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재료인 곡물가 하락 가능성 커 장기적으로도 긍정적…소비 심리 악화는 주가 상승 제약
지난해 침묵했던 음식료주가 이달들어 상승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가파르게 오르던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서 원재료 비용 부담이 줄어든데다 제품 단가 상승 등으로 수익성 개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여전히 소비 심리가 침체돼 있는 점은 향후 주가 상승에 제한적인 요소로 꼽힌다.
음식료주가 기지개를 켜며 깨어난 모양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음식료 업종 지수는 이달 1일 4185.26에서 시작해 6일 4367.58로 4거래일만에 4.3% 상승했다. 7일 역시 장중 0.66% 오르며 상승세를 확인시켰다. 음식료 업종 지수가 지난해 2월 1일 6027.53에서 지난달 11일 4001.84까지 33.6% 떨어졌다는 것을 감안하면 의미있는 반등세다.
개별 종목을 보면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등 식품 업체 주가 상승이 뚜렷했다. 농심은 이달 1일 31만 7000원에서 시작해 지난 6일 35만7000원으로 12.6% 올랐다. 7일에는 장중 36만4500원까지 올랐지만 가파른 상승 탓에 소폭 내린 35만6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오뚜기 역시 이달 1일에서 6일까지 17.8% 가량 올랐다. 삼양식품은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7일까지 6거래일 연속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주가도 30.5%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조산업, CJ씨푸드1우, 동원산업 등 수산 업체 주가도 크게 올랐다. 사조산업은 7일 소폭 조정을 보이고 있지만 이달 1일 주당 6만5900원에서 6일 7만5700원으로 14.8% 뛰었다. CJ씨푸드 우선주인 CJ씨푸드1우는 지난달 19일 1만8000원에서 시작해 이달 1일 장중 3만1200원까지 오르며 음식료 업종 상승세에 불을 당겼다. 7일에도 11.76%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동원산업은 이달들어 4.1% 오르는데 그쳤지만 다른 수산업체와는 달리 지난해 8월 23일 27만6000원을 기록한 이후 꾸준히 상승 중이다.
이 같은 주가 상승세 중심에는 제품 가격 인상에 따른 실적 개선 기대감이 자리잡았다. 농심은 지난해 12월말 라면 가격을 평균 5.5% 인상했다. 라면 점유율 1위인 농심이 재료비·물류비·인건비 등 비용 상승을 제품가에 반영했다고 밝힘에 따라 오뚜기, 삼양식품 등 가격 인상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참치 제품 제조사인 사조산업, 동원산업 등도 참치 가격이 지난해 1월 톤당 990달러에서 올해 1월 기준 톤당 1700달러 수준까지 뛰면서 판가 상승 기대감이 형성됐다.
이 외에도 원·달러 환율 하락도 주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손주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업종지수 상승의 주된 이유는 우호적인 원·달러 환율 흐름으로 단기적인 주가 상승을 견인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보면 올해 2분기 이후 환율 상승 부담이 존재한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 국제 곡물 가격 약세가 예상되는 데다 식품 판매 가격 인상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다만 소비 심리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점은 지속적인 주가 상승에 제한 요소로 꼽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3.3으로 지난해 12월보다 0.8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석달 연속 내림세에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75.0) 이후 7년 10개월 만에 최저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