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나도 시장 뛰어들며 경쟁 가열…비용 느는데 가격 못 올려 수익성 정체
경쟁자가 늘다보니 가격 인상은 좀처럼 쉽지 않다. 적은 단위를 놓고도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혼자서만 가격을 인상했다가는 거래 자체가 중단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무료 배송 서비스에 익숙한 소비자들의 반발도 한 요인이다.
◇ 물류 사업자 늘어 경쟁 ‘치열’
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물류시장 규모는 연간 약 180조원으로 매년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물류시장 규모는 2020년이면 8조 달러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성장세에 힘입어 기존 사업자들이 사세를 확장하는 추세다. 여기에 다양한 사업자가 물류시장에 새롭게 진출하고 있다.
국내시장에서 업계 1위인 CJ대한통운은 지난해 매출액 5조557억원을 기록했다. CJ대한통운은 지난 1~2년간 중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 다수 국가의 물류 관련 기업들을 공격적으로 인수해 덩치를 키웠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11월부터 물류업 진출을 위한 초석을 다져왔다. 롯데제과 8개 계열사를 동원해 기존 특수목적법인(SPC) 이지스일화가 가지고 있던 현대로지스틱스의 지분을 인수했다. 지난달 16일 현대로지스틱스의 지분 인수를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종합물류업에 진출했다.
여기에 중소규모의 물류 스타트업 수도 눈에 띄게 늘었다. 2015년 40개사에 불과하던 물류 스타트업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년보다 2배 증가한 80개사로 조사됐다.
한국교통연구원 조사 자료에 따르면 벤처캐피탈, 엔젤투자자가 물류 스타트업에 투자한 건수는 19건으로 전체 투자 규모의 7.4%를 차지했다. 투자유치액은 1086억원으로 전체의 10.9%에 달했다.
물류 스타트업 분야별 창업동향을 보면 초기에는 오투오(O2O) 기반 배송서비스에 국한됐으나 최근에는 무인 보관, 자동 계측, 빅데이터를 활용한 물류최적화 등 기술형 창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물류 스타트업과 유통기업, 물류기업 간 다양한 형태의 협업을 통해 기존 물류기업에서 제공하지 못하는 틈새시장을 겨냥한 서비스가 지속적으로 출시되고 있다.
◇ 유통업체 가세… 빠른 배송에 총력
물류 사업 진출 대열에 대형마트들도 가세하고 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자체 물류센터를 짓고 당일배송, 익일배송 시스템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대형마트 방문율은 점차 떨어지는 반면 온라인몰의 빠른 배송 서비스가 각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김포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에서 직원들이 상품을 포장·검수하고 배송하는 전 과정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공개 영상에는 물류센터 직원들이 상추와 방울토마토를 꼼꼼히 살펴보고 바구니에 넣거나 늘어서 있는 냉장트럭에 때맞춰 짐이 실리는 장면이 나온다.
이마트 관계자는 “최근 하루 이틀을 넘기지 않고 정확히 시간을 맞춰 주는 배송과 제품의 상태가 유통업계 성패의 관건이 됐다. 소비자에게 직접 배송 과정을 보여주고 신뢰를 얻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롯데마트몰 김포센터를 운영하며 온라인 주문 고객의 당일 배송률을 100%로 올리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전용물류센터 배송 가능 시간도 연장했다. 전용센터 권역의 하루 최대 주문처리 건수는 기존 대비 6.3배 많은 1만건으로 대폭 확대돼 온라인 수요에 사전 대응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온라인 유통업계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쿠팡은 이달 초 초기 사업 모델인 소셜커머스 분야에서 철수하고 로켓배송 사업에 주력한다고 밝혔다. 쿠팡은 2014년 로켓배송을 시작하며 국내 빠른 배송 시장을 처음 열었다. 1년 만인 2015년 기준 로켓배송 매출은 9904억 원을 기록하며 전체 쿠팡 매출(1조1338억 원) 중 87.4%를 차지했다. 쿠팡은 지난해 인천과 경기 이천에 물류센터를 새로 열고 로켓배송 가능 지역도 전국 21곳으로 확대했다고 밝혔다.
위메프는 원더배송 서비스를 출시해 물류 콘텐츠를 강화하고 있다. 원더배송은 85% 이상 무료 배송으로 이뤄진다. 원더배송은 1월 기준 최근 4개월간 거래액이 47% 가량 상승했다. 위메프에 따르면 원더배송의 익일 도착률은 95%에 이른다.
◇ 문제는 ‘단가’… 혼자 올리면 고객 이탈 우려
택배 단가를 두고 업계의 고민이 계속되고 있다. 택배 물량이 늘어나는 만큼 실적은 개선되지 못하는 '풍요 속 빈곤'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단가 인상이 필요한 상황이다. 경쟁 상황을 고려하면 혼자만 가격을 올리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30일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택배 물량은 20억4666만개로 전년보다 12.7% 증가했다. 2010년 12만개 수준이던 택배 물량은 계속 증가하면서 2013년 15만개를 돌파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20억개를 넘어섰다. 택배 물량 증가율은 2011~2014년 7~8% 수준에서 2015~2016년 12%안팎으로 가파른 오름세다.
이에 따라 매출액도 증가세지만 매출액 증가율은 물량 증가율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택배업체 매출액은 2010년 2조9900억원에서 지난해 4조7444억원으로 늘었다. 2010~2016년 매출액 증가율은 58%로 물량 증가율(78%)보다 12%포인트 정도 낮다.
택배 평균 단가가 물량증가와 반대로 움직이고 있어서다. 국내 택배시장 평균 단가는 2011년 2534원을 정점으로 계속 하락했고 지난해에는 2318원까지 떨어졌다. 택배업계가 활황을 띠고 있다는 평가를 받지만 커지고 있는 외형에 비해 실속은 별로 없는 셈이다.
실제로 쿠팡이 운영하는 로켓배송은 지난해 10월 무료 배송 주문 한도를 9900원에서 1만9800원으로 올렸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로부터 원성을 사기도 했다. 그만큼 배송비 인상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발은 거세다.
이러다 보니 혼자만 단가를 높이면 다른 업체에 고객을 빼앗길 수 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더 많은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가격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인데다 물류 사업자가 늘면서 고객들의 선택의 폭도 넓어졌기 때문이다.
한 물류업계 관계자는 “물류는 보통 배송 물품의 무게로 비용을 산정하는데 10원, 1원 단위만 올려도 하중이 많이 나가는 물품의 비용이 껑충 뛴다”며 “그러다보니 고객 확보를 위해 적은 단위를 놓고 경쟁을 한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의 인식도 물류비 인상을 어렵게하는 원인으로 꼽았다. 이 관계자는 “최근 직배송 서비스가 늘면서 소비자에게 직접 배송되는 경우가 늘고 있지만 물량이 많지 않던 시기 유통업체들이 제공한 무료배송 서비스로 인해 소비자들에게 물류배송비가 정당한 비용지불이라는 문화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는 것도 한 원인”이라고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