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500조원 '사상 최대'…올해도 증가세 여전
지난해 신한·국민·우리·하나·농협 등 5대 시중은행 가계대출이 사상 최대치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시중은행 당기순이익이 전년보다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들이 가계 대출을 늘리면서 손실을 만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가계대출 규모가 가장 큰 은행은 NH농협은행으로 알려졌다. 상반기 적자 폭을 줄이려는 조치로 분석된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이 기록할 지난해 당기순이익 잠정치는 7조6000억원으로 알려졌다. 지난해보다 20% 증가한 수준이다.
농협은행, IBK기업은행, BNK금융, DGB금융 등 국책은행과 지방은행까지 모두 합하면 금융권 당기순익은 10조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알려졌다. 연간 순이익 10조원 돌파는 금융위기 발생 직전인 2007년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은행권 당기순이익이 급증한 원인에는 은행들의 가계대출 규모 확대 정책과 관련이 있다. 특히 농협은행이 적극적으로 가계대출을 늘리면서 상반기 적자 기록을 만회하는 데 노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국민·우리·하나·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12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500조9230억원이다. 2015년보다 42조2049억원(9.2%) 늘었다. 은행 한 해 가계대출 잔액이 처음으로 500조를 돌파한 것이다.
잔액 규모로는 국민, 우리, 하나, 신한, 농협은행 순이다. 국민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23조1397억원이다. 이어 우리은행도 102조5234억원으로 100조를 돌파했다. 하나은행 95조676억원, 신한은행 93조6285억원, 농협은행 86조5638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가계대출이 가장 많이 증가한 곳은 NH농협은행이다. 농협은행 가계대출 규모는 2015년보다 11조1404억원(14.8%)이 늘었다. 이어 우리은행 가계 대출이 2015년보다 10조3196억원(11.7%) 증가했다. 신한은행은 5조5437억원(6.2%) 늘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 조선·해운 구조조정으로 1조7000억원에 달하는 충당금을 쌓으면서 적자 실적을 낸 바 있다"며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가계대출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내 5대은행 가계대출은 지난해 상반기 이후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대 은행 가계부채는 10월 말 잔액기준으로 495조628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6월 말 잔액 기준 가계부채는 476조2858억원이다. 4개월만에 4%나 증가했다. 특히 집단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이 344조7139억원에서 359조2798억원으로 같은 기간 4.23% 늘었다.
해당 기간 가계대출이 가장 많이 늘어난 은행도 농협은행이다. 6월말에서 10월까지 가계대출이 7.19% 늘었다. 다른 은행 평균보다 3%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KEB하나은행도 6.9%나 증가해 뒤를 이었다. 우리은행은 0.98% 증가에 그쳐 상대적으로 가계대출 증가량이 적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광구 행장의 '뒷문 잠그기' 경영 방침에 따라 가계대출을 무작정 늘리지 않고 리스크 관리에 힘쓴 결과"라고 설명했다.
은행권은 올해도 가계대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 결과(3분기 동향 및 4분기 전망)'에 따르면 은행 대출심사가 강화하면서 은행 대출태도지수가 -18을 기록했다. 대출태도지수가 낮아질수록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어렵다는 의미다. 하지만 은행 대출 규모는 이와 관계없이 3분기에만 4%나 증가했다.
은행 관계자는 "은행 대출태도지수가 낮은데도 대출이 늘어난 것은 그만큼 경기가 안 좋은 탓에 대출 수요가 많아진 것"이라며 "올해도 대출 증가는 심화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