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연구원 "투자·지식재산 이전 매력적인 유인책"…"기존 R&D 세제지원과 연계 효과 따져봐야"신중론도
특허 등 지식재산으로부터 얻은 기업이익에 대해 법인세를 감면하는 이른바 특허박스(patent box)의 도입주장이 재계를 중심으로 재점화 되고 있다. 연구개발(R&D)의 결과물로 발생하는 수입에 조세를 감면하는 내용이 골자인 이 제도는 앞서 2014년 한 차례 도입주장이 있었지만 막대한 재정지출이 예상돼 논란만 남기고 결국 무산됐다.
24일 한국경제연구원은 '주요국 특허박스 제도 도입 효과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2011~2015년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특허박스 제도 도입국의 FDI외국인직접투자(FDI) 연평균 증가율이 10.8%인데 반해 미도입국은 -8.0%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현재 한국은 특허박스와 유사한 제도를 2018년까지 한시적으로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특허권이나 실용신안권 등을 내국인에게 이전하면 여기에서 발생하는 양도소득세(소득세 또는 법인세)의 50%를 감면해주고 있다. 반대로 취득한 기업에 대해선 최대 10%를 감면한다.
하지만 재계는 기술이전소득에 대해 세제혜택을 적용한다는 점에서 유럽국가에서 시행하는 것과 다르고 한국기업의 연구개발 장려와 투자유치를 위해 특허박스를 본격 도입해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특허권 등을 통해 발생하는 사업부문의 매출에 대해 세제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예를 들어 100억원의 기업이익 중에 30억원이 특허권에서 발생한 매출이라면 특허박스제도를 적용하면 70억원에 대해서만 법인세를 부과한다.
유경진 한경연 연구원은 "기업들이 투자나 지식재산 이전을 고려하는 데 있어 특허박스 제도의 세제 혜택이 매력적인 유인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법인세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국가의 전반적인 혁신 수준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도 특허박스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제도를 실제 도입하기까지 넘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현재 우리 정부는 매년 조세지출예산의 10%를 R&D 분야로 지원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효과성 분석은 거의 이뤄지고 있지 않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기존 R&D 지원제도와 연계해 특허박스의 제도의 성과를 분석한 후 본격적인 시행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봉주 입법조사처 경제산업조사실 조사관은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관련 소득 범위를 적절히 정하고, 이에 상응하는 법인세의 기존 비과세· 감면 축소 등과 같은 ‘페이고(PayGo)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재계의 주장처럼 특허박스 제도가 당초 의도한 지식재산의 사업화 촉진, 다국적기업의 투자 유치 등의 부문에서 실제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 심층 분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절차가 생략되고 제도시행이 이뤄질 경우 4대강 로봇물고기처럼 잘못된 특허를 연구개발성과라고 보고하고 세금감면 적용받는 사례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장진규 변리사는 “특허를 하나라도 가진 기업은 가능한 많은 제품에 자사의 특허기술이 적용되었다며 법인세 감면을 신청할 것이지만 실질적으로 연구개발비가 더 투입되고 고용이 창출되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라고는 단언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특허를 보유한 기업들이 잘못된 보고를 하고 세액감면을 받더라도 변리사가 특허박스 감면신청을 검수하지 않는 이상 악용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