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신라, 경영권 인수 거절

지난해 5월 광화문네거리에서 바라본 동화면세점 사옥 / 사진= 뉴스1

국내 최초 시내면세점 동화면세점이 경영난 탓에 호텔신라에 진 빚을 갚지 못하고 진퇴양난에 빠졌다. 호텔신라에 경영권 넘기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호텔신라는 경영권 인수를 거절했다.  

특허 관련 문제도 있다. 대기업과 중소·중견면세점​으로 특허권 취지가 다르다보니 법인 이전만으로 사업을 영속할 수 없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특허권이 남발되면서 경쟁이 심화진 탓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 최초시내면세점, 중소·중견면세점​ 대부의 위기


1일 업계에 따르면 동화면세점은 지난달 19일까지 호텔신라에 진 빚 715억원을 갚지 못했다. 동화면세점 모기업인 롯데관광개발은 2013년 용산역세권개발사업이 청산되면서 큰 손실을 봤다. 이를 메우기 위해 호텔신라에 지분을 넘겼다. 호텔신라는 당시 동화면세점 지분 19.9%를 600억원에 취득했다. 이와 함께 3년 뒤 투자금 회수를 위한 풋옵션을 걸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6월 호텔신라가 청구권을 행사했지만 동화면세점은 돈을 마련하지 못했다.

동화면세점은 다음 달 23일까지 10% 가산된 788억원을 상환해야 하는 형편이다.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계약에 따라 담보로 제공했던 주식 30.2%(57만6000주)를 추가로 내놓아야 한다. 동화면세점은 호텔신라에 채무를 변제하는 대신 경영권을 넘기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신라는 이를 거부하고 채무 변제를 요구하고 있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투자금 회수가 우선”이라며 인수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새 주인을 찾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면세 특허를 반납하고 청산 절차에 들어갈 수도 있다.

광화문 사거리에 위치한 동화면세점은 1973년 설립된 국내 최초의 시내면세점이다. 중소·중견면세점이지만 루이뷔통 등 명품브랜드 매장을 입점시키며 성장해 왔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실적이 악화됐고 올해 들어서는 루이뷔통과 구찌 매장이 철수하고 전체 영업시간도 단축했다.

호텔신라 측이 인수에 긍정적인 입장이라도 하더라도 법적 검토 과정이 필요하다. 면세점은 한정된 허가를 바탕으로 하는 특허사업이기 때문에 기업이 임의로 매각할 수 없다. 특허권을 획득한 기업이 직접 사업을 운영하지 않으면 특허를 반납하는 것이 원칙이다. 매각이나 승계를 하려면 당국과 협의해 진행해야 한다.동화면세점이 중소·중견면세점이어서 대기업에 특허를 넘길 경우 문제의 소지가 있다. 독과점 논란도 발생할 수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동화면세점은 중소·중견면세점으로 5년 단위로 입찰 과정을 거치지 않고 연장된 상태인데 대기업 면세점으로 경영권이 이전 된다면 특허권 연장 취지에서 벗어나게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관련 내용은 관세법, 시행령, 시행규칙 보세판매장 고시를 법적근간으로 해당기업에서 관할세관에 경영권 이전을 신고한다면 검토해봐야 하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 면세시장 자체의 구조적 문제도 제기


경영 자금난이 1차 이유이지만 한국 면세점 사업의 구조적 문제점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최근 몇년간 대규모 자금력을 가진 대기업들이 면세 시장에 진입하면서 면세시장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작년 국내 전체 면세점 시장 규모는 12조 2757억원으로 지난해 9조1984억원보다 33.5% 성장했다.

반면 롯데와 호텔신라가 각각 5조9700억원, 3조3258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체의 75%를 차지했다. 반면 2015년 특허를 취득한 두타, 한화갤러리아, 신세계, HDC신라, SM 등 신규, 중소·중견 면세점들은 모두 수백억원대의 적자를 냈다.

면세점 업체가 늘어난 데엔 오락가락한 정책이 한몫했다. 특허 사업으로 운영되다 보니 마치 면세점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됐다. 유통업체들이 면세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보고 진출하기 시작하면서 시내면세점은 최근 크게 불어났다. 정부는 2015년 7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5곳의 특허를 냈다. 지난해 12월에도 4곳을 추가로 선정했다. 2015년만 해도 6곳에 불과하던 서울 시내면세점이 2년 새 13곳으로 두 배 넘게 늘어나는 것이다.

더욱이 현재 면세점 업계 매출의 70%가 중국인관광객에게서 나오는 구조다. 면세점들은 10%에서 많게는 30%까지 높은 여행사 수수료를 감수해가며 제살깎기식 경쟁을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대기업 보다상대적으로 자금 여력이 없는 중소중견 면세점 상황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시내면세점 사업자가 포화 상태다. 서울 시내면세점은 10곳이고 앞으로 문을 열 면세점까지 합치면 총 13곳으로 늘어난다”며 “방한 관광객 규모에 비해 짧은 기간에 사업자가 늘어 출혈 경쟁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인 관광객이 대거 유입되고 매출에 크게 기여하면서 쏠림현상이 일어났는데 최근 사드배치 문제로 중국 정부의 한한령이 가시화되면서 산업 자체가 균형을 잃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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