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영업력 회복 위해선 선대 개혁·유동성 확보 필수”

지난해 9월 한진해운의 첫 대체선박인 현대상선 현대포워드호가 부산항 신항 PNIT터미널에 접안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한진해운이 회생 절차 폐지 결정으로 사실상 파산하자 현대상선이 ‘어쩌다 장남’이 됐다. 국내 유일 원양선사가 된 현대상선에게 부여된 임무는 한진해운 공백 메우기다.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과거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법정관리에 들어간 한진해운 자산을 흡수하는 방법으로 현대상선을 글로벌 5위 선사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었다. 현대상선은 한진해운과 더불어 국내 양대 원양선사다.​ 정부는 근해 물동량만 처리하는 국내 중소 선사에 비해 현대상선은 한진해운 해외 노선과 물동량 등 알짜 자산 수용력이 뛰어날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 영업 적자를 기록한 현대상선은 한진해운 핵심 유산을 챙기지 못 했다. 한진해운이 보유했던 대부분 물동량은 세계 1위 선사 머스크와 2위 MSC 등 해외 선사가 가져갔다. 한진해운 아시아-미주노선은 입찰 끝에 삼라마이더스(SM)그룹의 신생 컨테이너선사인 SM상선에 돌아갔다. 현대상선은 한진해운 물량 일부를 흡수하면서 현재 선복량이 45만5859TEU(6m 컨테이너 1개)​, 순위는 기존 14위에서 13위로 한계단 올랐지만 과거 8위였던 한진해운의 명성을 따라잡기엔 여전히 역부족이다. ​ 

한진해운 부재의 여진은 컸다. 6일 해운조사업체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국내 해운사 컨테이너 수송력은 지난해 말 기준 51만TEU(6m 컨테이너 1개)​였다. 한진해운 법정관리 이전인 지난해 8월 말 수송력이 106만TEU였던데 비해 약 60%가량 줄어든 수치다. 이는 유일한 원양 해운사가 된 현대상선 및 국적선사의 컨테이너 수송 여력이 부족해진 탓이다. ​ 

◇만년 적자…현재로선 규모의 경제 어려워 

해운업계 전문가들은 현대상선에 장남 역할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본다. 이석용 해운거래정보센터 책임연구원은 “현대상선이 아직 영업력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해운업은 규모가 중요한데, 현재 국내 선사들은 규모의 경제를 누릴만한 수준이 안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서울 종로구 현대상선에서 열린 '2M 얼라이언스 협정체결' 기자간담회에서 유창근 현대상선 대표가 자리에 착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실제 국제 10위권 해운사들은 글로벌 해운동맹 재편​과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 불리기에 한창이다. 많은 선복량과 다양한 노선은 해운업 경쟁력의 기축이기 때문이다. 세계 1위 해운사인 머스크 선복량은 지난해 12월 기준 320만TEU다. 지난해 6월 기준 한진해운 선복량은 60만TEU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해운 불황 여파로 부진을 겪었다. 2011년 이래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현대상선 영업손실은 2303억원이었다. 77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전년 동기 대비 적자 폭이 확대됐다. 매출액도 27% 감소한 1조784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4월 서비스에 들어가는 2M(머스크,MSC)+H 전략적 협력​ 역시 제한적 협력이라는 지적을 받는 상황이다. 2M 얼라이언스(Alliance)가입의 외양을 하고 있지만, 실제는 현대상선은 2M 간 선박 공유 대상에서 제외됐다. 얼라이언스 가입 기간이 5년인데 반해, 2M+H 협력 기간은 3년이다. 반쪽 동맹이라 놀림 받는 이유다. 따라서 해당 협력만 가지고는 선복량·노선 확대 효과가 뚜렷하지 않을 것이라는 업계 중론이다.  

◇“무리한 선대 확장보다는 현실적 선대 개편 필요”


전문가들은 현대상선이 무리한 선대 확장보다는 현실적인 선대 개편으로 업황 회복을 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신민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대상선은 해상 운임이 올라도, 자사선 원가가 높아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며 “보유 선박의 선가가 높아 경쟁 선사 대비 아직 원가 경쟁력이 떨어진다”라고 지적했다. 선대 개혁이 필요한 이유다.  
  
이석용 책임연구원은 “영업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선대 개편이 따라야 한다”라며 “예를 들면 과대하게 책정된 선가나 시황이 좋았을 때 체결한 선박 운영 계약에 대해 재검토를 해야 한다. 현실적인 용선료 책정 등으로 적정 이윤을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것이 현대상선 성장의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정부발 유동성 지원 정책도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향후 해운 업황이 회복됐을 때, 현대상선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그 영업 기반을 다지는 작업이 현재 필요하다. 기반 작업의 요체는 결국 유동성 지원”이라며 “한국선박해양 설립과 같은 방안으로 정부는 현대상선이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24일 출범한 한국선박해양(한국선박회사)은 3월부터 현대상선 유동성 공급에 돌입한다. 한국선박해양은 현대상선에 전환사채(CB·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 6000억원, 유상증자 1500억원 등 총 75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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