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업체 수익성 개선 기대감 반영…제품 공급 과잉 우려는 여전
석유화학주들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에틸렌계 제품과 고무체인 제품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면서 석유화학사 수익성 개선 기대감이 커진 까닭이다. 덩달아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서 수출 환경도 나아지고 있어 ‘알래스카의 봄’으로 여겨졌던 일시적 회복세가 장기적인 ‘슈퍼 사이클’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공급 과잉 우려는 여전히 존재해 투자에 유의해야할 전망이다.
석유화학 종목 주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업종 대표주인 LG화학은 지난해 최저점인 11월 24일 종가 기준 21만9500원에서 이달 1일 27만2500원까지 24.1% 상승했다. 이날만 4.01% 상승하며 강세를 보였다. 롯데케미칼 주가 역시 이날 3.19% 오른 38만85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해 1월 20일 연저점인 23만8500원과 비교하면 62.8% 올랐다. 한화케미칼 역시 지난해 11월 28일 2만2900원에서 이날 2만6600원으로 16% 상승했다.
이들 종목 주가 상승에는 호실적 기대감이 작용했다. 증권업계에서는 롯데케미칼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00%이상 늘어난 6400억원 가량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화케미칼은 지난해 4분기 1900억원대 영업이익을 거두며 전년과 비교해 130%이상 이익을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한 LG화학은 영업이익 4617억원으로 시장 기대치에 부합한 성적을 내놨다.
이는 석유화학 업종이 지난 3~4년간 공급 과잉과 수요 부족으로 위기를 맞았던 것을 감안하면 ‘상전벽해’ 수준이다. 석유화학 업계는 그동안 중국의 에틸렌, 프로필렌 등 기초 석유화학 설비 증설에 따른 공급과잉으로 수익성이 극도로 악화됐다. 이와 함께 국내 석유화학 수출 비중이 45%에 이르는 중국 경제가 침체하면서 수요마저 줄었다. 대표적으로 롯데케미칼 연간 영업이익은 2013년 4874억원, 2014년 3509억원 수준에 머물렀다. 롯데케미칼의 지난해 4분기 예상 영업이익만 6400억원에 이르는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주요 석유화학 제품 가격 상승이 실적과 주가 상승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에틸렌계와 고무체인 등 전반적인 석유화학 제품 가격이 오르면서 수익성 지표인 스프레드(제품 가격과 원료 가격 차이)가 개선됐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에틸렌 가격은 지난달 넷째 주 기준 톤당 1145달러로 3개월전보다 8.5% 올랐다. 에틸렌-납사(Naphtha) 스프레드도 톤당 633달러 수준으로 3개월전 600달러 수준에서 상승했다. 에틸렌은 납사에서 추출되는 물질로 납사가 원료가 된다.
특히 합성고무 원료인 부타디엔 가격은 더욱 큰 폭으로 올랐다. 지난 주 기준 부타디엔 가격은 톤당 2850달러로 3개월전 대비 81% 상승했다. 6개월 전과 비교하면 175.4% 오른 수치다. 부타디엔과 납사 스프레드는 3개월전 톤당 1120달러였지만 최근 2338달러로 크게 확대됐다. 6개월전 스프레드인 643달러 대비로는 3.5배 이상 올랐다. 그만큼 수익성도 대폭 개선된 것이다.
석유화학과 증권 업계에서는 이 같은 수익성 회복세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LG화학은 지난달 26일 올해 연간 사업 전망에 대해 기초소재 부문이 견조한 시황을 바탕으로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동부증권은 부타디엔 등 소재의 견조한 스프레드가 예상된다며 롯데케미칼 올해 실적이 지난해 대비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화학제품 강세로 한화케미칼 역시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한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 주요 제품의 스프레드가 견조한데다 원·달러 강세 등으로 인해 석유화학 업계 내에선 올해는 해볼만 하다는 긍정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지난달 국내 석유화학 수출이 괜찮게 나왔다”며 “다만 공급과잉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데다 중국 업체들의 자급률이 높아지고 있어 구조적으로는 아직 불안감이 남아있는 상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