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내내 시달리고 총수 사면 이유로 특검 수사대상 거론…다른 대기업조차 “측은하다”
박근혜 정권 내내 가시밭길을 걸었던 CJ그룹의 수난사가 매듭을 짓지 못한채 이어지고 있다. 탄핵정국으로 사실상 박근혜 정권이 조기퇴진을 눈앞에 둔 시점까지 특검 수사 불똥이 튀지 않을지 걱정해야하는 판국이다.
삼성이 박근혜 정권의 강압에 의해 최순실 모녀를 지원했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피눈물을 삼키는 곳은 CJ다. 박근혜 정권 내내 사실상 괴롭힘을 당하다 엉뚱하게 특검 수사와 관련해서까지 이름이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CJ는 이재현 회장이 사면을 받았다는 이유로 SK와 함께 주요 수사대상에 올라 있다.
지난 박근혜 정권 4년은 CJ에겐 악몽 같은 시간이었다. 일각에선 2014년 다보스 포럼 '한국의 밤' 행사 때 이미경 부회장이 박근헤 대통령보다 부각되면서 대통령의 시기를 사게 된 것을 CJ가 고생길로 접어든 불편한 관계의 시작으로 꼽는다. 하지만 이미 재계에선 박근혜 정권이 들어설 때부터 CJ그룹이 대통령의 미움을 살 것이라고 예견했다.
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2013년초 재계 관계자는 “CJ는 이번 정권에서 기를 펴기 힘들 것 같다”며 “청와대에서 영화 ‘광해’에 대해 불편해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당시 영화 속 광해는 노무현 대통령을 연상시킨다는 평을 받았다. 2012년 문재인 대선후보가 직접 관람해 눈길을 끌었다.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고 대기업 사정 이야기가 나왔을 때 빠지지 않고 이름이 등장한 곳이 CJ다. 이재현 회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과 고대 동문이란 이유로 친 MB정권 기업이란 것이 이유였다. CJ는 박근혜 정권과 불편한 관계였던 노무현 및 MB정권과 모두 얽혀 있었다.
◇ 이재현 회장 구속 이후 곧바로 이미경 부회장 퇴진 압박
검찰은 이재현 회장이 탈세 및 횡령을 했다며 구속 기소했다. 이재현 회장이 구속된 지 며칠 후 박근혜 대통령은 조원동 전 경제수석에게 사실상 이미경 부회장의 퇴진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조원동 수석은 이 부회장의 퇴진이 청와대 공통 의견이라며 손경식 회장에게 “그냥 쉬라는데 그 이상 뭐가 더 필요하냐”면서 노골적으로 찍어내기를 단행했다.
이재현 회장이 구속된 이후부터 CJ그룹의 투자는 급격히 줄었다. 2012년 사상 최대 규모인 2조9000억원에서 2014년 1조9000억원, 2015년 1조7000억 원으로 눈에 뛰게 감소세를 이어갔다.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들이 대박을 치며 주목받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암흑기를 겪은 것이다. 숙원사업이던 CJ헬로비전과 SK텔레콤과의 합병도 공정거래위원회 심사 끝에 물 건너갔다.
이재현 회장은 2016년 8월 15일 사면됐지만 이미 건강상태가 크게 악화된 후였다. 박근혜 정권에서 미움을 받은 이미경 부회장도 희귀병 치료중이라 경영에 아직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영화 광해를 계기로 CJ에 박힌 미운털은 CJ그룹 총수들을 경영활동에 집중하지 못하게 했다. CJ는 그 이후 다른 대기업들과 마찬가지로 CGV영화관 등에서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를 홍보하며 정권 눈치 보기 대열에 합류했다.
이처럼 정권 내내 수난을 겪은 CJ는 박근혜 정권이 심판을 받고 있는 현재까지도 그 굴레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총수가 사면을 받았다는 이유로 특검 수사 대상이 될지 모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수사대상 기업의 한 핵심 관계자는 “대한민국 거의 모든 대기업이 수사를 받고 있지만 정권 내내 시달리던 CJ가 수사대상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을 보면 측은할 정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