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법인세 인하하면, 한국 법인세 인상 주장 자체가 부담될 것"

법인세 인상 논쟁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재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 행정부가 다자간 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탈퇴를 선언하면서 조만간 법인세율 인하를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실제 법인세율 인하를 단행하면 최근 법인세 인상 논쟁이 치열한 한국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미국의 법인세율은 35%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법인세율을 보유하고 있다. 트럼프 미 행정부는 자국의 높은 법인세율 때문에 외국 자본의 투자 유치가 쉽지 않고 구글·애플 등 다국적 기업들이 높은 세금을 피해 본사를 타국으로 이전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트럼프는 취임 전, 경제공약 가운데 하나로 법인세의 최고세율을 현행 35%에서 15%로 낮추고 최저한세율도 폐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미 트럼프 행정부의 법인세 인하안은 1차적으로 의회를 통과해야 그 효력을 나타낼 수 있다. 해당 법안이 미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 행정부가 의회에 제출하는 법인세율 인하 개정안은 상·하원을 쉽게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다만 15~20% 선에서 조율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민주당이 분명 반대 할 것이다. 또한 최근 불거진 재정적자 문제 등으로 법인세 인하안이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밝혔다.

미국의 법인세율 인하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국가 간 조세경쟁이 촉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법인세율 인하를 단행하면 자본유출을 막으려는 경쟁국들이 연쇄적으로 세율을 인하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법인세율을 인하하는 나라에는 낮은 세금(높은 세후이익)을 노린 기업들의 투자가 몰리지만 이와 반대로 높은 법인세율을 보유한 나라는 유치된 자본을 빼앗기게 된다.

하지만 국내 자본(투자)유출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이 법인세 최고세율을 15%까지 인하할 경우 미국으로 자본유출이 심각할 것”이라며 “추후 법인세율을 인하하려는 국제간 조세경쟁도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정 교수는 “미국이 15%까지 내린다는 의미는 조세피난처들과 경쟁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미 많은 조세피난처들이 (투자유치 등에서) 자리 잡은 상태다. 미국이 법인세율을 내리더라도 제조업 기반인 한국 기업들이 미국으로 진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최근 대기업들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근 정치권 사이에서 일고 있는 법인세 인상에 대한 논쟁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실제 법인세율 인하를 단행하면 국내에서도 인상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법인세 인상에 관해 야권 내에서도 의견이 갈려 법인세 인상 추진은 더욱 어렵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법인세 인상에 관해 이재명·박원순·유승민·손학규 등 야권 대선주자들은 최고세율 자체를 높인다는 구상을 한 반면 문재인·안철수·안희정 등은 법인세 인상대신 실효세율 인상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조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이 실제 인하를 단행하면 법인세율을 높이자는 주장 자체에 큰 부담이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시사저널e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