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실업 급여 인상·중소기업 지원 등 병행해야"
일자리가 부족하고 실업급여가 미흡한 상황에서 은행의 자영업자 대출 축소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고금리 2금융권 대출이 늘고 실업자가 더 많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자영업자 금융 규제 이전에 실업급여 인상, 중소기업 일자리 여건 강화, 노인 일자리 증가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최근 과밀지역 자영업자 대출 조건을 강화하기로 했다. 자영업자들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자영업자 대출이 가계부채 뇌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5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가계부채 방안을 내놨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당국의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 방안은 오는 6월 시행할 계획이다.
자영업자 대출은 개인 사업자들의 사업자 대출과 가계대출을 합친 금액이다. 지난해 9월말 기준 464조원에 달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일자리가 부족하고 실업 급여 등 사회 안전망이 미흡한 상황에서 자영업 대출 축소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각 산업 구조조정과 수명 연장으로 일자리 수가 수요에 훨씬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청년 실업률은 9.8%로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 지난해 전체 실업자는 101만2000명으로 전년보다 3만6000명(3.6%) 늘었다. 실업률은 3.7%로 전년대비 0.1%포인트 올랐다. 특히 지난해 실시된 구조조정으로 제조업 취업자가 대폭 줄었다. 지난해 제조업 취업자는 448만1000명으로 전년대비 5000명(-0.1%) 줄었다. 7년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한수진 프랜차이즈협회 실장은 "중장년층 명예퇴직이 빨라지고 있지만 이들의 재취업은 어렵다. 이들이 생계를 위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프랜차이즈 등 소규모 사업"이라며 "이들에게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금융 규제를 강화한다고 해도 과밀 업종을 해소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구조조정된 사람들과 명예퇴직한 사람들은 손쉽게 창업할 수 있는 소규모 외식업이나 프랜차이즈 사업에 몰린다. 전문 기술이 없고 준비 기간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쟁 심화로 소규모 자영업자들의 수익은 악화되고 폐업률은 20%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금융 규제만 할 것이 아니라 실업 급여를 인상해 재취업 준비 기간을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노인과 청년들의 맞춤형 일자리 대책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원장은 "창업자들이 과밀 업종, 과밀 지역으로 가는 것은 대안이 없기 때문"이라며 "정부는 금융 규제 이전에 실업 급여 인상 등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대책 없는 금융 규제는 자영업자들을 고금리 2금융권 대출로 내몬다"고 말했다.
김세종 원장은 "각 산업에서 구조조정이 대규모로 일어나고 있다. 구조조정 당한 이들은 기술도 계획도 없다"며 "실업급여 수급액을 높이고 수급 기간을 늘려 이들이 과밀 지역 자영업이 아닌 제대로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는 중소기업 채용장려금, 고용 유지금을 통해 중소기업 임금과 복지를 높여야 한다. 그래야 청년 실업률이 줄고 청년이 창업 전에 경험을 쌓을 수 있다"며 "노인 일자리도 잡쉐어링(일자리 나누기) 등을 통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