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엑스 이어 창원에 대규모 SM타운 건립…IP 기반으로 영역 무한확장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 위치한 SM타운. SM엔터 소속 아이돌 멤버들의 캐릭터가 눈길을 끈다. / 사진=셔터스톡

전성기가 지난 가수에서 20년 만에 시가총액 5200억원짜리 기업을 일군 이수만(66)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엔터) 총괄 프로듀서의 야망은 현재 진행형이다. 2019년 완공 예정인 경남 창원 SM타운은 그의 야망이 대내외에 드러나는 공간이 될 전망이다. 1000억원이 투자되는 이곳에는 공연장과 판매시설, 소규모 테마형 호텔까지 들어선다. 말 그대로 ‘SM 마을’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SM엔터 불패 신화가 IP(지적재산권) 사업의 잠재력을 미리부터 통찰해 온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예지력에 전적으로 힘입은 것이라고 본다. 국내에 IP라는 개념 자체가 흐릿했던 시기부터 이 프로듀서가 가능성에 투자해왔다는 분석이다. 최근 SM엔터는 IP와 AI(인공지능)의 시너지 가능성도 타진하고 있다. 그렇다고 음반매출이 줄어든 것도 아니다. 지난해 SM엔터는 국내 음반시장의 3분의 1을 장악했다. 그야말로 무서울 게 없는 엔터공룡이 됐다.

◇ 창원에 지어지는 대규모 SM타운…코엑스 SM타운의 확장판일 듯

10일 엔터테인먼트산업계에 따르면 문어발식 다각화를 하고 있는 SM엔터의 보폭이 최근에는 부쩍 더 커진 모습이다. 업계의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건 2019년 경남 창원에 완공 예정인 SM타운이다.

창원시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SM엔터, 사업시행사인 창원아티움시티, 대학교수 등이 참석한 문화복합타운 콘텐츠 개발 태스크포스 1차 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창원시는 SM엔터 측에 케이팝 스타 발굴 오디션 상설화, SM엔터 소속 연예인이 출연하는 토크쇼 개최, 홀로그램 공연장 설치, 케이팝 녹음·촬영경험이 가능한 스튜디오 운영, 한류스타 기념품 판매 등의 SM타운 운영 콘텐츠를 제안했다. 이외에도 콘서트와 뮤직비디오 제작 등이 이뤄질 가능성도 높다.

SM타운은 2019년까지 창원시 의창구 팔용동 일원 2만 3986㎡(사업부지 3580㎡)에 지하 4층, 지상 9층 규모로 지어진다. 시설연면적은 2만 4520㎡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 위치한 SM타운 코엑스 아티움보다 2배 이상 큰 규모다.

특히 창원 SM타운에는 공연장과 판매시설 뿐 아니라 소규모의 테마형 호텔도 들어설 계획이다. 그야말로 ‘한류관광’을 정면 겨냥하겠다는 심산이다. 창원시 측이 기대하는 생산유발효과는 5600억원에 이른다.

장민지 한국콘텐츠진흥원 산업분석팀 박사(대중문화 평론가)는 1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SM타운이라는 말은 SM엔터만으로 구성된 하나의 플랫폼을 만들려는 움직임과 잘 맞는 상징과도 같다. 한 마을에서 모든 걸 다 해결하겠다는 것 아닌가”라며 “이수만 프로듀서가 정말로 SM 네이션(Nation)을 만들려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타운 건립 과정은 다소 복잡하다. 창원시가 시행을 맡긴 창원아티시움이 먼저 이곳에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해 1100여 가구의 아파트와 상가를 짓는다. 여기서 나온 수익금 1100억원으로 SM타운(3580㎡)과 공영주차장(3900㎡)을 건립해 시에 기부체납한다. 이를 다시 창원아티시움과 SM엔터테인먼트가 공동법인을 설립해 20년간 무상 운영한다.

SM엔터로서는 잃을 게 없는 장사다. 창원시가 먼저 나서 사실상 타운 건설을 위한 실탄을 마련하고 SM엔터는 IP(지적재산권)만 내놓는 구조기 때문이다. SM엔터 입장에서는 장사만 잘하면 되는 상황이다. 중국 관광객 접근성이 떨어지는 경남 창원에 굳이 2번째 SM타운을 건립하는 까닭이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과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가 지난 2015년 3월 2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SM타운 코엑스아티움을 함께 둘러보는 모습. / 사진=뉴스1

2015년 1월 문을 연 SM 코엑스 아티움은 SM의 IP 효과를 극대화한 공간이다. 이곳서 팔고 있는 대부분의 상품들에는 모두 SM엔터 소속 연예인들의 사진이나 캐릭터가 곁들여져 있다. 가령 슈퍼주니어 넛츠라고 이름 붙은 견과류는 600g이 3만5000원이다. 코엑스 아티움에는 사진에서 음식, LP판까지 이 같은 상품이 상당수다. 창원 SM타운에서는 코엑스보다 사업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 조용히 늘고 있는 ‘초상 외’ 매출…아이돌 IP시장 선점

SM엔터를 음반이 아닌 사업으로의 곁눈질로 이끄는 동력은 결국 매출이다. SM엔터 재무제표서 ‘초상 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 증가가 눈길을 끈다. 지난해 3분기까지 초상 외 매출액은 420억원이다. 2015년 한해 매출(431억)에 3분기 만에 근접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지난해 같은 매출은 600억원을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서는 SM엔터가 아이돌 IP를 활용해 캐릭터 사업을 구축하고 SM타운에서 판매하며 홍보효과를 극대화하는 수익구조를 온전히 구축했다고 보고 있다. 또 온라인몰 등을 통해 관련 상품을 접한 관광객들이 국내에 방한해 SM타운 등을 둘러보는 식의 코스도 가능하다.

아이돌 IP는 최근 업계서 각광받는 매출창구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올해 콘텐츠산업 10대 트렌드를 전망하며 그 중 하나로 아이돌IP를 제시했었다. 콘진원에 따르면 아이돌IP를 활용한 게임, 캐릭터, 상품, 의류, 액세서리, 잡화 등 아이돌 상품 시장을 형성하리라고 봤다. 그런데 SM엔터는 이미 이 시장에서 이미 독자적인 위치를 구축해놓은 셈이다.

SM엔터의 전통 사업인 음반사업(음반/음원 매출)과 비교하면 이 부문의 성장세가 단연 도드라진다. 지난해 3분기까지 음반사업 매출액은 419억원이다. 결과적으로 초상 외 매출액 규모는 출연료(464억원)에 이어 SM엔터의 사업부문 별 매출에서 두 번째로 많다. 이미 SM엔터는 화장품과 외식사업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 역시 아이돌 IP 극대화전략의 일종이다.

이 같은 무한확장의 한복판에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있다. 장민지 한국콘텐츠진흥원 산업분석팀 박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는 일본 업계를 롤 모델로 삼아 아이돌 비즈니스를 구축해왔다. 일본서 가장 각광받는 전략이 IP사업이다”라며 “이 프로듀서는 (국내서 IP에 별 관심이 없을 때부터) IP를 통해 무궁무진하게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을 잘 알았던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장 박사는 “소녀시대 등 주요 아이돌그룹도 결국 나이가 들지 않나. 그렇게 되면 캐릭터가 사라질 위험이 있다. 이처럼 변화를 추구해야 할 시점에서 기존 자산을 유지하며 새 돌파구를 찾기 좋은 도구가 바로 IP사업이다. 주로 일본서 발달한 사업인데, 멤버별로 특화된 부분을 살려 매출 창구를 확장하는 방식이다”라고 덧붙였다.

흥미로운 대목은 또 있다. 주력 사업에서도 여전히 공룡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상반기 음반시장에서 SM의 판매량은 132만 장으로 나타났다. 점유율 31.13%로 업계의 압도적 1위다. 2위(빅히트 엔터테인먼트)와 20% 가까운 차이다.

같은 기간 라이벌 YG엔터테인먼트는 11.06%로 3위였다. SM의 자회사인 SM C&C(레이블 울림)도 2.6% 점유율로 7위였다. SM계열의 점유율이 전체의 3분의 1을 넘는 셈이다.

향후 SM엔터테인먼트의 새 무대는 의외로 AI(인공지능)가 될 가능성이 크다. 흥미롭게도 이 역시 IP 효과를 극대화하는 게 목표다. SM엔터는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 CES 2017에 참가했다.

이 자리서 SM엔터는 소속 연예인과 콘텐츠를 인공지능과 결합한 라이프 스타일 디바이스 브랜드 Wyth(위드)를 공개했다. 소녀시대 멤버가 화면에 등장해 날씨 정보 등을 제공하고 시연자와 듀엣으로 노래를 부르는 시연 서비스도 선보였다.

AI 역시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10대 트렌드에 속해있다. 이미 업계 1위인 SM엔터가 업계 최신 트렌드에서도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SM엔터가 운영하는 외식점인 SMT 서울의 내부 전경. / 사진=SM엔터테인먼트

◇ 주력‧非주력 쌍끌이로 돈을 쓸어담는 SM엔터…사드 영향도 제한적일 듯

주력과 非주력이 모두 성황인 덕에 연결기준 매출은 지속 성장세다. SM엔터가 금융당국에 공시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2714억원이다. 직전해 같은 기간 매출액(2359억원)을 크게 웃돈다. 어느새 SM은 상장사 2곳과 비상장사 23곳을 거느린 대규모 기업집단으로 성장했다.

증권가에서는 SM엔터의 4분기 매출액이 960억원~980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1000억원 이상의 분기 매출을 올렸을 것으로 전망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도 있었다. 이렇게 되면 지난해 매출액은 2015년(3254억원)보다 400억원 이상 늘어난 3670억원~3700억원으로 집계될 전망이다.

다만 고속 실적 성장에도 주가는 하락세다. 사드 이슈 탓이다. 이남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양호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잔존하는 한한령 여파로 한국 콘텐츠에 대한 제재 사례가 빈번하면서 SM엔터가 벌이고 있는 중국 사업에 대한 우려감이 확산되고 있다”며 “지난해 말 설립한 중국 법인들이 아직 뚜렷한 성과를 못 내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역시 리스크를 최소화하리라는 전망이 많다. 이미 1997년 H.O.T를 통해 중국에 선제적으로 진출한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현지 업계와의 관계를 끈끈하게 맺어온 덕이다. 이에 대해 유성만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SM엔터는 경쟁사들보다 중국 현지화가 잘 돼 있기 때문에 한중 관계 회복 시 매우 빠르게 중국 사업이 성장할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 앞에 장애물이 하나도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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