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열리기까지 수십차례 회의 거쳐…회의당 500만원 참석비 많다고 생각 안해"

KB금융 사외이사들이 지난해 서울 영등포구 국민은행 여의도 본점에서 열린 KB금융 제8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이사회에 안건을 올리기까지 경영진과 수차례 만나 회의를 한다. 사외이사 중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안건을 수정해 다시 회의를 거쳐야 한다. 반대 의견을 모두 수렴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없이 안건을 이사회에 올릴 수 없다. 경영계획안에 '찬성'만 하는 거수기라는 비판은 옳지 않다."

국내 금융지주사와 시중은행 사외이사들이 상당 규모의 급여를 받고도 이사회 안건에 대해 반대의견을 개진하지 못하고 제대로 된 경영감시 활동을 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금융권 사외이사들은 이는 잘못된 지적이라며 금융권 사외이사가 경영진 의견에 찬성하는 '거수기'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신한금융, KB금융, KEB하나금융, 우리은행, NH농협금융 등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와 은행에서 이사회가 총 44번 열렸다. 반대 의견은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한종수 KB금융 사외이사(이화여대 경영대 교수)는 "한 해 이사회가 10회 이상 열리는데 이사회 전까지 이사회 안건 회의가 몇 차례 열린다. 또 주요 사업과 관련해선 따로 세미나를 열어 경영자와 토론과 회의를 거친다"며 "이런 과정을 거쳐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이사회에 한 번 와서 찬성만 하고 가는 건 아니다"라고 전했다.

한 사외이사는 이어 "수십차례 모여 안건 회의를 하면서 반대 의견이나 추가 내용을 듣고 안건을 수정해 이사회에 올린다"며 "결과만 봤을 때 모든 사외이사가 찬성만 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잘 모르고 나온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 한 사외이사도 이와 관련해 "사외이사 참석률을 보면 거의 100%일 것"이라며 "사외이사로 선임돼 경영자의 사업 구상을 진행하느냐 마느냐를 결정하는데 경영진이 제시한 주요 경영 내용조차 모르고 찬성표를 던질 수가 있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주요 현안과 관련해 경영진에 질문하고 문제가 없는지 자세히 따진다"며 "이의를 제기할 만한 사안이 없었다고 볼 만큼 의견이 모이면 그때 찬성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외이사들은 이사회가 10번 정도 열리고 회의에 한 번 참석하는 댓가로 500만원에 육박하는 급여를 챙긴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잘못됐다고 입을 모았다. 많은 급여라고도 보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회사별로 보면 KB금융 사외이사는 1~9월까지 1인당 평균 5400만원을 받았다. 같은 기간 하나금융지주 사외이사는 평균 4500만원 보수를 받았다. NH농협금융지주 사외이사는 4400만원, 신한금융 사외이사는 1인당 4000만원을 받았다.

한 사외이사는 "지난해 개최한 이사회를 위해 각 분야 전문가들이 나름대로 의견을 제시하기 위해선 상당한 시간을 들여야 한다"며 "인수·합병, 경영진 선임, 유상증자 등 중요한 안건이 있는데 아무런 공부 없이 이사회에 올 순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영진 견제와 감시, 중요 안건 결정이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그런 것에 비해 지금 받는 보수가 많다고 한다면 어떤 사외이사가 이 회사를 위해 책임을 감수하며 사외이사 자리를 유지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만 사외이사가 경영 감시자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선 지금보다 더 사외이사 자격요건을 강화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인 대주주 체제인 대기업 집단에선 외부 주주들이 추천하는 독립적인 사외이사가 선임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에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종수 KB금융 사외이사는 "금융 쪽은 그나마 사외이사 제도가 나은 편"이라며 "금융은 주인이 없기 때문에 사외이사 제도가 독립적으로 돌아갈 수 있다. 대기업은 1인 대주주 체제기 때문에 선임부터 대기업 주인 입김이 작용한다. 경영 견제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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