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3개월만에 2%대 소비자물가 상승률 기록…전문가들은 의견 갈려

“국내 경제는 경기흐름이 부진한 가운데 물가가 비교적 크게 오르며 저성장-저물가 구조에서 저성장-고물가(스태그플레이션) 구조로 이행이 우려되고 있다.”(김친구 현대경제연구구원 동향분석팀 연구위원)

“스태그플레이션을 진단하려면 최소 1년 이상의 물가동향을 봐야 한다. 최근 물가가 지속된다고 보기 어렵다.”(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연구실 실장)

한국 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 진입 가능성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리고 있다. 그간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 진입 가능성에 대해 ‘기우에 불과하다’라는 진단을 내놓았다. 

 

하지만 최근 심상치 않은 물가상승률이 스태그플레이션 공포를 상기시키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년3개월 만에 2%대에 진입하면서, 일각에서는 한국 경제의 향후 스태그플레이션 진입 가능성이 충분히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라며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우선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를 진단할 때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할 부분은 물가상승이다. 물가는 수요와 공급 부분에서 균형이 맞지 않을 때 하강하거나 상승한다. 전문가들은 현재 가계가 지갑을 닫아 소비를 줄이고 있는 부분과 기업이 투자를 축소하고 있는 점 등을 볼때 수요 측보다 공급 측에서 물가 상승 압력이 크다고 내다봤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동향분석팀 연구위원은 “국제 유가 및 원자재 가격이 올해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며 “국제유가는 올해 말 50달러 후반까지 오르고 옥수수, 소맥, 알루미늄 등 주요 원자재 가격도 높아지는 양상”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출범으로 인한 대외적 불확실성도 물가상승을 견인할 수 있다. 2016년 9월 1100원대를 밑돌았던 원/달러 환율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달러화 강세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12월 중 1200원대를 돌파했다. 김 연구위원은 “환율이 상승하면 원자재 등을 수입하는 데 기업들이 더 많은 원화를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국내 물가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스태그플레이션이 실제 국내 경제에 들이닥칠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선제적인 대응은 가능할까. 김 연구위원은 현재 정치권에서 논란 중인 ‘확장적 재정정책’에 대해 적극적인 자세를 요구했다. 확장적 재정정책은 당장 경기를 부양시킬 수 있지만, 경기를 잘못 진단하고 섣불리 이 카드를 썼다가 장기불황의 늪으로 빠져들 수 있어 정치권에서도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이와 관련해 “최근 내수부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통화정책이 아닌 재정정책으로 유효수요를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한편 일각에서는 국내 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변양규 실장은 “올해부터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고 고령화는 더욱 빨리 진행되고 있다”면서 “가계평균소비성향도 2000년대 중반만 해도 78%였지만 현재 70%수준”이라고 말했다. 변 실장은 “이런 상황에서 내수시장이 커진다고 보긴 어렵다”면서 “소비를 안하고 있기 때문에 물가상승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1월 소비자 물가가 4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전년 동월대비 2%)으로 상승한 가운데 2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조류 인플루엔자(AI) 피해로 인한 달걀 값 상승과 설 명절을 앞두고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이 전반적인 물가 수준을 끌어 올렸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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