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판매 현대차 9.5%·기아차 9.1% 뒷걸음…2월 반등 못하면 올 판매목표 달성 난망
반전은 없었다. 지난해 신차성적 부진과 내수경기 침체 탓에 고전한 현대·기아차가 새해들어서도 반등에 실패했다. 현대차 그랜저IG와 기아차 모닝 등이 선전했지만, 나머지 주력모델 판매량이 줄줄이 추락하며 판매량이 고꾸라졌다.
현대·기아차는 설 명절 영향 탓에 국내 판매가 부진했다며 향후 판촉활동 강화 및 신차 출시로 실적 반등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현대차 아반떼와 투싼, EQ900, 기아차 스포티지, K5 등 주력모델 판매 하락폭이 생각보다 가파른 탓에 현대·기아차가 올해 목표로 내세운 ‘825만대 판매’ 달성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 차게 식은 내수시장…새 얼굴만 분전
1일 현대차는 지난달 국내 4만5100대, 해외 29만7507대 등 전 세계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한 총 34만2607대를 판매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국내 판매는 9.5% 감소, 해외 판매는 3.1% 증가한 수치다.
그랜저가 홀로 분전했다. 지난 11월말 출시된 신형 그랜저는 본격 판매에 돌입한 지난 12월 1만7247대가 팔리며 돌풍을 일으킨 데 이어, 지난달 1만586대가 판매(구형 961대, 하이브리드 211대 포함)되며 국내 시장 판매를 이끌었다.
그러나 나머지 주력 차종이 부진했다.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는 G80가 3569대, EQ900가 626대 판매되는 등 전년 동기 대비 5.5% 감소된 총 4195대가 판매됐다.
레저차량(RV) 하락폭은 더 심각하다. 지난달 현대차 RV 라인업은 싼타페 3185대, 투싼 2791대, 맥스크루즈 678대 등 전년 동기 대비 36.7% 줄어든 총 6654대 판매를 기록했다.
기아차는 지난달 국내 3만5012대, 해외 16만3793대 등 총 19만8805대를 판매했다. 국내외 판매가 모두 감소하며 전체적으로는 전년 대비 7.0% 줄었다.
1월 중순경에 출시된 신형 모닝 판매가 돋보였다. 모닝은 지난달 5523대가 판매되며 국내 경차시장 판매 1위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로는 6.0% 판매가 늘었다. 다만 전월대비로는 판매가 32.7% 감소한 게 뼈아팠다.
전년 대비 가장 큰 성장률을 보인 차량은 준대형 세단 K7이다. K7은 지난달 3743대 팔려나가며 전년 동월대비 172.6% 판매가 늘었다. 다만 그 밖의 K시리즈인 K3(1740대), K5(2004대), K9(164대)은 전년 대비 판매량이 각각 24.1%, 48.1%, 39.3% 하락했다.
주력 RV인 스포티지와 쏘렌토 역시 지난달 각각 2457대, 5191대가 팔려나가는데 그쳐 부진했다. 전년 동월대비 48.3%, 31.4% 판매량이 각각 감소했다.
◇ 설 연휴 탓 부진?…마이너 3사는 고공행진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이 같은 내수침체 원인으로 올해 1월은 전년과 다르게 설 연휴가 포함되면서 근무일수가 감소했다는 점을 꼽는다.
그러나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마이너 3사는 일제히 내수시장 성적이 올랐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부족하다.
르노삼성은 1월 국내에서 7440대를 팔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2101대) 보다 254.1% 판매량이 급증했다. 한국GM은 지난 한 달간 1만1643대를 팔았다. 내수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5.5% 늘었다. 쌍용차도 지난달 전년 대비 6.8% 증가한 7015대를 판매했다.
현대·기아차가 부진하고 언더독(underdog)인 마이너 3사 판매가 늘어나는 추세가 올해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현대·기아차가 2월 반전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올해 정몽구 회장이 내건 판매목표 달성도 어려워질 수 있다.
올해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508만대, 317만대로 총 825만대를 판매할 계획이다. 역대 최대의 판매 목표다. 지난해 판매량 대비로는 37만대(4.6%), 지난해 목표인 813만대보다도 12만대(1.5%) 늘어난 수준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설 명절 영향으로 2월에 연휴가 있던 전년과 비교해 전체적으로 판매가 줄었다”면서 “올해도 국내 시장에서 주력 차종을 중심으로 판촉 활동을 강화하고, 전략 차종의 라인업 강화, 새로운 차급의 신차 출시 등을 통해 고객 니즈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