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하나·KB금융, 호실적 불구 사업구조는 취약…이자이익 편중돼 금리변화 영향 과도
국내 금융지주사의 수익 구조가 여전히 예대마진 중심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이자이익에 편중돼 금리 영향을 쉽게 받는 수익 구조가 심화하는 상황이다.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수익성 지표는 개선되지 않아 비이자이익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 KB금융, 하나금융 등 국내 금융지주들은 최근 몇 년 사이 최고 수준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2조74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 전년보다 17.2%(4076억원) 증가했다. 2011년 기록한 3조1000억원에 이어 지주 설립 후 두번째로 높은 실적이다.
KB금융도 지난해 2조1437억원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5년만에 2조원 순익을 달성했다. 지난해보다 26.2%(4454억원) 늘어난 수치다.
하나금융도 마찬가지다. 외환은행 인수 이후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하나금융 순이익은 1조3451억원으로 전년보다 47.9%(4354억원) 늘었다. 이는 2012년 달성한 1조504억원을 크게 뛰어넘는 수치다.
이러한 호실적은 대출 증가로 인해 이자이익이 증가한데서 기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대출 증가와 마진 안정화로 이자이익이 증가했다"며 "은행에서 전세자금대출과 우량신용대출을 중심으로 대출 이자이익을 늘었다"고 설명했다
신한지주 전체의 실적 개선을 이끈 신한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가계대출은 6.3% 증가했다. 기업대출은 우량 중견 비외감기업 대출 증가로 2015년보다 2.5% 증가했다.
KB금융도 지난해 대출 규모가 늘었다. 국민은행 원화대출금은 지난해 말 기준 220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말보다 6.4% 늘었다. 가계여신은 지난해 123조1000억원을 기록해 전년말보다 6.8% 증가했다. 기업여신도 97조4000억원으로 전년말보다 5.9% 늘었다.
하나은행 지난해 가계대출 규모는 2015년보다 8.4% 증가한 7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중소기업대출은 전년말보다 6.4% 오른 4조원을 넘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금융권에서 가계대출 증가세가 여전히 지속하고 있고 점포와 인력 구조조정이 이어지고 있다"며 "올해도 대출 규모가 지속해서 커질 수 있어 은행 실적 잔치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금융권 순이자마진(NIM) 등 수익성 지표는 나아지지 않고 제자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위해서는 순이자마진(NIM)을 높여야 하지만 은행권은 대출 자산을 늘리는 식으로 수익을 얻은 셈이다. 결국 금융지주들이 은행 영업 능력이 늘리기보다 부동산시장 호황에 힘입어 가계빚에 기댄 채 대출상품을 싼 이자로 많이 파는 박리다매 효과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지주가 발표한 지난해 4분기 중 순이자마진은 1.97%를 기록했다. 2015년 같은 기간(1.96%)보다 소폭 증가했지만 2015년 1분기 2.11%에서 2%대가 무너진 뒤로 순이자마진은 제자리 수준을 보이고 있다.
KB금융이 발표한 지난해 순이자마진은 1.86%다. 전년(1.89%)보다 0,03%포인트 줄었다. 하나금융 실적을 견인한 하나은행 순이자마진 또한 전년대비 0.02% 하락했다.
기업 수익성을 평가하는 재무비율인 총자산이익률(ROA·총자산에서 당기순이익이 차지하는 비중)과 자기자본이익률(ROE·자기자본으로 낸 이익) 또한 호실적과 무관하게 늘어나지 않았다 .
신한금융이 발표한 지난해 ROA는 0.7%로 2011년 1.2%에서 1%대가 무너진 후로 회복성을 잃은 상태다. ROE도 지난해 9.2%를 기록 2011년 12.6% 이후 제자리 수준에 머물렀다.
KB금융이 기록한 지난해 ROA는 0.63%로 전년보다 0.11%포인트 늘었다. 하지만 지난해 분기별로 보면 1분기 0.67%, 2분기 0.7%, 3분기 0.66%, 4분기 0.51% 등 오히려 하락세를 나타냈다.
KB금융 ROE도 지난해 7.26%를 기록해 전년보다 1.1%포인트 늘었지만 분기별로 보면 1분기 7.57%에서 4분기 5.99%로 수치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KB금융 관계자는 "금융지주 호실적은 가계빚 증가와 맞물리는 부분이 크다. 다만 금리 변화에 영향을 크게 받아 대출 자산이 나중에 부실화할 가능성도 있다"며 "비이자수익 비중을 늘리는 등 수익성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