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위기는 금융시스템 전체에 영향"

10일 김성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에게 은산분리 완화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 사진=이준영 기자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앞두고 은산분리 완화 논란이 뜨겁다. 은행법상 산업자본은 은행의 의결권 지분을 최대 4%까지만 가질 수 있다. 산업자본의 은행 사금고화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한 취지다.

은산분리 완화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는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때문이다. 금융위원회가 먼저 은산분리 완화의 필요성을 밝혔다. 금융위는 은산분리 완화 가능성을 전제로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를 모집하고 인가했다. K뱅크는 다음달, 카카오뱅크는 상반기 안에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사저널e는 관련 전문가들과 인터뷰해 은산분리 완화에 대한 찬성과 반대 이유를 들어본다. 앞서 만난 국회 정무위원회 국민의당 간사 김관영 의원은 인터넷전문은행에서 기존 금융사보다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영향력이 커야 핀테크가 발전한다고 말했다. 사금고화는 대주주 전횡 견제 장치로 막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어 현행 은산분리 규제를 지켜야 한다는 김성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을 10일 인터뷰했다. 그는 행위 규제와 감독 강화로 은행 사금고화를 완전히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사금고화에 따른 은행 동반 부실은 예금자와 예금보험공사 등 국민 경제에 피해를 미친다고 밝혔다.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한 은산분리 완화에 왜 반대하나.

규제와 감독 강화로 산업자본의 은행 사금고화를 완전히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은산분리를 완화하면 산업자본이 은행을 지배한다. 산업자본이 자금 유동성 위기에 처할 경우 은행을 동원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은산분리 완화 찬성론자는 행위 규제와 정부 감독기능을 강화하면 사금고화를 예방할 수 있다고 하는데.  

행위 규제는 이를 어길 경우 사후적 처벌에 대한 경고에 불과하다. 감독기능도 위법한 행위한 다음에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2013년 동양증권 사태에서도 행위규제와 감독기관이 있었지만 제대로 기능하지 않았다. 행위 규제와 감독 강화로는 위법행위가 발생할 가능성 자체를 막을 수 없다.

당시 동양그룹은 경영이 어려워지자 회사채와 기업어음을 계열사인 동양증권을 통해 개인투자자들에게 팔았다. 검찰에 의하면 동양레저와 동양캐피탈 등 계열사 회사채와 기업어음 중 9942억원 상당이 지급불능 처리됐다. 피해자가 4만명에 달한다. 경영진이 동양증권 지점별로 매각 물량을 할당하고 불완전 판매한 결과다.

당시 동양그룹이 은행을 지배했다면 해당 은행을 동원하지 않았다고 확신할 수 없다. 특히 은행 지분에 소유 규제를 두는 것은 증권사나 보험사와 달리 그 부실이 예금자와 금융시스템 전체로 번지기 때문이다. 은행이 부실해지면 예금주가 일시에 인출하려 한다. 뱅크런이 일어난다. 예금보호한도 5000만원을 넘은 손실은 예금보험공사가 부담한다. 은행 위기는 곧 금융시스템 전체의 위기다. 기업이 존속 자체가 걸린 위기에 처했을 때 지배 은행의 예금자 돈을 동원하지 않으리라 확신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 경영진이 2~3년 은행 경영에 익숙해지면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자고 한다.

KT와 다음카카오가 향후 3년 동안 경영상 위기에 처하지 않더라도 이 기업들이 5~7년 뒤 위기에 처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예방적 차원에서 금융 시스템 전체가 위기에 처하는 것을 막기 위한 규제가 필요하다. 산업자본이 경영하다보면 어려움이 있을지 없을지 누구도 모른다. 그러나 산업자본이 위기에 처했을 때 금융시스템이 흔들려선 안된다. 이것이 은행 소유 규제를 두는 이유다.

은산분리를 완화하지 않아도 인터넷전문은행이 발전할 수 있는가.

은산분리와 인터넷전문은행 발전을 연결시키면 안된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은산분리 완화 법 개정 전에 은행업 인가를 받고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현행 은행법을 따라 경영하면 된다. 규제와 감독 강화로 산업자본의 은행 사금고화를 완전히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특정 기업이 은행 지분을 더 가질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거나 예외를 두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금융위원회가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전제로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들을 인가했다.

금융위는 은산분리 완화 관련 법이 개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은산분리 완화를 전제로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를 모집해 은행업 인가를 냈다. 법 개정 관련해 이해관계자들을 만들었다. 금융위는 지금 이해관계자를 내세워 국회에 은행법 개정을 압박하고 있다. 국회의 자유로운 입법 논의를 제약하고 있다. 이는 국회 입법권 침해다. 입법권은 국민의 대표자로 구성된 국회에 속한다. 국회가 은산분리 완화 여부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과 논의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입법이 가능하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은행권에서 소외된 이들에게 중금리 대출할 수 있다는데.

인터넷전문은행이 중금리 대출을 활성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새로운 대출 심사 능력이 있는지, 규모의 경제로 대출 금리를 내릴 수 있는지 알려진 게 없다. 보유하고 있는 개인정보도 시중은행보다 많지 않다. 정보산업 업체가 가진 개인정보는 개인정보 주체의 개별적 동의가 없으면 정보산업 업체가 마음대로 활용하거나 유통할 수 없다. 정보산업 업체가 인터넷전문은행을 지배한다고 해도 개인정보를 인터넷전문은행에 넘겨 신용평가에 활용할 수 없다.

은산분리를 완화했을 때 부작용과 이득을 전체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산업자본에 의한 은행 사금고화를 완전히 막을 수 없다. 수신과 신용창출 기능이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위기에 처하면 금융시스템 전체가 위기를 맞는다. 소수 업체를 위해 국민경제 전체 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한 예방적 제도인 은산분리를 없앨 합리적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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