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산업·SK건설 컨소시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민관 투자개발형 사업 확대 기대 커져

터키 현수교 프로젝트의 우선협상대상자로 대림산업·SK건설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 사진= 시사저널e

당초 한일전으로 관심을 모았던 터키 현수교 수주전은 한국 측 컨소시엄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이번 수주성과는 대림산업·​SK건설 컨소시엄의 기술력, 시공경험과 정부지원으로 이뤄진 '합작품'이란 평을 받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 수주를 계기로 민관 투자개발형(PPP) 사업 확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림산업과 SK건설, 터키의 리마크·야프메르케지 컨소시엄이 다르다넬스해협 현수교(가칭 차나칼레 1915교) 프로젝트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차나칼레 1915교는 터키 차나칼레주의 립세키와 겔리볼루를 연결하는 사업이다. 총 길이 3.7km 현수교와 그 연결도로를 건설하는 내용이 골자다. 주탑 간 거리가 2023m로 완공 시 일본 고베의 아카시대교(1991m)를 제치고 세계 에서 가장 긴 현수교가 된다.

이번 프로젝트는 높은 수익률로 업계 차원의 관심을 받았다. 차나칼레 1915교는 민간투자방식(BOT) 인프라 사업이다. 사업규모는 3조5000억원대에 이른다. 대림산업·SK건설 컨소시엄이 완공 후 16년 2개월 간 최소운영수익을 보장받으며 다리를 운영한다. 최소운영수익을 보장받으며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만큼 일반 도급공사 대비 높은 수익률이 보장된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한국 ▲중국 ▲일본 ▲터키 ▲이탈리아 등 24개 기업들이 결성한 4개 컨소시엄이 수주전을 벌였다. 다만 SK건설·대림산업 컨소시엄과 현대건설 컨소시엄의 2강, 이토추상사·IHI 건설(일본) 1중 체제로 한국 건설사의 프로젝트 수주가 확실시되는 상황이었다.

다만 수주 막판에 이르러 일본 측의 공세가 거셌다. 일본은 아베 총리가 직접 이번 수주전을 진두지휘했다. 입찰마감 시한을 앞두고선 이시이 게이이치 국토교통상이 직접 터키를 방문해 낮은 공사비 조달방안, 투자펀드 등 다양한 지원책을 터키 발주처에 제시했다는 후문이다. 일본 정부 차원에서 총력전을 벌인 셈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일본이 2013년 터키 원전 건설공사 수주경험을 바탕으로 정부 차원의 적극적 지원이 이뤄졌다. 막판 들어 (대림산업·SK건설) 수주가 어려울 정도까지 일본 컨소시엄이 치고 올라왔다”고 말했다.

초반 정부의 미진한 지원도 일본 측의 추격요인으로 작용했다. 국토교통부는 대림산업의 예비 타당성 조사비용 4억원을 대림산업에 지원했다. 또한 작년 연말 김형렬 건설정책 국장이 터키를 방문해 정부 차원의 지원의지를 밝혔다. 다만 일본 정부가 밝힌 투자펀드 지원 등 파격적 지원책에 비해 부족하다고 업계 차원의 평가가 이뤄졌다. 당초 ‘탄핵정국 속에서 정부 측이 전폭적으로 지원에 나서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의견이 업계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다만 대림산업·SK건설 컨소시엄의 사전 준비작업이 일본 측의 추격을 따돌리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대림산업은 지난해 6월부터 사업을 위한 예비 타당성 조사를 진행했다. 이 가운데 터키 정부가 돌연 10월에 입찰을 공공했다. 사전 준비가 부족한 해외 건설사들이 입찰을 중도 포기했다. 이로 인해 한국 컨소시엄이 시작부터 연일 우세를 점할 수 있었다.

대림산업·SK컨소시엄이 지닌 자체 강점도 이번 수주전의 분수령으로 작용했다. SK건설은 터키 내에서 풍부한 수주경험을 지니고 있다. SK건설은 지난 2013년 터키 보스포루스 3교, 지난해 말 유라시아터널 개통 등으로 시공능력과 경험을 현지에서 인정받았다. 또한 대림산업과 SK건설은 국내 최초 자체기술로 제작한 현수교인 ‘이순신 대교’를 같이 시공한 기술력도 보유했다. 경험,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른 컨소시엄에 비해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막판 이뤄진 정부 측 지원도 수주를 가능케 해줬다.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가 국내 기업이 참여한 컨소시엄에 관심서한을 발급하며 금융지원을 보장했다. 이로 인해 일본 측 컨소시엄이 제시한 금융조달 비용 대비 더 낮은 금리를 국내 컨소시엄이 발주처에 제시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현재 SK·대림산업 컨소시엄 측은 발주처로부터 공식적인 낙찰통지서(LOA)를 수령하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향후 LOA 수령 및 계열체결 시 절차에 따라 공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 민관 PPP 사업 시동거나

정부 차원의 지원이 이번 수주전에 도움이 된 것을 계기로 민관 투자개발형(PPP) 사업의 시동이 걸릴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번 현수교 프로젝트는 PPP사업의 일환이다. 민간이 사업을 제안하고 설계·금융조달·시공·운영의 모든 단계를 맡는 사업방식이다. 일반 도급공사 대비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기에 국내 건설사들이 관심을 지니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조 인프라 사업을 포함해 세계 각국에서 PPP를 통한 인프라 사업 확대의지를 밝히고 있다. 이에 시장확대 가능성도 매우 높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말 ‘2017 업무계획’을 발표하며 민관 차원의 PPP사업 진출확대를 주요 업무계획으로 삼았다. 이번 터키 수주전도 해당 PPP 지원사업의 하나로 포함됐다. 이번 수주성과를 통해 민관이 협력한 PPP사업 확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정부에서 PPP사업에 대한 관심은 물론 지원책을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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