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비리에 크루즈 품질 문제 불거져…고객 충성도 떨어지면 실적저하 필연적

한국GM에겐 '번지점프' 같은 일주일이었다. 끊임없이 터지는 사건·사고에 한국GM 평판이 연일 하한가를 쳤다. 한국GM 노조가 비정규직을 상대로 이른 바 ‘정규직 장사’를 벌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한국GM에 대해 비난이 쏟아졌다. 

여기에 한국GM이 준중형 세단 올 뉴 크루즈에 불량 에어백을 탑재했다는 사실을 알고도, 생산 라인을 바로 중단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노사 문제와 품질 불량이라는 겹악재에 소비자 불신까지 심화되며, 한국GM이 완성차사 간 치열한 초반 경쟁 레이스에서 후위 주자로 밀려나는 모양새다.

◇ 노조는 ‘불법’ 자동차는 ‘불량’

“노조가 춥고 배고프다는 건 옛말이다. 한국GM 노조는 철저한 ‘갑’이다.”

지난해 2월 한국GM 부평공장 앞에서 만난 협력사 한 직원은 “한국GM 노조가 회사에 임금인상 및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작 같은 노동자인 비정규직에게는 ‘황제 행세’를 하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1년 뒤 노조 내 쌓인 적폐의 실체가 공개됐다. 인천지검 특수부(김형근 부장검사)는 업무방해 등 혐의로 노사 부문 전 부사장 전모(58)씨 등 한국GM 전·현직 임원과 간부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7일 밝혔다. 또 근로기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정씨 등 전·현직 노조 간부 17명을 붙잡아 9명을 구속 기소하고 나머지를 불구속·약식 기소했다.

한국GM 전·현직 임원들은 2012년 5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하청업체 직원을 생산직 정규 직원으로 채용하면서 노조가 건넨 명단에 있는 이들의 서류전형·면접 점수를 조작하는 방법으로 부정 합격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한국GM 전 노조간부 집을 압수수색하던 중 화장실 천장에서 발견한 돈뭉치. / 사진=인천지검
정씨 등 노조 간부들은 2012년부터 지난해 4월까지 채용 브로커로 활동하며 400만원에서 최고 3억3000만원을 받고 하청업체 직원들을 한국GM의 정규직으로 전환해 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한국GM 전 노조지부장 정모(55)씨 집을 압수수색하던 중 랩으로 감싼 돈뭉치 4억원이 정씨 화장실 천장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정씨의 차 트렁크에서도 현금 5000만원이 나왔다. 그는 납품업체들로부터 뒷돈 5억6000만원을 받고 하청업체 직원 3명에게서 정규직 전환·채용 대가로 25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구속 기소됐다.

한국GM 노조 비리가 가라앉기도 전 자동차 품질문제까지 불거졌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올 뉴 크루즈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했다. 에어백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품질문제 발견으로 인한 생산 중단은 드물지 않게 일어났다. 문제는 한국GM이 올 뉴 크루즈 에어백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사전 인증 테스트에서 에어백이 충돌과정에서 에어백이 찢어져서 전개되는 결함을 발견했지만, ‘노조 눈치’ 탓에 생산을 강행했다는 것이다.

10일 한국GM 전(前) 생산직 관계자는 “노조에게 예정된 (크루즈) 물량을 적시에 공급하지 않을 경우 노사 갈등이 유발될 수 있는 탓에 생산을 강행한 것”이라며 “결국 노사 모두 소비자 안전은 등한시 한 것이다. 양산이 늦어지더라도 문제가 발견됐을 당시부터 투명하게 해당 사실을 알렸어야 한다”고 밝혔다.

◇ “믿고 샀는데…” 등 돌리는 ‘쉐슬람’

한국GM은 올 뉴 크루즈 생산라인을 다음 주 중 재개한다는 입장이다. 즉, 고객들에게 차량을 적 시인도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또 이는 품질 문제 은폐가 아닌 수정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오히려 올 뉴 크루즈의 안정성을 더 높이는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출시 전부터 품질 문제가 불거진 탓에 소비자 불신이 심화되고 있다. 일명 '쉐슬람'이라 불리는 마니아층이 등을 돌리고 있다. 쉐슬람은 한국GM 쉐보레를 마치 종교(이슬람교)와 같이 신봉하는 오너들을 일컫는 말이다.

지난해 한국GM 준대형 세단 임팔라를 구매한 강윤호(38)씨는 최근 동생에게 올 뉴 크루즈 구매를 권했다가, 최근 불거진 품질 및 노사문제를 보고 추천을 거뒀다.

강씨는 “한국GM에 대한 신뢰도가 무참히 깨졌다. 외산 브랜드로서 국산 제품보다 품질에 대한 관리가 철저하다고 믿었는데 에어백 같은 중요부품에서 문제가 발생했고, 또 이를 마치 감추려 하는 자태를 보고 실망했다”며 “동생도 자동차 협력사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한국GM 노조 문제까지 보고나니, 내가 왜 한국GM 좋은 일을 해야 하나 싶더라”고 토로했다.

지난 한 해 동안 한국GM은 내수시장에서 총 18만275대를 판매하며 2002년 회사 출범 이래 연간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연초부터 노조, 품질, 소비자 신뢰도 하락이라는 삼중고를 겪으며 실적 방어에 빨간불이 켜졌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자동차사 간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데 이럴 때 일수록 소비자와 제조사간의 신뢰 문제가 중요해진다”며 “이 같은 문제를 수수방관한다면 향후 자동차 실적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회사 차원의 재발방지 대책 발표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소상한 설명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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