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YG와 격차 커지고 FNC 급성장에 치이고…JYP픽쳐스 등 신사업 성과도 미미

국내 대표적인 연예기획사 JYP엔터테인먼트가 20년을 맞았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 사진=JYP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

올해는 가수 겸 프로듀서 박진영(45) 씨가 JYP엔터테인먼트의 전신인 태홍기획을 세운지 20년 째 되는 해다. 태홍기획의 이름은 이내 JYP로 바뀌었다. 이후 코스닥 상장사인 제이튠 엔터테인먼트의 주식을 대량매입해 우회상장하는 방식으로 지금의 JYP 골격이 구축됐다. 박 씨는 현재 JYP의 총괄이사를 맡고 있다.

성년을 자축할 만도 하지만 JYP 앞에 놓인 현실은 녹록치 않다. SM엔터테인먼트와 YG엔터테인먼트 등 그간 라이벌로 평가받아왔던 업체들과의 격차가 갈수록 커진다는 점은 뼈아프다. 설상가상 추격자 FNC엔터테인먼트의 상승세도 도드라진다. 그 사이 JYP도 여러 신사업에 야금야금 뛰어들었지만 뚜렷한 흔적은 남기지 못했다.

트와이스·갓세븐의 쌍끌이 흥행 덕에 실전 반등SM·YG와의 격차는 아득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JYP의 3분기까지 누적매출액은 479억원이다. 직전 해 같은 기간(324억원)보다 50% 가까이 급증했다. 2015년 한해 매출액이 505억원이었던 걸 감안하면 눈에 띄는 성장세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80억원을 넘어섰다. 2015년 한해 영업이익(41억원)을 훌쩍 웃도는 수치다. 아직 4분기 실적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매출액 650억원, 영업이익 100억원을 예측하고 있다.

동력은 새 캐시카우 아이돌에서 나왔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증권 연구원은 호실적에 대해 “갓세븐과 트와이스의 높은 음반·음원 판매 성적이 이익률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며 “(올해 영업이익은) 130~150억원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 가온차트에 따르면 트와이스 미니3집의 지난해 판매량은 35만장으로 전체 5위에 올랐다. 또 트와이스 미니2집도 18만장이 팔려 전체 12위로 집계됐다. 갓세븐 정규2집은 22만 5000장으로 10위, 갓세븐 미니5집은 16만 7000장으로 13위였다.

JYP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음반·음원이 매출서 차지하는 비중은 27.24%(별도 제무제표 기준)에 달했다. 2015년 같은 비중이 22.7%였던 점을 감안하면 두 캐시카우 아이돌의 음원판매 실적이 전체 매출성장에 끼친 영향을 가늠해볼 수 있다.

하지만 그간 3강의 한축으로 불리던 걸 상기해보면 실적의 크기가 왜소하다는 지적도 있다. 같은 3분기까지 YG엔터테인먼트의 누적매출액은 2515억원에 달한다. 이미 영화, 드라마, 뮤지컬 등 각종 영상 프로그램 제작을 담당하는 자회사(SM C&C)까지 갖춘 SM엔터테인먼트의 누적매출액은 2700억원이 넘었다.

이들에만 뒤진 게 아니다. 국내 최정상급 MC 유재석 씨를 영입해 화제가 됐던 FNC엔터테인먼트의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매출액은 633억원이었다. 다만 FNC의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16억원으로 JYP가 앞선다.  

 

박진영 JYP 총괄이사가 19일 서울 가회동 성당서 열린 비와 김태희 씨의 결혼식에 참석한 모습. / 사진=뉴스1

시가총액의 차이도 커졌다. 1일 현재 JYP시가총액은 1636억원이다. SM과 YG는 각각 5156억원, 4478억원이다. 2014년 12월 상장한 FNC 시가총액도 단기간에 1000억원을 넘어섰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연예기획사 3강이라는 말이 유효성을 상실했다고 보는 평가가 많다. 되레 일각에서는 4개 업체를 2강 2중으로 표현해야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 문어발 확장 중인 SM·YG, JYP는 음반·매니지먼트 치중…변수는 JYP픽쳐스

뚜렷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뼈아픈 대목이다. YG와 SM은 영상과 화장품, 외식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연예기획사가 갖춘 IP(지적재산권)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쓰고 있는 셈이다.

가령 SM의 자회사인 SM C&C의 경우 지난 3년 간 동네변호사 조들호, 장사의 신: 객주, 디데이, 총리와 나, 미스코리아 등 드라마와 우리동네 예체능, 인간의 조건, 동상이몽 등 예능작품을 연이어 제작했다. SM C&C에는 강호동, 신동엽 등이 속해있다. 또 SM C&C가 제작하는 드라마에 SM 소속 가수들을 출연시키기도 한다. YG 역시 지상파 PD들을 연이어 영입하며 제작사로의 영역 확장을 꾀하고 있다.

반면 JYP의 사업부문은 음반과 매니지먼트로 한정돼 있는 모습이다. JYP의 3분기 매출비중은 음반이 27.24%, 광고가 26.1%, 출연료 18.04%, 초상권 외 17.54%, 콘서트 11.07% 순이다. 즉 소속가수들이 음원을 팔거나 콘서트를 열고, CF나 방송에 출연하는 돈으로 대부분의 매출을 거둬들이고 있다는 얘기다. SM과 YG가 IP를 활용해 영상제작에서 화장품, 외식까지 다양한 연관 사업에 문어발식으로 확장해가고 있는 점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이에 대해 장민지 대중문화평론가(연세대 영상학 박사)는 기자에게 “SM과 YG가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외연을 넓히며 플랫폼 회사로 나아가는 반면 JYP는 충실하게 아이돌에 집중하고 있는 경향이 있다”며 “이게 과연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현주소를 제대로 따라가는 모습인지는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장 박사는 “트와이스의 장수여부가 관건일텐데 (만일을 대비해) 플랫폼 유통 강화 등을 진지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흥미로운 대목은 JYP의 자회사 목록 중 자산총액 33억원 규모(2016년 3분기 기준)의 JYP픽쳐스가 있다는 점이다. JYP는 지난 2013년 영화, 드라마 제작사인 JYP픽쳐스를 설립했다.

하지만 4년 가까이 눈에 띄는 성과가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나마 가장 눈길 끄는 성과는 중국 요쿠, 투도우그룹과 JYP픽쳐스가 공동투자·제작한 웹콘텐츠 ‘드림나이트’가 누적조회수 1억뷰를 넘어섰다는 정도다. 이 드라마에는 JYP 소속인 갓세븐과 송하윤, 미쓰에이 민 등이 출연했다.

일단 JYP는 올해 4월 JTBC에서 JYP픽쳐스의 첫 사전제작 드라마 ‘더 패키지’를 내놓을 계획이다. 단연 눈길을 끄는 인물은 시나리오를 맡은 천성일 작가다. 천 작가는 그간 ‘추노’, ‘7급공무원’, ‘도망자 플랜 B’, ‘해적: 바다로 간 산적’ 등 방송과 영화 분야서 히트작들을 만들어온 주목받는 작가다. 공교롭게도 이 드라마의 주연은 FNC 소속의 정용화와 SM 소속의 이연희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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