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온탕·냉탕 반복하다 올 춘절 맞아 회복세…승승장구에도 지난해 꼴날까 불안 여전
중국 박스오피스 시장이 온탕과 냉탕을 오가며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영화계는 누적 1억명 가까운 관객 영화를 탄생시키며 국내외 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3분기 이후 열기가 식으며 기대이하의 최종성적표를 냈다.
그러던 중국 박스오피스가 올들어서는 춘절을 맞아 다시 활황세다. 이 덕에 국내 관련 기업들을 둘러싼 환경도 좋아졌다. 하지만 이미 지난해 온탕‧냉탕을 오간 전력이 있어 국내 영화계는 아직 시장회복을 장담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러다보니 업계 안팎에서는 중국 박스오피스 규모가 과장됐다는 우려감도 조금씩 커지고 있다.
◇ 흥행열기 회복한 중국, 국내 업계도 안도…낙관은 금물 지적도
6일 영화업계에 따르면 중국 춘절(春節) 연휴(1월 27일~2월 2일)를 맞아 개봉한 영화 ‘서유기2: 서유복요편’이 개봉 첫날 수입 3억5600만 위안(597억원)을 벌어들여 직전 최고기록이던 미인어(530억원)를 뛰어넘었다. 서유복요편은 저우싱츠(周星馳 주성치)가 제작하고 쉬커(徐克 서극) 감독이 연출했다. 저우싱츠는 미인어의 제작‧연출을 도맡기도 했다.
누적관객 9400만명을 동원해 중국 박스오피스 기록을 갈아치운 미인어 역시 지난해 춘절 연휴에 맞춰 개봉했었다. 이달 23일에는 국내에도 개봉한다. 이외에도 쿵푸요가, 대요천축 등 작품들이 서유복요편 뒤에서 쌍끌이로 중국 박스오피스 열기를 뒷받침하는 모양새다.
이런 분위기는 중국에 진출한 국내 영화관련 기업들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6일 CJ CGV는 1월 중국 CGV의 누적관객이 344만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기간 성적인 304만 명에 비해 약 40만 명이 늘어난 수치다. CGV는 2006년 10월 중국 상하이에 첫 해외지점을 냈다. 지난해 CGV는 중국 지점수 80개를 넘겼다. 현지 시장점유율 6위다.
주가도 반응했다. 지난해 1월 한때 14만 1500원에 거래되다가 11월 5만 8000원 선까지 무너졌던 CJ CGV 주가는 6일 현재 8만원에 육박하고 있다. 시가총액 2조원 회복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덱스터는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박스오피스 1, 2위 작품인 서유복요편, 쿵푸요가 VFX(시각특수효과) 작업을 모두 수주했기 때문이다. 앞서 덱스터는 중국 시장에서 적인걸2, 몽키킹, 지취위호산, 몽키킹2, 봉신전기 등의 VFX 작업을 수주했다.
일단 달궈진 시장분위기는 4월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3월부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개봉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홍정표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국 (당국)은 영화시장촉진법을 추진하고 스크린쿼터 완화를 통해 시장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나친 낙관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크다. 지난해에도 춘절을 맞아 시장이 달궈졌다가 시간이 갈수록 성장정체에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 등 해외 매체 말을 종합하면 지난해 중국 영화 입장권은 13억7000만장이 팔렸다. 입장권 판매와 실제 관객규모가 다소 차이가 있는 점을 고려하면 최종 누적관객은 13억명을 약간 넘거나 못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중국 내 한해 영화관람객 숫자는 2012년 4억 6000만명에서 2015년 12억 6000만명까지 급상승했었다. 당초 업계 안팎에서는 지난해 춘절에 미인어 등이 연이어 흥행홈런을 치자 15억 관객 돌파를 예측해왔다.
이 때문에 지난해 중국 박스오피스 매출 성장률도 채 5%에도 미치지 못했다. 2012년 이후 평균 성장률은 35% 안팎을 나타내왔다. 파이낸셜 타임스(FT) 등 미국 유력 언론도 이르면 2017년 상반기 중국 박스오피스 규모가 할리우드를 추월하리라 전망했었다. 이 전망 역시 수정이 필요하게 됐다.
이에 대해 서정 CGV 대표는 지난해 12월 미디어포럼에 나와 “2월 한 달간 미인어, 몽키킹2, 도성풍운3가 다 (흥행대박이) 터졌다. 하지만 2분기, 3분기가 넘어갈수록 메이저 콘텐츠의 흥행규모가 점점 줄어들었다”며 “5% 내외 성장할 듯한데 극장 사업자 입장에서는 쇼크”라고 말했다. 결국 쇼크까지 불러왔던 시장이 두 달 만에 흥행기록을 갈아 치우는 급반전을 이룬 셈이다.
하지만 바로 이 때문에 아직 상황을 낙관하지 못하는 시각이 많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지난해 갑자기 시장에 적신호가 켜져서 불안하긴 했지만 춘절은 원래 상황이 좋으리라고 예상했었다. 아직은 더 두고봐야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해 CGV 주가는 한국의 설 연휴와 중국 춘절 연휴가 모두 끝난 3월부터 내리막길에 들어섰다.
◇ 중국 박스오피스 과장론 슬금슬금…국내업체들은 좌불안석
시장 반응이 온탕과 냉탕을 오고가다보니 중국 박스오피스 규모가 과장됐다는 해석도 슬금슬금 나오고 있다.
중국 현지 사정에 밝은 한 엔터테인먼트산업 관계자는 “(2016년 흥행한) 미인어나 착요기 모두 일정한 조작이 있다. 사재기다. 투자배급사가 수천억 원을 들여 제작사로부터 티켓을 사서 그걸 다시 온라인에서 프로모션하는 방식”이라며 “현지에서도 뜨거운 감자다. 중국 광전총국이 이걸 언제 칠 것인가가 관건인데 해당 업체들은 대형마트서 하는 1+1 프로모션과 뭐가 다르냐는 식으로 대응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런 구조다보니 소비자들이 현장에 가서 결제를 하지 않는다. 온라인 티켓 사이트만 이익을 얻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서정 CGV 대표도 12월 “중국은 예매서비스 사업자가 중간에 끼어있다. 이들도 영화와 관련해 엄청난 보조금을 써왔다. 보조금 규모가 줄어드니 (지난해) 1분기에 비해서 (3~4분기에) 고객들이 극장을 덜 찾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유력매체들도 중국 당국이 배급사가 표를 사들여 흥행 수입을 끌어올렸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할리우드에서도 주시하고 있다는 얘기다.
때마침 보호무역주의를 주장하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 쟁점이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미국 매체들은 중국 당국이 흥행이 쉬운 성수기에 의도적으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배제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일단 중국 당국은 스크린쿼터 완화 등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움직임을 내보이고 있다.
하지만 막상 국내 업체는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출하기는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좌불안석이지만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앞선 엔터테인먼트산업 관계자는 “중국에서 콘텐츠 비즈니스를 알차게 하는 (국내출신) 인사들 많다. 하지만 중국이란 나라 자체가 튀면 친다. 조용하게 사업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