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공조·더킹까지 3연타석 홈런…최악 11월 지나자 시국 덕에 웃어

영화 더킹은 검찰권력의 민낯을 정조준한다. 극중 한강식(정우성)과 박태수(조인성)가 식사자리에서 대화하는 장면. / 사진=NEW

시국에 신음하던 충무로 극장가가 시국영화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불과 두 달 전,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대표가 “사람들이 광장에 가니 극장에 오지 않는다”며 영업부진을 토로했던 걸 감안하면 놀라운 반전이다. 4년 전 개봉한 영화 ‘변호인’으로 문화계 블랙리스트 한복판에 휩싸이며 시련의 시절을 보낸 NEW도 정치권력과 검찰의 민낯을 정조준한 작품으로 역습에 성공했다.

24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18일 개봉한 영화 ‘더킹’이 채 1주일이 안 돼 누적관객 200만명을 넘어섰다. 누적매출액은 166억원이다. 개봉 4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해 변호인, 광해, 왕이 된 남자 등 1000만 영화와 같은 속도로 흥행열차를 탄 더킹의 상승세가 더 커진 모양새다. 더킹의 손익분기점은 400만명 안팎으로 추산된다.

더킹을 투자배급한 NEW에 따르면 더킹은 CJ CGV(23일 기준 예매율 27%)와 롯데시네마(예매율 30.7%) 등 국내 주요 극장사이트 예매율에서도 1위에 올라 있다. 같은 날 개봉한 ‘공조’는 누적 129만 관객을 모았다. 지난달 개봉한 영화 ‘마스터’도 700만 관객을 넘어섰다.

불과 두 달여 전으로 시계를 돌려보면 이는 놀라운 변화다. 국정농단이라는 시국 탓에 극장가가 불황에 처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2일 서정 CGV대표는 영화산업 미디어포럼에 나와 기자들 앞에서 “11월에는 영화보다 뉴스를 보고, 극장보다 광장으로 가다보니 성적이 안 좋다. 12월도 걱정스럽다”고 토로했었다. 아직 지난해 영화산업 결산자료가 발표되지 않았지만 영화가 안팎에서는 2016년 총관객이 2015년과 거의 같거나 줄어들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광해와 변호인 등이 문화계 블랙리스트 논란 한복판에 서있던 점도 영화업계로서는 부담스러운 대목이었다. 이 탓에 두 영화를 투자‧배급한 CJ E&M과 NEW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불러일으켰었다. 그러다 12월 개봉한 마스터와 1월 개봉한 공조, 더킹이 극장가서 3연타석 홈런을 쳤다.

하필 흥행한 3편의 영화가 모두 직‧간접적으로 정치권력에 대한 풍자를 담아내고 있다는 점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앞서 송진 한국콘텐츠진흥원 책임연구원은 17일 정책포럼에 나와 “올해 콘텐츠산업의 주요 트렌드 중 하나가 정치영화”라며 그 가능성을 예단하기도 했다.

마스터는 권력을 등에 업고 조 단위 사기를 기획하는 진 회장(이병헌 역)과 그를 추적해온 지능범죄수사팀장 김재명(강동원 역)의 대립이 이야기의 큰 줄기를 이룬다. 경제범죄를 겨냥했지만 진 회장과 유착한 고위공무원 등 시국을 풍자하는 장면 또한 적지 않다. 남‧북한 형사의 공동수사를 다루는 공조는 주제 때문에 자연스레 권력자들의 모습이 드러난다.

압권은 더킹이다. 이 영화는 노골적으로 한국정치와 검찰 권력을 비판한다. 이야기 전개 역시 한국현대사의 주요 흐름들과 맞물려 진행된다. 이동진 영화평론가는 더킹을 두고 “블랙코미디의 경공술로 한국현대정치사를 타고 술술 흐른다”고 평가했다. 그만큼 정치와 검찰이 영화의 핵심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다는 얘기다.
 

영화 더킹서 세 검사가 검찰청에 출두한 피의자를 바라보는 장면. / 사진=NEW

더킹을 연출한 한재림 감독은 “사회적 모순을 마당놀이처럼 즐겁게 보여주고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고 싶었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실제 극중에는 탄핵소추로 직무정지 된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04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 탄핵표결에 참석해 미소를 짓는 장면도 등장한다.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영화에 ‘감히’ 넣지 못할 장면이라는 평가도 나오는 까닭이다.

마스터와 공조, 더킹이 시국 리스크 한복판에 있던 투자‧배급사 CJ E&M과 NEW의 작품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광해를 배급하고 변호인에 투자(CJ창업투자)한 CJ E&M은 오너 일가 2선 후퇴 논란 속에 빠져들었다.

NEW는 박근혜 정부 초기인 2013년 12월 변호인을 배급했다가 이후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받았다. 이후 2015년 연평해전을 개봉하며 숨고르기를 하던 NEW는 지난해 12월 배급한 ‘판도라’에 바로 이어 더킹을 내놓으면서 완벽한 역습을 기한 모양새다.

지난해 인상적인 성적을 내지 못한 NEW와 CJ E&M 모두 이번 흥행 덕에 부진을 만회할 가능성이 높다. 서형식 골든브릿지투자증권 연구원은 “더킹 예상 총관객을 900만명으로 적용하고 NEW의 투자 지분율을 50%로 가정하면 배급수수료를 포함한 투자수익은 98억원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김현용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 CJ E&M 배급점유율은 19%로, 16% 전후에 머물며 1~9월 내내 부진했던 흐름에서 다소 반등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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