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정부기관 처벌 강화 아닌 구조 개선이 우선”

그래픽=김태길 미술기자

정부가 약사법 개정으로 처벌을 강화했음에도 고질병인 불법 리베이트는 끊임없이 적발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강력한 규제가 리베이트 해결에 실효성이 없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전문가들은 약값 인하 등 제약업계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조언한다.

제약업계에선 최근에도 불법 리베이트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휴온스, LG생명과학 등이 검찰 압수수색을 받았다. 업계는 신약 불법 리베이트나 약가 상향조정 혐의로 추측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8월 노바티스는 전현직 임원 6명이 26억원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11월에는 최인석 유유제약 대표 등 임원 4명이 5억5000만원 가량 리베이트를 제공해 검찰에 구속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불법 리베이트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한다. 해마다 제약회사와 도매상이 늘어난 탓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수사통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월까지 불법 리베이트 적발 금액은 77억 9700만원이다.

이처럼 당국의 적발이 늘어나지만 제약업계는 깊숙이 자리잡은 불법리베이트를 없애기는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제약산업 내 시장 경쟁에 있어 불법 리베이트가 암묵적 관행이라는 것이다.

한 제약회사 홍보팀 사원 A씨는 “제약업계에서는 홍보나 영업활동을 할 때 암암리에 (리베이트가) 이루어진다. 제도를 아무리 강화해도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영업사원 입장에서는 실적을 위해 병원이나 의료인에게 부탁하는 입장이다"고 말했다.

이에 불법 리베이트 처벌은 점점 강화되고 있다. 약사법을 개정안이 지난 해 12월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불법 리베이트 관련 의료인은 징역 3년이하 또는 벌금 3000만원 이하 처벌을 받게 됐다. 기존엔 징역 2년이하, 벌금 3000만원 이하 처벌을 받았다. 의료인 긴급체포도 가능해졌다.

리베이트 쌍벌제는 이미 2010년 시행됐다. 리베이트 쌍벌제는 제약사와 의료인 양쪽 처벌이 가능한 제도다. 2014년에는 두 번 연속 리베이트에 발각된 제품을 급여 대상에서 제외하는 리베이트 투아웃제도 도입됐다.


한국제약협회 관계자는 “불법 리베이트를 막는 제도나 법은 이미 충분하다”며 “앞으로 제약협회는 정부와 협업해 공정거래규약을 개정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법적 제도 강화나 공정거래규약 개정이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도는 꾸준히 강화돼왔지만 불법 리베이트 사건이 끊이지 않는 탓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구조적인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국내 전문의약품 시장에선 복제약 경쟁이 치열하다. 같은 효과를 가진 복제약이라도 의사 처방에 따라 판매되기 때문이다.

노환규 의료희망연구원 원장은 “리베이트는 구조적인 문제다. 복제약값에 의해 확보된 높은 마진이 원인이다. 국내 복제약값은 선진국 2배 수준”이라며 “비싼 복제약 경쟁이 치열하니 제약업체들은 더 많은 돈을 로비하는 등 리베이트가 심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노원장은 “복제약값을 결정하는 것은 정부기관이다. 정부가 유지하고 있는 불투명한 약가결정구조가 리베이트 주범”이라며 “리베이트를 없애는 방법은 의사처벌이 아니라 복제약값 인하와 제약회사 구조 변화에 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