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어 인사규모 축소…부사장 승진 임원 11명 중 7명 R&D 전문가
현대자동차그룹의 올해 임원 인사 키워드는 내실(內實)이었다. 최근 신흥국 경기침체와 내수부진 겹악재로 ‘집안 분위기’가 급격히 내려앉은 탓에 임원 승진 규모가 2년 연속 내리막을 탔다.
연구개발(R&D) 임원 약진은 돋보였다. 부사장 승진 임원 11명 중 임원 7명이 연구개발 및 기술 부문에서 배출됐다. 악화된 경영환경에도 친환경 및 차량 정보통신(IT) 등 미래 선도 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는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 줄어든 실적에 2년 연속 ‘덩치’ 작아진 임원 인사
현대대차그룹은 지난해 말부터 미뤄왔던 임원인사를 6일 단행했다. 현대차는 매년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임원인사를 실시했지만 올해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탓에 인사일정을 순연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현대·기아차 176명, 계열사 172명 등 총 348명을 승진 시켰다. 직급별로는 ▲사장 1명 ▲부사장 11명 ▲전무 38명 ▲상무 62명 ▲이사 107명 ▲이사대우 126명 ▲연구위원 3명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경영환경의 불확실성 확대에 대비한 내실경영을 더욱 강화하면서 실적 위주의 인사 원칙을 철저히 반영해 전년 대비 20명(5.4%) 감소한 규모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최근 2년 간 현대차그룹 인사규모는 내리막을 타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은 정기 임원 승진 인사 규모는 현대·기아차 191명, 계열사 177명 등 총 368명이었다.
특히 2015년 인사 규모와 비교하면 올해 승진 인사는 박하다. 현대차그룹은 2015년 현대차 141명, 기아차 60명, 계열사 232명 등 총 433명 규모의 정기 임원 승진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이 지난해부터 임원 인사에 인색한 이유는 주력 계열사인 현대·기아차의 판매 부진과 수익성 악화 때문이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총 788만266대를 판매했다. 연간 판매목표량인 813만대에 25만대가량 못 미치는 수치다. 지난해 판매량에 비해서는 1.7% 감소했다.
이 탓에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0월 25일 51개 계열사 소속 전체 임원이 자신들의 급여 10%를 자진해서 삭감한 바 있다. 또 현대차그룹 내 계열사 간부 사원 임금 역시 동결됐다. 현대·기아차 직원 임금 동결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8년 만이다.
◇ R&D 임원 강세 여전…여성 임원 승진은 작년 2배
반전은 없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이번 정기 인사 린치핀(linchpin·핵심축)은 연구개발(R&D) 최고 전문가 육성이었다. 또 성과 중심의 여성 임원 승진 인사 시행 등 예년의 인사기조가 그대로 이어졌다.
부사장 승진 임원 11명 중 ▲현대·기아차 정보기술본부장 정영철 부사장 ▲현대·기아차 상품전략본부장 박수남 부사장 ▲현대모비스 연구개발본부장 양승욱 부사장 ▲현대모비스 차량부품본부장 전용덕 부사장 ▲현대건설 구매본부장 서상훈 부사장 ▲현대엔지니어링 화공플랜트사업본부장 김창학 부사장 ▲현대엠엔소프트 홍지수 부사장 등 7명의 임원이 연구개발과 기술 부문에서 배출됐다.
이는 친환경차와 차량IT 등 미래 선도 기술 확보를 위해 R&D 부문 역할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영 환경이 어렵지만 지속성장을 위해 연구개발 분야 인재 육성을 지속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셈이다.
현대·기아차 ADAS(최첨단 운전 보조 시스템)개발실장 장웅준 책임연구원을 이사대우로 승진시키는 등 발탁인사도 눈에 띈다.
그 동안 현대차의 자율주행기술 개발을 담당해 온 장 이사대우는 신임 임원이 되면서 현재 현대차그룹 내 최연소 임원(1979년생, 만 37세)이라는 타이틀도 얻게 됐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연구위원 3명을 새로 선임해 핵심 기술 분야의 전문 역량도 강화한다. 2009년에 처음 도입된 연구위원 제도는 연구개발 최고 전문가를 대상으로 관리업무 부담에서 벗어나 연구에만 집중하고 지속적인 연구개발 활동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이번에 새로 선임된 연구개발 분야 연구위원은 바디기술 분야 공병석 위원, 엔진기술 분야 이홍욱 위원, 연료전지기술 분야 홍보기 위원 등 3명이다.
공 위원은 주요 차종의 내장 설계를 담당했다. 이 위원은 고성능 가솔린 엔진 기술 분야 전문가다. 홍 위원은 연료전지차의 주행거리를 좌우하는 연료전지스택 설계 분야 정통 엔지니어로, 그 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차세대 연료전지차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된다.
여성 임원은 올해 4명이 승진했다. 지난해에는 현대캐피탈 Digital신사업실장 이주연 이사와 현대자동차 IT기획실장 안현주 이사대우 등 2명이 승진했다.
올해는 현대차그룹 인재개발원부원장 조미진 상무가 전무로 승진한 것을 비롯해 현대·기아차 제품UX기획실장 김효린 이사대우는 이사로, 현대캐피탈 리스크관리실장 이소영 이사대우는 이사로, 현대카드 CS실장 강은영 부장은 이사대우로 각각 승진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내실경영’과 ‘미래를 대비한 경쟁우위 확보’라는 목표를 모두 실현하기 위한 인사"라며 "현대차그룹은 고객의 기대에 보답하고 고객 최우선 가치를 창출하는 글로벌 초일류 자동차 회사로 도약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7 현대차그룹 주요 승진 임원 프로필
▷ 1954년생(62세)
▷ 동아대 공업화학공학 학사
▷ 주요경력
- 현대엔지니어링 화공플랜트사업본부장 (부사장/전무)
- 현대엔지니어링 영업본부장 (전무)
- 현대엔지니어링 화공플랜트사업본부 영업1부문장 (상무)
- 현대엔지니어링 화공플랜트사업본부 영업부 (상무보)
▷ 1957년생(59세)
▷ 인하대 무역학 학사
▷ 주요경력
- 현대자동차 HMI 법인장 (전무)
- 현대자동차 HMCIS 법인장 (전무/상무)
- 현대자동차 아중아실장 (상무)
- 현대자동차 HMI 판매담당 (이사/이사대우)
▷ 1960년생(56세)
▷ 부산대 기계설계학 학사
University of Colorado 기계공학 석사
▷ 주요경력
- 현대·기아자동차 정보기술본부장 (전무)
- 현대·기아자동차 감사기획팀장 (전무/상무)
- 현대·기아자동차 정보보안기획팀장
(상무/이사/이사대우)
▷ 1960년생(56세)
▷ 경희대 기계공학 학사
▷ 주요경력
- 현대·기아자동차 RVPM센터장 (전무/상무)
- 현대·기아자동차 RV총괄4PM (이사)
- 현대·기아자동차 프로젝트3팀장 (이사/이사대우)
▷ 1959년생(57세)
▷ 한양대 기계공학 학사/석사
▷ 주요경력
- 현대·기아자동차 파워트레인2센터장 (전무)
- 현대·기아자동차 유럽기술연구소장 (상무/이사)
- 현대·기아자동차 성능시험3팀장 (이사대우)
▷ 1965년생(51세)
▷ 서울대 경영학 학사
▷ 주요경력
- 현대모비스 재경본부장 (전무)
- 현대글로비스 기획재경본부장 (전무)
- 현대·기아자동차 경영기획1팀장 (상무/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