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갑론을박…상법개정에는 의기투합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촛불시민혁명과 경제민주주의, 재벌정책 어떻게 할 것인가?' 야3당 정책연구소 공동 시국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 사진=뉴스1

각 당의 재벌개혁 정책이 한 자리에서 논의됐다. 대선주자들의 공약경쟁이 시작된 후 야권 싱크탱크가 한자리에 모여 재벌개혁을 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야권은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에 대해선 입장차가 있지만 상법개정에는 대체로 뜻을 같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대선주자들의 공약도 상법개정을 골자로 세부내용이 일부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영향력있는 대선주자들이 일제히 재벌개혁 방안을 담은 경제민주화를 공약으로 내세운 가운데 23일 국회에서는 야3당 정책연구소가 공동으로 주최한 재벌개혁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는 재벌전문가로 알려진 김상조 한성대 교수, 더불어민주당 재벌개혁 TF를 맡고 있는 최운열 의원, 재벌저격수로 알려진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 추혜선 정의당 의원,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 등이 패널로 참여했다.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입장갈려

현행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공정화에 관한 법률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서는 불공정거래 행위를 검찰에 고발할 수 있는 권한을 공정위에 한정하고 있다.

더민주 재벌개혁 TF를 이끌고 있는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를 골자로 하는 ‘정무위 5법’을 발의했다. 뒤이어 더민주는 정기국회 최우선 처리법안 21개 중 5개를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법안으로 지정하고 정기국회에서 전속고발권 폐지에 주력하기로 했다.

최운열 의원은 이날 공정위 퇴직 관료들이 대기업이나 대형 로펌에 취직해 공정위를 무력화시키고 있다면서 전속고발권 폐지를 주장했다. 최 의원은 “공정위가 전속고발권을 가지고 있으면서 대기업이 공정시장질서를 위한 규제를 피해가고 있다”며 “이를 한국사회가 더는 용인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공정위는 중앙에 있기 때문에 지방에 있는 하도급문제에 대해 무심할 가능성이 있다. 참여연대는 지방정부에도 고발권을 주자는 의견”이라고 했다.

반면 국민의당은 전속고발권 폐지보다는 완화에 초점을 맞춘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국민의당은 전속고발권 일부 완화를 주장한다. 전면 폐지시 사소한 것까지 형사처벌 받는 기업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의당에서 초점을 두는 건 공정위 역할 개선이다. 감독기관이 제 역할을 하게 만들어야한다”고 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도 “공정거래법 위배시 형사처벌하는 나라는 한국과 미국뿐”이라면서 “이 상태에서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면 검찰이 다 감당하지도 못한다. 전속고발권 폐지보다 세법 개정이 우선이다. 세법개정은 국회선진화법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본회의까지 바로 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상법개정안, 여야정 입장 모아…"최우선 과제" 뜻 모아

투명성과 책임성을 갖춘 기업지배구조를 마련하기 위한 상법개정안은 야권뿐만 아니라 새누리당도 동의한다. 그만큼 재벌개혁 법안 중 가장 폭넓게 지지받는 셈이다. 그뿐 아니라 상법개정안은 박근혜 대통령 대선공약이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이뤄지지 못했다. 실제로 현 정부가 상법개정안을 통과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경제민주화가 실패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미르·K재단에 53개 대기업이 774억원을 출연한 과정에서 의사회 의결을 거친 기업은 2개뿐이었으며 이사회 산하 하부위원회에 보고된 기업도 2개사뿐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나마도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했다.

이를 두고 김상조 교수는 “한국기업의 이사회, 특히 사외이사 제도가 내부통제장치로서의 기능을 전혀 수행하지 못하고 거수기에 머물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면서 “정경유착을 근절하는 근원적 해결책은 결국 투명성과 책임성을 갖춘 기업지배구조 구축에 있고 이를 위해서는 상법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안진걸 사무처장은 “상법개정안처럼 의견차이가 적은 부분은 빨리 해결해야한다”면서 “하도급, 전속고발권 폐지 등 정책도 합의된 사항에 대해선 참여연대도 함께 설득하겠다”고 덧붙였다.

◇재벌개혁이 경제민주화의 전부 아냐

안진걸 사무처장은 “경제민주화 정책 중에서도 갑을구조, 하도급, 중소상인들 생존권 문제 등 서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것부터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 처장은 “경제민주화에 대한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가맹점, 대리사업 문제, 상가임대차 문제 등 민생의제가 재벌개혁과 함께 중요의제가 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생경제 관련해서는 영화관을 가면 재벌 독과점에서 비롯된 부당함을 많이 느낀다. 통신3사는 얼마나 기만행위가 많나. 자동차, 정유, 아파트, 통신, 영화 등 생활 전반에 재벌 독점이 심화돼있기 때문에 집단적 손해배상 소송도 도입해야한다”고 민생경제 관련 경제민주화 입법을 강조했다.

김상조 교수도 “안 처장 의견에 동의한다. 재벌개혁은 경제민주화의 모든 것이 아니다”라며 “재벌개혁이 마치 경제민주화의 모든 것인 양 얘기하게 되면 국민들은 재벌개혁이 나와 무슨 상관이냐고 냉소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민주화의 본령은 중소기업 하도급 개혁, 비정규직 노동자와 영세자영자로 대변되는 경제 약자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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