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SKT사장은 현장 행보…연임 황창규 KT회장은 5G 서비스 등 혁신 강조
새해 들어 이동통신 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이 분주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2월 1일부터 차례대로 진행되는 실적 발표와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이통 3사 최고경영자들은 서비스 현장과 국제 전시장을 찾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경영자는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다. 박 사장은 2017 SK그룹 정기인사를 통해 SK텔레콤 최고경영자로 선임됐다. 그는 27일 설 연휴를 앞두고 직접 분당 소재 네트워크 관리 센터를 찾아 트래픽 폭증에 대한 대비 상황을 점검했다.
박 사장은 근무자들에게 “설 연휴 고객들이 전국 어디서나 불편 없이 이동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달라”면서 “명절 기간임에도 원활한 서비스를 위해 휴일을 반납하고 업무에 임하는 전국 많은 구성원들의 노고에 다시 한 번 감사한다”고 격려의 말을 전했다.
SK텔레콤은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맞고 있다. 업계에선 2월 3일 4분기 실적과 연간 실적 발표도 예상치를 밑돌 것으로 보고 있다. 이동통신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무선 서비스 ARPU(가입자 당 매출)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데 SK플래닛 등 자회사 투자 비용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이 공정거래위원회 불허로 무산되면서 타격을 받기도 했다. 당시 관계자들은 “인수합병 불허로 SK텔레콤보다는 CJ헬로비전 측 타격이 크다”고 분석했지만 SK 역시 야심차게 준비한 케이블 인수 전략이 차질을 빗으면서 CEO 교체라는 아픔을 겪었다.
반면 기회도 존재한다. 지난해 SK텔레콤은 인공지능 음성인식 허브 누구(NUGU)를 국내 최초로 출시하고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아파트에 지능형 스마트홈 서비스를 탑재하기 시작했다. 박정호 사장 취임 이후 SK텔레콤은 4차 산업혁명 생태계 조성과 5G(5세대 이동통신) 통신망 구축을 위해 11조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투자들이 당장 실적으로 나타나기 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이에 박 사장은 임직원과 스킨십을 강화하면서 과감한 투자를 통한 미래 산업 육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가 그룹 내에서 인수합병, 구조조정 전문가로 통하는 만큼 실패했던 케이블 인수합병 전략을 다시 짜고 내부 혁신을 통해 자회사 비용을 줄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실상 연임은 확정됐지만 최종적으로 절차가 끝나려면 3월 열리는 주주총회를 기다려야 한다. CEO 추천위원회가 구성되고 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황 회장은 외부 활동을 자제해왔다.
그럼에도 KT는 황 회장 핵심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특히 KT는 30일 자사 5G 시범 서비스가 국제표준 초안으로 채택되었다고 밝혔다. 황 회장은 평소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을 5G 올림픽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혀왔다.
해당 5G서비스는 싱크뷰(Sync View), 360도 실시간 VR(360’ Live VR), 옴니뷰(Omni-View) 같은 실감형 미디어 서비스들이다. 싱크뷰는 스포츠 선수 시점에서 실감나는 가상현실(VR) 영상을 제공하는 기술이다. 옴니뷰는 경기장에 카메라를 여러 대 설치 해 어떤 각도에서도 선수들 움직임을 보여준다.
KT는 이런 서비스가 필요로 하는 기술들을 국제표준 기고서(Contribution)로 제안했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는 10일간 토론을 한 끝에 표준 문서 초안(Draft Recommendation)으로 이 기술들을 선정했다.
2014년 취임 이후 황 회장은 3사 최고경영자 중 가장 적극적으로 혁신을 추진하는 인물로 알려졌다. 그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2015년 두 차례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 후 지난해 영업 흑자를 달성했다.
황 회장 취임 후 기존 초고속 인터넷보다 10배 빠른 기가인터넷 출시로 유선 ARPU를 키우고 평창동계올림픽 주관 통신사로서 5G 시범 서비스를 준비하는 등 KT는 극적인 변화를 겪었다.
그러나 한 KT 내부 관계자는 “기가인터넷 가입자 증가나 5G 서비스 기술에 대해서는 지적할 부분들도 많다”면서 “그리고 그런 서비스나 기술은 황 회장과 관계없이 내부적으로 준비하고 있던 것들”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한 LG유플러스 고위 관계자는 “권 부회장이 현장 영업 직원들과 단체 카톡방을 만들어 의견을 듣는 등 소통을 강화했다”면서 “직원 복지에도 관심을 가져서 임직원들 분위기가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권 부회장이 취임 초기 강조했던 해외 사업이 성과를 내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그는 LG그룹 계열사 중에서도 LG화학과 LG디스플레이 등 세계 시장에서 최고 입지를 유지하고 있는 수출사업을 이끌어왔다.
권 부회장은 지난 7일 6년 만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소비자가전전시회를 찾아 해외 유력 사업자들과 대화했다. 그는 현지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방문 목적은 외국 통신사와 협력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버라이즌(Verizon, 미국 1위 통신 기업)과 첫 만남이 기대만큼 좋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