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함 호소 차주 200명 이상…“시정에 나서지 않아도 제재 방법 없어”

BMW코리아가 수입·판매하는 중형 세단 5시리즈에서 머플러 소음 현상이 속출하고 있다. 주행 시 발생하는 소음을 줄이기 위한 장치인 머플러에서 쇠 갈리는 소리가 발생하고 있는데도 BMW코리아는 마땅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시정 조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BMW코리아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BMW 5시리즈 머플러 소음 결함은 차량 연식에 상관없어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6월 이후 5시리즈 머플러 소음 해결을 요구하기 위해 개별 사례를 모으고 있는 김한용(가명·39) 씨는 “동일한 결함을 호소하는 소비자가 4개월 만에 200명을 넘어섰다”면서 “지금도 결함 신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BMW코리아가 수입·판매하는 중형 세단 5시리즈에서 머플러 소음 현상이 속출하고 있다. / 그래픽 = 시사저널e
BMW 5시리즈는 한 달 평균 판매량이 1400여대에 달하는 인기 차종이다. 주력 모델인 5시리즈 520D는 지난해 7910대가 팔리며 지난해 가장 많이 팔린 수입차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BMW코리아는 수입차 시장 판매 규모와는 달리 결함 시정에 있어 소극적인 대처로 일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5시리즈 520D 모델을 구매한 성일홍(가명·33) 씨는 “차량 인수 이후 주행거리가 300㎞를 넘지 않은 상황에서 머플러 소음 현상이 발생했다”고 토로했다. 박 씨는 곧장 차량 교환을 요청했다. 하지만 박 씨는 딜러사로부터 “머플러에서 소음이 나는 사소한 문제로 교환해줄 수는 없다”며 “억울하면 소비자보호원에 신고하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문제는 BMW코리아가 사소하다고 치부한 결함의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BMW코리아 기술지원팀 한 관계자는 “2011년과 2012년에 생산한 모델 일부와 BMW 준중형 세단인 3시리즈 일부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비정상적인 소음이 발생하고 있지만, 현재로써는 해결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정비업계 한 전문가는 “머플러를 잡고 흔들었을 때 내부에서 부품이 흔들리는 느낌이 들거나 소음이 발생하면 부식을 의심할 수 있는데 주행거리가 300㎞도 되지 않는 차량에서 철판을 치는 소음이 발생한다는 것은 구조적인 결함으로 볼 수밖에 없다”면서 “머플러가 차량 출력에 영향을 주는 만큼 소음은 반드시 개선해야 할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해당 결함을 이유로 BMW 서비스센터를 방문한 차주 다수는 머플러 교환이나 머플러 부착 조정을 받고 있지만 결함은 개선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소음 결함으로 머플러를 교환받았다는 박민철(35) 씨는 “머플러 교환을 받고 일주일이 지나지 않아 소음이 발생하는 현상이 똑같이 나타났다”며 “BMW가 결함 해결이 아닌 상황 무마에만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BMW코리아는 해결이 아닌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철판이 떨리는 것으로 중대한 하자가 발생한다거나 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BMW코리아 측 설명이다. 실제로 성 씨는 “BMW코리아 기술지원팀이 작성한 머플러 소음 수리불가판정서를 들어 교환을 요청하자 200만원 상당인 보증수리 기간을 연장해줄 테니 그만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BMW코리아가 협상으로 상황 무마에 나서는 근본적인 원인이 소비자에게 불리한 국내법에 있다고 지적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0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개정하고 신차 교환 및 환급 요건을 개선했지만, 중대 결함이 아닌 경우에 대한 수리 요구 규정은 포함하지 않고 있다.

이에 보증기간 만료까지 BMW코리아가 머플러 소음 결함 해결을 위한 구조 개선에 나서지 않아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 2012년 생산된 5시리즈 차량을 운행하는 한 차주는 “머플러 소음에 대해 이것저것 수리하는 모양을 위했던 서비스센터가 보증기간이 끝나자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다”며 “BMW는 우리가 책임질 일은 이제 없다는 말을 하더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지난해 차량 결함으로 환급이 이뤄진 사례는 4건에 불과할 정도인데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이 적용된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자동차만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는 자동차소비자권익보호원 설치 등 제조사가 차량 교환 및 환급에 나설 수밖에 없게 하는 법적 강제성 적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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