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정' 이어 두 번째 장편 ‘싱글라이더’ 2월 개봉…'4강' 틈새서 워너 안착할까

워너브러드스코리아가 2월 22일 두 번째 장편 '싱글라이더'를 내놓는다. 4강체제에 묶여온 국내 투자배급시장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여부가 관심사다. 영화 싱글라이더의 한 장면. /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지난해 첫 한국영화 투자‧배급작 밀정을 흥행시킨 최재원 워너브러더스코리아 대표가 두 번째 시험대에 올랐다. 영화 싱글라이더가 다음 달 개봉을 확정지었기 때문이다. 밀정과 전혀 다른 형태의 영화라는 점도 관심거리다. 업계에서는 워너브러더스코리아가 4강체제에 묶여온 국내 투자배급시장에서 다시 판을 흔들지 주목하고 있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는 최근 두 번째 한국영화 투자‧배급작인 영화 싱글라이더를 2월 22일 개봉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7일 개봉한 밀정에 이어 근 반년 만에 내놓는 작품이다.

파라마운트, 20세기폭스, 디즈니 등과 함께 북미 영화계를 이끌어가는 워너브러더스는 지난해부터 국내 산업계에 본격 상륙했다. 첫 작품이던 밀정은 750만 관객을 모으고 평단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개봉 후 한 달 간 벌어들인 매출액은 613억원이다.

두 번째 작품 싱글라이더는 여러 모로 이채롭다. 일단 감독이 신인이다. 당연히 이 작품이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인 이주영 감독은 그간 미쟝센 단편 영화제 수상 등으로 실력을 증명해왔다. 신인 감독이 유독 도드라지는 이유는 주연배우들의 무게 때문이다. 싱글라이더에는 국내 정상급 배우인 이병헌과 공효진이 동시에 나온다.

이 감독은 제작보고회에 나와 “대학원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장편 영화 연구개발 연구에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이창동 감독님과 함께 시나리오 작업을 하면서 영화에 대한 기준과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첫 작품 밀정과 두 번째 작품 싱글라이더를 비교하면 더 차이점이 도드라진다. 밀정의 연출자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달콤한 인생’으로 국내서 독자적인 연출세계를 구축한 후 할리우드까지 진출한 김지운 감독이다. 제작비 차이도 크다. 밀정은 140억원이 들어간 대작이다. 싱글라이더는 25억이 쓰인 중‧저예산 작품이다.

이야기 역시 최근 한국영화가를 휩쓸고 있는 ‘미스터리’나 ‘범죄오락액션’, ‘정치물’과는 크게 결이 다르다. 싱글라이더는 증권회사 지점장으로서 안정된 삶을 살아가던 한 가장(이병헌)이 부실 채권사건 이후 가족을 찾아 호주로 사라지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눈을 즐겁게 하는 시각적 효과보다 배우의 연기 자체가 영화를 이끌어가는 핵심줄기라는 얘기다.

영화촬영 대부분도 호주서 이뤄졌다. 국내 관객들에게 다소 어색할 수 있을 조합이다. 한 영화업계 관계자는 “밀정 다음이 싱글라이더라는 게 가장 흥미롭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흥미로운 마스터플랜을 지휘하는 인물이 최재원 워너브러더스코리아 대표다. 최 대표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누군가 판을 흔들어야한다는 생각을 했다. 견고한 4강 체제에 균열을 일으켜 창작자 중심의 형태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즉 4강(CJ E&M, 쇼박스, NEW, 롯데엔터테인먼트)과는 다른 영화 라인업으로 창작자에 초점을 맞춘 움직임을 내보이겠다는 의지다. 최 대표는 워너브러더스로부터 전권을 받아 국내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업계에서는 최 대표의 독특한 이력이 이를 가능케 했다고 보는 분위기다.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인 최 대표는 투자와 배급, 제작을 모두 경험한 몇 안 되는 영화인이다. 첫 출발이 영화펀드였고 곧이어 아이픽쳐스로 제작에 나섰다.

이후 문구업체 바른손이 아이픽쳐스의 주요 자산과 인력을 흡수해 영화사업본부를 신설하며 이를 총괄하는 대표가 됐다. 실력을 인정받은 최 대표는 2009년 투자배급사 NEW의 대표로 영입됐다. 여기서 배급한 영화가 바로 ‘변호인’이다.

영화제작업계를 오래 경험한 한 관계자는 밀정 성공 직후인 지난해 11월 기자에게 “(최 대표는) 중소규모, 메이저 모두 일하며 다양한 경험들을 갖췄다. 지금까지도 영화계의 중요한 플레이어였고 앞으로도 (워너의 성공 덕에) 그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단 첫 작품은 안전한 선택이었으니 역량은 다음 영화에서 더 검증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덜 안전한 선택’인 싱글라이더가 최 대표와 워너를 시험대에 올린 첫 가늠자가 되리라는 전망이다.

오랫동안 투자배급시장을 4등분 해온 4강 업체들도 싱글라이더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임민규 현대증권 연구원은 국내 1위 CJ E&M의 영화사업부문에 대해 “워너브러더스, 20세기폭스 등 해외배급사들이 국산영화에 적극투자해 판을 키웠다. (하지만) 참여자 수만큼 조각의 크기도 줄었다. 경쟁이 심화되는 와중에 제작비까지 올라 수익성은 나빠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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