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 데이터 출처 안 밝혀…"장기 흥행 불투명"
포켓몬 고 개발사 나이언틱 랩스는 24일 오전 서울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출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나이언틱은 이날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 포켓몬 고를 한국 시장에 정식 출시했다. 지난해 7월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국가에 게임을 출시한 지 6개월 만이다.
포켓몬고는 인기 캐릭터 포켓몬스터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한 모바일게임이다. 닌텐도를 주축으로 설립한 포켓몬컴퍼니와 구글의 사내 벤처에서 독립한 나이언틱이 공동 개발했다. 인기 만화 포켓몬스터 스토리처럼 유저가 포켓몬이 출몰하는 특정 장소를 찾아다니면서 즐기는 AR 방식의 게임이다.
해당 장소를 찾아가면 스마트폰 화면에 포켓몬이 나타나고, 이를 포획하는 방식으로 게임이 진행된다. 국내 서비스가 시작되기 전에도 강원도 속초 지역에서 포켓몬고가 실행된다는 소식에 수많은 인파가 속초에 몰리기도 했다.
데니스 황 나이언틱 아트총괄이사는 이번 행사에서 “한국에서 포켓몬 고를 공식적으로 발표할 수 있어 굉장히 영광”이라며 “우리에게 게임 선진국인 한국은 매우 중요한 나라다. 한국 게이머들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포켓몬 고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어마어마한 흥행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추정 매출이 9억5000만달러(1조1172억원)에 달하며,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6억번 다운로드된 것으로 나타났다. 데니스 황은 게이머들의 누적 이동거리가 87억㎞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구 둘레를 20만번 도는 것과 동일하다.
이와 관련해 데니스 황 이사는 “공공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데이터를 활용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지도 데이터 출처와 구현방식에 대한 질문이 여러 차례 나왔음에도 밝히지 않았다. 민감한 지도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기자회견을 마치려 하자, 여기저기서 고성이 쏟아지기도 했다. 일부 기자들은 발언 기회를 이용해 나이언틱의 무성의한 태도에 대해 직접적인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이날 기자간담회 일정 역시 하루 전인 23일 급하게 기자들에게 전달됨으로써 기자들의 불만은 극에 달한 상황이었다.
황 이사는 한국 출시 지연과 관련해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도 게이머들의 역량이 매우 뛰어난 곳으로, 한국 출시를 오랫동안 준비해왔다”며 “영어, 프랑스어, 이태리어, 독일어, 스페인어만 지원하던 포켓몬고에 한국어 지원을 위해선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외부 활동이 어려운 겨울에 출시한 점도 비판을 받았다. 포켓몬 고는 실외에서 걸어다니며 플레이하는 게임이다 보니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특히 한파가 몰아치는 한국의 겨울 날씨가 포켓몬고를 즐기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설 연휴 특수를 노리기 위해 무리하게 출시 일정을 당긴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데니스 황 이사는 “솔직히 말하면 날씨를 크게 고려하지 않았다”며 “전작 AR 모바일게임 ‘인그레스’를 보면 계절에 상관없이 유저들이 게임을 즐기는 모습을 봤기에, 이번 포켓몬 고도 날씨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설날 연휴에 맞춰 게임을 출시한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안전 사고 문제도 도마위에 올랐다. 포켓몬을 잡기 위해선 스마트폰 화면을 보면서 걸어다녀야 한다. 이 때문에 주변 상황을 확인하지 못한 유저가 사고를 당하는 일이 해외에서 종종 발생했다. 일부 운전자들은 게임을 실행한 채 운전을 하다가 교통사고를 내기도 했다.
데니스 황 이사는 “일정 속도 이상이 감지되면 게임이 중단되는 등 여러가지 안전 관련 업데이트를 진행했다”며 “회사에서도 안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유저들도 꼭 주변 환경을 살피고 운전 중에는 절대로 게임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재 일부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에서 게임 다운로드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나이언틱측은 구글과 함께 문제점을 파악 중이며, 빠른 시일 내에 복구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포켓몬 고 정식 출시로 국내 게임업계에 큰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리니지2 레볼루션과 같은 역할수행게임(RPG) 장르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국내 시장에 포켓몬 고라는 AR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강자가 등장한 것이다. 앞서 포켓몬 고와 같은 AR 기술을 적용한 국내 모바일게임들은 대부분 흥행에 실패한 바 있다. 그러나 포켓몬 고의 힘은 AR와 같은 기술이 아닌 포켓몬 IP가진 막강한 파급력이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장민지 한국콘텐츠진흥원 연구원은 “포켓몬 고의 경우, 국내 흥행과 관련해 출시 초반에는 인기를 이어가겠지만 장기적인 흥행에 대해서는 장담하기가 어렵다”며 “이미 전 세계적으로 포켓몬 고 유저들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추운 날씨 및 포켓몬 획득 외에는 특별할 것 없는 콘텐츠 등으로 한국에서도 인기를 계속해서 이어나갈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향후 획기적인 콘텐츠가 업데이트 된다면, 포켓몬 고 열풍이 계속될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