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대 판매 한정 모델, 2017년형에서 트림으로 신설
기아자동차가 준대형 세단 K7 판매량 확대에 몰두하느라 고객 신뢰를 저버렸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기아차는 지난해 출시한 K7 한정판 모델을 올해 2017년형 K7으로 이름만 바꿔 팔고 있다. 당초 K7 리미티드 에디션 한정판 구매 고객이 얻었던 차량 개성과 희소가치도 사라지게 됐다.
26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는 지난해 11월부터 5000대 한정으로 판매한 K7 리미티드 에디션을 2017년형 K7 모델 모두에 적용했다. 이에 2017년형 K7 구매 고려 고객은 물량 제한 없이 리미티드 에디션 모델 구매가 가능해졌다. 리미티드 에디션은 3구 타입의 발광다이오드(LED) 헤드램프와 하단부 크롬 재질이 적용된 사이드미러가 특징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K7 한정판에 대한 높은 고객 관심을 바탕으로 소비자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트림 상설 판매를 결정했다”면서 “트림 상설 운영은 고객 선택 폭을 확대하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존 한정판 구매 고객을 중심으로 트림 상설화는 한정판 구매 고객에 대한 기만이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K7 리미티드 에디션을 구매한 한모(37) 씨는 “판매량이 제한된 한정판 모델을 구매한 이유는 남과 다른 차를 원했기 때문”이라며 “트림이 상설화되면 한정판을 구매한 의미가 사라진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12월 K7 리미티드 에디션을 구매한 문지현(39) 씨는 “LED 헤드램프가 적용된 K7을 지금 사지 않으면 못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당시 무리해서 차량을 구매했다”면서 “5000대 한정 판매를 내걸어 구매 수요를 끌어당겨 놓고서 개선 모델에 완벽하게 동일한 트림을 추가하는 것은 사기 행위”라고 토로했다.
업계에서는 기아차가 현대차 그랜저IG 판매 돌풍을 지나치게 의식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그랜저IG와 K7을 내놓았다. 그랜저는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1만7247대가 팔리며 전체 판매 대수(6만8733대)를 끌어올렸다. 현대차보다 먼저 신차를 내놓은 기아차는 뒷심 부족으로 5만6060대에 그쳤다.
이에 따라 기아차는 지난해 인기를 끈 K7 한정판 모델을 가져와 반격에 나선 것이다. 또 주행 조향보조시스템, 부주의 운전 경보시스템 등 안전 사양을 추가하고 2.2 디젤 모델에 공회전 제한 시스템(ISG)을 적용했다. 2.4 가솔린 모델에 수명과 충전 효율이 개선된 배터리도 장착해 연비 향상도 노렸다.
자동차 업계 한 전문가는 “K7의 상품성 개선은 안전 편의 장치를 갖춘 그랜저IG에 맞서는 데 필요한 부분이지만, 한정판 모델 판매 한 달이 조금 넘은 시점에서 상설화를 결정한 것은 고객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는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며 “이제 누가 기아차가 출시하는 한정판 모델을 사겠느냐”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