행 당기순이익은 1조9403억원이다. 전년대비 30.2% 올랐다.
지난해 신한금융 순이익에서 은행 순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69.9%로 나타났다. 2015년(62.9%)보다 7%포인트나 높아져 은행 쏠림현상이 커졌다.
KB금융은 지난해 2조1436억원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 2조원을 돌파하며 5년만에 최대 순익을 거뒀다. 전년보다 26.2% 증가했다. 반면 KB국민은행 당기순이익은 964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보다 12.9% 감소했다. 4분기에 2800여명이 대규모 희망퇴직을 신청하며 2000억원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KB금융 당기순이익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44.9%를 기록했다. 전년(65.1%)보다 20.2%포인트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는 희망퇴직비용 8072억원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일시적으로 발생한 희망퇴직비용을 감안하면 KB금융 수익 중 은행 수익 비중은 68.1%로 높아진다. 2015년보다 3%포인트 높아져 KB금융도 은행 쏠림 현상이 커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희망퇴직 비용을 제외하는 경우 연간 당기순이익은 1조4610억원이다. 전년보다 9.8%(1,302억원) 늘어난다"며 "4분기에 인식한 희망퇴직 비용 총 8072억원은 비용절감 효과로 향후 3년에 걸쳐 모두 회수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전했다.
하나금융의 은행 수익 쏠림 현상은 다른 지주사보다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하나금융 당기순이익은 1조3451억원이다. 2012년 이후 연간 실적으론 최고 수준이다. 전년보다 47.9% 늘었다. 외환은행과 성공적으로 전산을 통합하며 통시너지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하나은행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조3872억원이다. 전년 4210억원보다 229.5% 증가했다. 이에 은행 수익이 지주 수익을 넘어서게 된다. 은행 순이익이 지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3.1%를 차지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통합 시너지가 영업활동으로 이어지며 핵심저금리성예금이 전년말 대비 15.1% (6.1조원) 증가했다. 소호대출을 포함한 중소기업대출과 가계대출이 전년말 대비 각각 6.4%(4조원), 8.4%(7.4조원) 늘었다"며 "대출 포트폴리오 질적 개선이 이뤄져 은행 당기순이익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주사 실적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비은행부문을 키워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은행 실적은 대출 증가에서 나왔다. 그만큼 금리 인상, 경기 불황 지속 등 외부적 영향에 따라 은행 실적 악화는 지주사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신한은행 원화대출금은 184조559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4.4% 늘었다. 특히 가계대출은 93조6280억원으로 전년보다 6.3% 상승하며 은행 이자이익을 끌어올렸다. 기업대출은 우량 중견 비외감기업 대출 증가로 2015년보다 2.5% 증가했다.
KB금융도 지난해 대출 규모가 늘었다. 국민은행 원화대출금은 지난해 말 기준 220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말보다 6.4% 늘었다. 가계여신은 지난해 123조1000억원을 기록해 전년말보다 6.8% 증가했다. 기업여신도 97조4000억원으로 전년말보다 5.9% 늘었다.
하나은행도 2015년보다 원화대출금이 대폭 확대됐다. 178조709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보다 2.7%씩 증가했다. 가계대출 규모는 2015년보다 8.4% 증가했다. 중소기업대출은 2015년보다 8.4% 증가했다.
은행 관계자는 "은행 대출 증가로 이자이익이 늘면서 지주 전체 실적을 끌어올렸다"며 "가계대출 규모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해 부실화하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 또 비이자수익 비중을 늘리는 등 수익성을 다변화도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