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로 업종간 고유 영역 무너져
자동차 대출 시장을 놓고 은행, 보험사, 캐피탈사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그동안 자동차 대출 시장은 캐피탈사 영역이었다. 최근 시중은행과 보험사가 저성장 시대 수익원 다변화를 위해 자동차 대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저성장 시대 살아남기 위해 업권간 고유 영역이 무너지고 있다.
자동차 대출(할부금융 포함) 시장은 그동안 캐피탈사의 영역이었다. 캐피탈사들은 자동차 제조사들과 업무 제휴를 맺어 자동차 할부 금융을 취급했다.
그러나 저성장 시대가 이어지면서 최근 은행과 보험사가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수익원 다변화로 실적을 올리려는 것이다. 은행과 보험사들은 캐피탈사보다 저금리 대출을 무기로 시장 확대에 나섰다. 특히 시중은행들은 영업점 방문 없이 모바일 앱을 통해서도 자동차 대출을 취급하고 있다.
은행권에선 신한은행이 자동차 대출 시장에서 앞서가고 있다. 지난 1월말 기준 신한은행의 모바일 전용 자동차 대출 상품인 써니 마이카 대출 잔액은 1조2260억원이다. 대출 금리는 평균 4%대다. 이 상품은 지난해 2월 출시했다.
신한은행은 앞으로도 자동차 대출 시장을 더욱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자동차 할부금융을 확대할 계획이다"며 "써니뱅크에 '자동차 종합 플랫폼'을 구축할 것이다. 여기에 중고차 매물 조회까지 서비스하려 한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도 지난해 11월 영업점 방문 없이 자동차 대출을 할 수 있는 'KB모바일 매직 카 대출'을 출시했다. 국민은행 앱에서 대출을 신청하고 KB매직카 전담센터를 통해 자동차 구입 관련 서류(자동차매매계약서)를 제출하면 된다. 최대 7000만원까지 대출해 준다. 대출 금리는 신차 구입 기준으로 최저 연 3.5%다.
우리은행도 지난해 9월 모바일 전용 자동차 대출 상품 '위비 모바일 오토론'을 내놨다. 대출 한도는 최대 7000만원이다. 대출금리는 우대금리 포함 최저 연 3.11%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위비 오토론은 모바일을 통해 고객의 대출 편의성을 높여준다"며 "2금융권보다 낮은 금리로 소비자 부담이 낮다. 자동차 금융서비스를 이끌겠다"고 말했다.
보험사들도 경기 침체에 따른 수익 악화로 자동차 대출 시장에 뛰어들거나 시장 확대에 나섰다. 삼성화재의 자동차 대출상품 '애니카 자동차대출'의 누적대출액은 2015년 5월 186억원에서 지난해 5월 1903억원으로 급증했다.
한화생명도 SGI서울보증과 협약을 맺고 자동차구입자금대출(오토론)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자동차 대출 고객들은 여러 금융사를 비교해 이용한다. 이 시장에서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진출했다"고 말했다.
이에 캐피탈사들은 자동차 시장에서 자신들의 점유율을 잃어가고 있다. 캐피탈사들의 신차 기준 자동차 대출 평균 금리는 5~6%대다. 은행 3%대, 보험사 4%대 보다 소폭 높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자동차 금융 부문 이익이 매년 소폭 줄고 있다. 은행권의 시장 진입 때문이다"고 말했다.
KB캐피탈 관계자도 "현재까지는 은행과 보험사의 자동차 금융 시장 진입에 큰 영향을 받고 있지는 않다"며 "그러나 은행과 보험사가 자동차 금융 시장을 확대하면 수익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캐피탈사들은 시장 점유율을 뺏기지 않기 위해 자동차 제조사와 업무 제휴를 맺고 있다"며 "특별 차종에 따른 저금리 이벤트 등으로도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