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민영화·내부 갈등 완화 가늠자 역할…행장 놓고 경합 벌인 이동건은 퇴임할 듯
연임에 성공한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임원 인사가 주목받고 있다. 완전한 민영화와 내부 갈등 조정을 위한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오는 3월말 우리은행 부행장 10명과 자회사 3곳(우리카드, 우리종합금융, 우리펀드서비스)의 사장 임기가 끝난다. 우리은행은 이르면 이달 안에 임원 인사를 시행한다.
특히 부행장 11명 가운데 10명이 3월 31일 임기를 마친다. 이동건 영업지원그룹장, 남기명 국내그룹장, 손태승 글로벌그룹장 등을 포함해 정원재 기업고객본부 부행장, 채우석 중소기업고객본부 부행장, 김홍희 부동산금융사업본부 부행장, 조재현 스마트관리사업본부 부행장, 김재원 기관고객본부 부행장, 김홍구 IB본부 부행장, 이동빈 여신지원본부 부행장 등이다.
유구현 우리카드 사장, 유점승 우리펀드서비스 사장, 정기화 우리종합금융 사장의 임기도 오는 3월 24일까지다.
이번 임원 인사는 이광구 행장의 뜻이 예전보다 높게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이 과점주주 체제를 통해 민영화에 다가선 만큼 정부 영향력이 줄었기 때문이다. 이광구 행장 역시 이번 인사를 행장 단독 권한으로 치르겠다고 밝혔다. 이 행장은 지난달 25일 "임원 인사 이동에 관련해서는 제 권한으로 전적으로 단독 시행하려 한다. 가이드라인과 조직개편은 주주들과 협의를 한 다음에 시행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번 인사부터 이광구 행장의 우리은행 청사진이 뚜렷하게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완전한 민영화라는 과제가 아직 남았다. 민영화에 성공했지만 예금보험공사가 여전히 21.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우리은행은 주가 상승 등 예보가 잔여 지분을 매각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은행은 수뇌부 인사들을 중심으로 잔존하고 있는 출신 은행 간 갈등도 해소해야 한다. 일단 이번 인사는 기존의 한일·상업은행 출신 동수 임원 체제를 유지한다. 다만 올해말 부터는 이 비율을 지키지 않는다. 우리은행 과점주주 사외이사들은 이 비율을 지키기 보다 객관적 평가 기준에 따라 인사를 하라고 요청했다.
이번 인사에서 우리은행 2인자에 해당하는 그룹장 자리를 누가 맡을지가 관심사다.
남기명 그룹장은 유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다. 남 그룹장은 행장 후보로 거론됐지만 이번 행장 경선에 참여하지 않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남기명 그룹장은 유임될 것으로 본다. 그동안 우리은행 내에서 해 온 역할이 중요했고 잘 해왔다"며 "남기명 그룹장이 우리카드 사장으로 선임될 것이라는 일부 추측이 있지만 그렇게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손태승 글로벌그룹장도 행장 후보로 거론됐으나 경선에 나오지 않았다. 손 그룹장도 유임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반면 이번 행장 경선에 나섰던 이동건 그룹장의 경우는 퇴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광구 행장도 지난 26일 현재 그룹장 가운데 임기를 다 채운 1명은 교체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동건 그룹장은 2014년 3월부터 수석부행장으로서 사실상 2인자 역할을 했다.
또 다른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번 임원 인사는 모든 것이 이 행장 의중에 달렸다. 민영화 이후 첫 인사인만큼 인사 폭이 작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출신들의 갈등 부분을 고려해서 임원을 선임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