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개월만에 3개월 연속 증가세…불황형 흑자 탈출 조짐
한국수출이 불황형 흑자에서 벗어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14년 4월 이후 33개월만에 3개월 연속 수출이 증가했다. 반도체 수출이 전체 수출을 끌어올렸다. 반도체는 전체 수출 품목 중 수출비중이 가장 높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1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403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2% 늘었고, 수입은 371억달러로 18.6% 증가했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32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일평균 수출은 16.4% 증가해 2011년 8월 이후 65개월만에, 선박 제외 일평균 수출도 18.8% 늘어 2011년 9월 이후 64개월만에 최대증가율을 기록했다.
이에 한국경제가 불황형 흑자를 벗어나려는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불황형 흑자는 수출과 수입이 동시에 감소하면서 수입 감소폭이 수출 감소폭보다 커 무역흑자를 내는 현상이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13대 주력 수출품목은 2014년 7월 이후 30개월만에 2개월 연속 증가했다. 2012년 2월 이후 4년 11개월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13대 품목 중 8개 품목에서 수출이 증가했다.
반도체․석유제품․석유화학․평판DP․일반기계 등 8개 품목은 수출이 증가했다.
전체 수출품목 중 수출액이 가장 큰 반도체의 경우, 사상 최대 월간 수출실적을 냈다. 스마트폰 탑재용량 증가와 메모리 단가 상승 덕분에 64억1000만 달러를 수출, 4개월 연속 수출액 증가 기록을 세웠다.
석유제품의 경우 제품수출단가 상승 덕분에 2012년 11월 이후 50개월 만에 3개월 연속으로 수출이 증가했다. 이는 2011년 8월 이후 최대 증가율이다.
석유화학 수출액은 35억3000만달러로 2014년 12월 이후 최대였다. 수출단가 상승과 신증설 설비 가동에 따른 생산능력 확대 덕분에 2014년 10월 이후 27개월 만에 4개월 연속 수출액이 증가했다.
평판디스플레이는 발광다이오드(OLED) 수요 지속 증가,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가격 상승 덕분에 2013년 5월 이후 44개월만에 3개월 연속으로 증가했다.
일반기계 수출액은 중동(인프라 투자 확대), 아세안(도로건설 증대) 지역으로의 건설기계 수출 상승세 등에 힘입어 3개월 연속 증가했다.
철강은 철강재 수출단가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3개월 연속 증가했다.
컴퓨터는 기술경쟁력 우위를 선점하고 있는 SSD 중심 수요 증가와 단가상승 덕분에 9개월 연속 수출이 증가했다.
차부품은 차량용 구동모터, 가솔린 엔진용 부품품 등 수출이 증가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소폭 수출액이 늘었다.
반면 선박, 가전, 무선통신기기, 자동차, 섬유 등 5개 품목은 수출이 줄었다.
선박은 고부가가치선인 액화 천연가스(LNG) 운반선, 에탄가스운반선 2척을 포함해 총 26척을 수출(-17.5%)하는데 그쳤다. 이에 따라 선박 수출은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 연속 두자릿수로 감소했다.
무선통신기기 수출은 지난해 7월부터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갤럭시노트7 단종 영향이 지속된데다 신규전략폰 출시시기가 변동되면서 부분품 수출이 감소했다.
가전의 경우 2개월 연속 두자릿수 수출액 감소를 면치 못했다. 해외공장 생산확대와 부분품 현지조달 확대에 따라 TV 중심 수출이 감소했다.
자동차는 설 연휴에 따른 조업일수 감소, 모델 노후화 등에 따른 글로벌 판매 감소 탓에 지난달 수출액이 감소로 전환했다.
섬유 수출도 2.2% 줄었다. 단가 하락폭 완화에도 불구, 최대 시장인 중국 춘절 시기가 1월로 앞당겨짐에 따라 화섬사․직물 등 수출액이 감소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베트남, 아세안, 중국, 일본, 인도, 유럽연합(EU)은 수출 증가세가 지속됐고, 중동 수출은 증가로 전환했다. 반면 미국․중남미 수출은 줄었다.
미국은 반도체, 석유제품, 컴퓨터 수출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석유화학, 무선통신기기 등 수출이 크게 줄어 전체 수출액이 감소했다. 남미는 차부품, 철강 등 수출이 증가했으나, 선박, 가전 품목에서 수출이 감소하면서 전체 수출이 감소로 돌아섰다.
이에 산업부 관계자는 “2월 수출은 주력품목들의 수출물량과 단가상승 등으로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면서도 “전 세계 보호무역주의 확대, 중국의 성장둔화 등 하방리스크 탓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수출플러스 기조가 정착될 수 있도록 수출구조 혁신 가속화, 보호무역 확산 적극 대응 등에 정책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수출 상담회와 무역사절단 파견 등 수출 관련 주요 행사를 최대한 앞당겨 추진해 수출 회복세가 지속되도록 노력하고, 내수기업의 수출기업화, 수출 바우처 등 주요 수출지원사업의 기업 모집을 조기에 추진해 연초부터 기업의 수출 활동을 촉진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