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이후 가계·중소기업 이자부담 증가세…수신금리는 제자리, 예대마진 확대
시중은행들이 예대마진을 확대하고 있다. 가계에 대해서는 저금리 대출 비중을 줄였다.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금리도 높였다. 반면 예금 금리는 거의 변함이 없다. 가계와 중소기업들은 경기침체에 더해 대출 금리까지 올라 부담이 커졌다.
예대마진은 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로 금융사의 수입이 된다.
국내 예금은행들은 미국의 금리 인상 신호가 본격적으로 나온 지난해 하반기 이후 3% 미만 가계대출 금리 비중을 줄였다. 지난해 8월 75.9%에서 12월 37.1%로 절반 가까이 축소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금리 3~4% 비중은 18.6%에서 54.5%로 늘었다. 4~5% 금리 비중도 2.6%에서 4.7%로 늘었다. 2%대 가계대출 금리를 줄이고 3~5%대 대출금리를 늘린 것이다.
실제로 시중은행들은 신규 가계대출 금리를 지난해 8월 이후 2.95%에서 3.29%로 네 달 연속 올렸다. 가계대출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주택담보대출금리는 같은 기간 2.7%에서 3.13%까지 0.43%포인트 높였다.
그러나 시중은행들의 예금금리는 큰 변화가 없다. 여전히 2% 미만 비중이 대부분이다. 지난해 8월 2% 미만 예금금리 비중은 99.9%에서 12월 99.7%로 거의 변화가 없다. 정기예금 금리는 지난해 8월 1.3%에서 1.54%로 0.24%포인트 올렸다. 정기적금 금리는 같은 기간 1.52%에서 1.54%로 소폭 높였다.
시중은행들은 중소기업 대출 금리도 올렸다. 지난해 7월 3.53%에서 12월 3.77%까지 높였다. 중소기업 대출 금리 3% 미만 비중은 지난해 8월 34.9%에서 12월 25%로 줄였다. 반면 3~4% 금리 비중은 41.1%에서 44.8%로 늘었다. 4~5% 금리 비중도 14%에서 19.6%로 증가했다.
경기 침체와 취업난 속에서 대출 금리까지 올라 가계와 중소기업들은 2중, 3중고를 겪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대출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연간 이자 부담은 8조원 늘어난다. 금리가 0.25% 오르면 연간 이자부담은 2조250억원 증가한다. 특히 1300조원의 가계부채 중에서 금리 상승 위가계험에 노출돼 있는 변동금리 대출금이 700조원을 넘는다.
자영업자들도 금리가 0.1% 포인트 오르면 폐업 가능성이 최대 10%까지 높아진다.
중소기업들도 경기가 나쁜 상황에서 대출금리까지 올라 어려움을 호소한다. 서울에서 미용기기를 만드는 중소기업 관계자는 "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올리고 있다. 가뜩이나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금리 까지 올라 더욱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은행들이 새 수익원 확보 노력 없이 예대금리를 확대해 손쉽게 이윤을 추구하는 행태를 지적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저성장과 경기침체로 가계와 중소기업 모두 어려운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은행들은 예대마진을 확대해 가계와 중소기업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강 국장은 "은행들이 새 수익원 추구없이 예대마진 확대로 손쉽게 이윤을 얻는 행위는 비난 받아야 한다"며 "은행들은 경기침체 상황에서 저소득층의 워크아웃, 채무변제 등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