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법 공공기관 성과연봉제에 제동…올해 금융권 노사 갈등 심해질 듯

서울 중구 다동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사무실에서 관계자가 성과연봉제 반대에 관련한 피켓을 정리하고 있다. / 사진=뉴스1

금융당국이 내년초로 1년 유예한 성과연봉제가 시행이 불투명해졌다. 최근 법원이 성과연봉제 도입을 두고 노조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1년뒤 금융권에 도입될 성과연봉제도 시행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고 올해 노사 갈등이 지난해보다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 노조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대전지법은 철도노조·수자원공사노조 등 공공기관을 상대로 낸 성과연봉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모두 인용하며 본안 소송 전까지 성과연봉제 효력을 정지시켜달라는 노조의 입장을 받아들였다. 

 

이번 가처분 신청 인용으로 성과연봉제 관련 본안소송인 1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해당 기관은 성과연봉제 시행을 담은 취업규칙 효력을 중단하게 됐다. 법원이 성과연봉제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해당한다는 취지에 공감을 표한 것이라는 게 노조 측 설명이다.

IBK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대전지법이 성과연봉제 강행이 노동자에게 피해를 주는 불이익한 취업규칙 변경이라는 점을 인정한 것"이라며 "성과연봉제는 노동자에게 피해를 주는 제도다. 이번 판결은 은행이 제기한 본안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전지법 재판부는 성과연봉제 도입이 임금체계를 호봉제에서 연봉제로 변경하는 등 임금체계 자체가 본질적으로 변경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저성과자로 평가된 근로자들의 경우 개정 전 취업규칙에 의할 때보다 임금액이나 임금 상승률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임금 불이익이 있는 만큼 노조와 합의해 결정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이에 기업은행과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과 신한, KB국민, 우리은행 등에서 2018년에 도입될 예정인 성과연봉제 확대 조치가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금융 노조는 최근 최순실 사태로 국정 운영이 어려워진 정부로 인해 금융당국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려는 동력마저 약해져 금융노조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융노조는 지난해 10월 성과연봉제 도입 무효소송과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IBK기업은행과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은 지난 10월 서울중앙법원 등에 성과연봉제 관련 본안소송과 이사회 결의 효력중지 가처분신청을 줄줄이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에선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일 만큼 현 사안이 시급하지 않다고 판단해 기업은행에서 낸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하지만 금융노조는 금융위에서는 기업은행 가처분 신청 판결 전 산업은행, 기업은행, 한국예탁결제원 등 기타공공기관에 성과연봉제 관련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이 공문에는 2018년부터 성과연봉제 보수 체계에 따른 성과급 차등 지급에 돌입할 수 있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해달라는 내용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공문 중 '2018년부터'라는 표현으로 금융당국이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을 유예하겠다는 것"이라며 "법원이 보수지급 차등 확대로 인한 불이익 발생이 시급하지 않다는 점을 인식하게 해 가처분 기각을 유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

한 노조 관계자는 "기존 임금 틀을 바꿔 성과에 따른 차별 보상을 하겠다는 게 성과연봉제 목적"이라며 "은행 위기는 노동자가 만든 게 아니다. 임원들의 무능력과 무책임함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번 판결로 성과연봉제를 막아 낼 수 있는 기대감이 생겼다"며 "정부는 사법부 판단을 존중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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