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자격으로 동원해야할 인수자금 실체 관건…"부실 책임 재벌에 기업 돌려주나" 비판도
법조계에서는 법인격을 부인할지 여부를 두고 형식보다는 실질에 무게를 두고 있다. SPC가 실질적인 사업 목적이 있다면 법인격을 인정하지만 법률이나 규정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만 갖고 있다면 부인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예를 들어 대출별 만기 구조가 동일하고 만기시 주식전환이 가능하다면 SPC는 박회장 개인이 아니라 다수로 해석할 여지도 남아 있다.
인수합병 업계 관계자는 "SPC 구조에 따라 성격이 달라지기 때문에 아직까지 채권단 쪽에서도 SPC를 어떻게 다룰지에 대해 명확하게 이야기 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박 회장이 SPC 구조를 어떻게 구성됐는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출 형태 SPC 인정 가능성…담보 능력 등 세부 사항에 촉각
현 시점에서 박 회장이 제시할 가능성이 높은 구조는 SPC를 통해 대출을 받는 형식이다. SPC에 박 회장 이외의 지분 출자가 진행돼 주주가 다수인 경우 개인으로 국한된 우선매수청구권 행사가 어려워서다. 반면 박회장의 SPC가 대출 형식으로 자금을 조달할 경우 주주는 박 회장으로만 구성돼 개인으로 인정할 가능성이 높다.
대출로 자금을 조달한 경우에는 담보 능력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박 회장의 개인 자산 만으로 담보를 제공한 경우에는 문제의 소지가 없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박 회장 개인 자산이 1조원을 조달하기 충분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그 정도 자산이 있다면 SPC를 설립할 필요도 없다는 지적이다.
금호아시아나 그룹 계열사 자산을 담보로 활용하는 방안은 계열사 동원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다. 금호타이어 인수를 전제로 차입매수(LBO)를 활용할 여지는 남아 있으나 법에서 금지하는 직접적인 LBO를 회피해야하는 문제가 있다. 또 금호타이어 지분 100%를 확보해야 하는 문제도 있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LBO는 인수할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금융기관으로부터 매수자금을 조달하는 기법이다.
인수합병 업계 관계자는 "채권단 내부에서는 박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SPC에 대해서는 개인 자금인 만큼 인수자격이 있다고 보고 있다"며 "다만 박 회장의 자산만으로 1조원이나 되는 금액을 준비하기 어려울 전망이라 대출 구성과 조달 조건 등을 들여다 볼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누가 가져가도 비난 여지…국민정서법도 변수
채권단 입장에서는 실정법 보다 위에 있다는 국민 정서법도 관건이다. SPC 요건을 느슨하게 해석해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를 되찾을 경우도 국민 정서를 건드릴 여지가 있다. 금호타이어의 주채권은행은 산업은행이다. 공적자금을 투입해 부실화된 회사를 살려낸 뒤 재벌에게 되돌려준다는 비난은 부담되는 대목이다.
금호타이어는 지난 2009년 말 금호산업과 함께 워크아웃에 들어갔다가 2014년 말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워크아웃 과정에서 당시 채권단이 금호타이어 지분 42.01%를 보유하게 됐으며, 주요 주주는 우리은행(14.2%), 산업은행(13.5%), 국민은행(4.2%) 등이다.
반대로 중국 기업인 더블스타가 국내 2위 타이어 업체인 금호타이어를 가져갈 경우 기술 유출 논란이 커질 수 있다. 2004년 상하이차에 매각된 쌍용차는 이후 대주주가 기술만 빼먹고 도망갔다는 먹튀 논란에 휘말렸다. 금호타이어 매각 과정에서도 중국계 자본 인수를 두고 같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때 국민정서는 재벌 살리기에 혈세 낭비를 용인할 수 없다는 쪽이었으나 한진해운이 청산되자 국내 핵심 산업이 무너지는 것을 방조했다는 쪽으로 변했다"며 "중국 자본에 인수되건 국내 재벌이 인수하건 비난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채권단 측 입장이 곤혹스럽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